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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아트스페이스 11탄

사진은 삶을 이해하는 도구 이명호 작가

On June 19, 2020

한국의 아름다움을 다정한 시선으로 관찰해온 마크 테토가 <리빙센스>와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나 나누는 이야기. 이번 호에는 사진 작업을 통해 사유의 흔적을 표현해온 이명호 작가를 만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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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우리는 삶의 본질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이명호 사진작가는 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부유하는 이미지 한 장이 가져다주는 강렬한 느낌이 삶과 예술이 무엇인지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건다. 그는 나무 뒤에 하얀 캔버스를 세우고 작업한 ‘나무’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나무라는 대상을 원래의 자연적 맥락으로부터 분리시켜 예술적 의미를 부여한 작업은, 자연에 대한 경의와 이미지의 재현과 재연에 대한 심오한 탐구로 평가받는다.
미국 LA 게티뮤지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국립미술관, 미국 뉴욕의 요시밀로갤러리, 한국 갤러리현대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진 작가는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라이카 등의 홍보대사를 역임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번 인터뷰는 작가의 ‘나무’ 시리즈 촬영 현장에 함께 동행하며 예술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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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서 진행된 ‘나무’ 시리즈 촬영 현장에 마크 테토가 함께 동행했다.

해남에서 진행된 ‘나무’ 시리즈 촬영 현장에 마크 테토가 함께 동행했다.

필름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보이는 촬영 오브제.

필름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보이는 촬영 오브제.

필름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보이는 촬영 오브제.

안녕하세요! 평소 작가님의 작품을 정말 좋아하는데 촬영 현장을 함께 지켜볼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마크 씨가 제 작업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죠. 저희와 함께 촬영 현장을 둘러보시고 궁금한 점들이 해소되었으면 좋겠네요.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는지 몰랐어요. 촬영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는지 궁금하네요.
보통 나무 한 그루를 촬영할 때 시간대별로 촬영을 계속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걸립니다. 촬영 전에 나무 뒤에 캔버스를 걸어놓을 프레임을 설치하는 데도 꽤나 시간이 걸리고요. 그 이후 해가 질 때까지 촬영을 계속합니다.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나 봅니다.
저는 아직 필름 카메라가 좋고, 제 작업과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진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편이에요. 주로 빌려 쓰고요. 지금 사용하는 카메라는 얼마 전 라이카에서 협찬해준 거예요.

카메라가 없는 사진작가라니 흥미로워요. 요즘은 누구나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시대인데 세계적인 사진작가에게 카메라가 없다니! 어릴 때부터 카메라를 좋아하고 많이 찍어봤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제 유년 시절은 카메라나 사진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대전 외곽의 유성이라는 곳에서 자랐는데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굉장히 시골 같은 분위기였어요. 저희 부모님은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으셨고 저는 어릴 때 사진도 몇 장 없더라고요. 사진하고는 거리가 먼 삶이었죠(웃음).  

촬영 전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세우는 작업도 쉽지 않은 편. 나무의 위치와 캔버스의 평행을 정확하게 맞추는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촬영 전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세우는 작업도 쉽지 않은 편. 나무의 위치와 캔버스의 평행을 정확하게 맞추는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촬영 전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세우는 작업도 쉽지 않은 편. 나무의 위치와 캔버스의 평행을 정확하게 맞추는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렇다면 사진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더 궁금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본질’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진을 공부하기 전에는 수학을 통해 세상의 구성 원리나 작동하는 이치 같은 걸 배우려고 했죠. 이성과 논리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것만으로 규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이성과 논리로만 이해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았어요. 본질에 가까워지려고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졌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학문을 다시 찾게 된 거예요. 그게 바로 예술이었죠.

작가님의 시작은 다른 아티스트들과 좀 다르네요. 철학적으로 접근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그런 성향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부터 주변에서 독특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어요. 한번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멈추는 게 싫어서, 또 멈출 수가 없어서 일부러 숨조차 쉬지 않은 적도 있어요. 호흡 때문에 생각의 끈이 끊어질까 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계속 생각에만 몰입하는 거예요. 생각이 끝나야 숨을 쉬는 버릇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다들 저를 보고 이상하다고 했는데, 저도 그런 사람들이 이상했어요.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서 괴로운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나? 나만 모르나? 그런 생각에 빠져있었죠. 

촬영 장비는 상황에 따라 다르며, 이번 촬영에서는 필름 카메라 1대, 디지털 카메라 1대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타임랩스 등을 사용했다. 오랜 시간 동안 촬영하며 시간의 흐름까지 작품에서 표현하려고 한다.

촬영 장비는 상황에 따라 다르며, 이번 촬영에서는 필름 카메라 1대, 디지털 카메라 1대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타임랩스 등을 사용했다. 오랜 시간 동안 촬영하며 시간의 흐름까지 작품에서 표현하려고 한다.

촬영 장비는 상황에 따라 다르며, 이번 촬영에서는 필름 카메라 1대, 디지털 카메라 1대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타임랩스 등을 사용했다. 오랜 시간 동안 촬영하며 시간의 흐름까지 작품에서 표현하려고 한다.

이명호 작가에게 틈틈이 사진 촬영 기법을 배우는 마크 테토.

이명호 작가에게 틈틈이 사진 촬영 기법을 배우는 마크 테토.

