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의 바탕이 되는 집’을 바라던 건축가 부부는 하얀 2층집을 짓고, ‘푸른집’이라 이름 지었다.
가족과 건축 인생을 위한 한걸음
건축학과 동기로 만난 김근혜, 박민성 소장에게는 아낌없이 주고픈 딸이 있다. 건축가의 딸이라 이름도 하임(heim), 독일어로 ‘집’이라는 뜻이다. 아이를 낳고 부부는 건축가로서도 새 출발을 했다. 플라노건축사사무소를 차리고, 3년간 전국을 누비며 활동했던 이들의 작업 중 하나는 2019년 경주시 건축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집을 짓고 부모