이명호 작가에게 틈틈이 사진 촬영 기법을 배우는 마크 테토.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예술 쪽으로 눈을 돌린 거군요?
저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도 좋았어요. 글을 써도 되고, 연극이나 영화 연출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사진이라는 분야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이미지 한 장이 주는 울림이 컸어요. 그 부유하는 하나의 이미지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음악이나 영상 등 다른 많은 예술들이 끝까지 시간을 들여 감상해야 하지만 사진은 보는 순간 단박에 느껴지는 함축적인 메시지가 있기에 이걸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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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사진을 전공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요?
처음에는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으로서 사진을 생각했어요. 취업이나 진로 같은 건 별로 생각하지 않았죠. 대학 시절 내내 예술은 뭘까, 사진은 뭘까, 삶이라는 건 뭘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느라 시간을 보냈어요. 교수님들은 그런 고민은 학생 때보다는 좀 더 연륜이 생긴 후에 해보라고 조언해주셨지만 저는 제 고민의 답을 찾는 게 더 우선이었던 것 같아요.

사진으로 어떤 것들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궁금하네요.
예술을 공부하면서 관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는 걸 명확하게 깨닫게 됐어요. 예술, 정치, 사회 등 세상의 모든 것들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잖아요?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도 근원적 의미에서는 불가능하고 그저 관점에 따라 맞거나 틀리게 되더라고요. 저는 그런 현상 그대로를 잘 드러내주는 게 작가의 업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작품에서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설치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제가 개입하는 걸 최소화하고 캔버스 하나만으로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설치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뷰 포인트와 레이어가 있거든요. 결과물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요. 평범한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설치함으로써 그 나무는 평범하지 않게 돼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있는데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말해요. 한낱 꽃일 때는 있어도 있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나와 관계를 맺으면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죠. 하찮지만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꽃이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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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 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 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이명호 작가의 ‘나무’ 시리즈. ©이명호

작품에선 캔버스가 특히나 인상적인데요. 이 캔버스는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요?
캔버스의 기능은 ‘환기(喚起)’라고 할 수 있죠. 본질을 탐구하다 보니 예술을 이야기할 때 가장 상징적인 소재가 캔버스더라고요. 캔버스 위에 표현하면 그게 바로 작품이 되잖아요.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요. 대학 시절 캠퍼스 안에 앉아 있는데 늘 보이던 나무가 어느 날 너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그날따라 말이에요. 예술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지금 표현해야 하는 걸 들추어내는 것, 작가들은 그런 것들을 찾아내서 환기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캔버스는 그 환기의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럼 어떤 방식으로 나무를 찾고 장소를 선택하는지도 궁금하네요.
주제를 정하면 나무를 찾아다녀요. 누가 봐도 멋있는 나무를 찾아야 할 것 같지만 제 생각을 전달하는데 적당한 것들은 의외로 평범하고 흔하고 사소한 것들이에요. 걷다가 보면 느낌이 오는 대상이 있어요. 한 번 보고 바로 결정하지는 않아요. 미학적으로 적당한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또 사진을 촬영할 때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을 전체적으로 판단한 후에 고르죠.

나무 말고 다른 것들도 촬영하나요?
사막의 모래 위에 캔버스를 설치하는 작업도 많이 했어요. 그건 나무를 찍는 것과는 다른데요. 단순히 있는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비현실을 만드는 장치로 접근합니다. 사막의 능선과 능선 사이에 오아시스 같은 느낌으로 캔버스를 연출해요. 인력을 동원해서 캔버스를 들고 서 있거나, 누워 있게 합니다. 그렇게 촬영하다 보면 텅 빈 캔버스가 어떤 무엇으로 여겨져요. 아무것도 아닌데 다른 걸로 보이게 하는 착시로 비현실을 만드는 작업도 사진과 예술의 본질을 묻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 됩니다. 

홍은동에 위치한 이명호 작가의 작업실은 콘테이너 4개를 모아서 조성한 공간이다. 콘테이너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명호 작가와 마크 테토.

홍은동에 위치한 이명호 작가의 작업실은 콘테이너 4개를 모아서 조성한 공간이다. 콘테이너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명호 작가와 마크 테토.

홍은동에 위치한 이명호 작가의 작업실은 콘테이너 4개를 모아서 조성한 공간이다. 콘테이너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명호 작가와 마크 테토.

콘테이너 한 동은 이명호 작가의 작업물과 관련 자료 들을 모아두었다.

콘테이너 한 동은 이명호 작가의 작업물과 관련 자료 들을 모아두었다.

콘테이너 한 동은 이명호 작가의 작업물과 관련 자료 들을 모아두었다.

앞으로 꼭 담고 싶은 장소나 오브제가 있나요?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죠. 지구온난화 때문에 바닷물에 잠겨 사라져가는 섬들이 많잖아요. 그런 섬들에 캔버스 구조물을 설치해보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면 섬은 가라앉고 캔버스만 남겠죠. 그 캔버스 안에 담기는 이야기가 너무 많을 것 같아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세요?
조언은 늘 어려워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엇을 지적하거나 조언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한 가지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작가가 되려면 먼저 수행자가 되라는 거예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 과정 속에서 깨달음 같은 것을 얻을 수 있죠. 수행자는 수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 속 일순간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민의 양과 작업의 질은 비례한다고 믿어요. 물론 제가 이제까지 깨달은 건, 하면 할수록 모르게 된다는 것이지만요(웃음).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면 할수록 모르겠는 게 예술이더라고요. 하지만 그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도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촬영 현장에 함께 동행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멋진 작품들 기대할게요.
네, 저도 마크 씨와 인터뷰하면서 제 작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 현장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마크 테토(MARK TETTO)

마크 테토(MARK TETTO)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 생활 10년 차, 북촌의 한옥 마을에 거주하며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매일 누리고 있다. 경복궁 명예 수문장을 역임하고, 한국 공예품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을 가장 사랑하는 외국인 중 한 명. 매달 〈리빙센스〉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다정한 시선으로 관찰해온 마크 테토가 <리빙센스>와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나 나누는 이야기. 이번 호에는 사진 작업을 통해 사유의 흔적을 표현해온 이명호 작가를 만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
촬영협조
파인비치골프링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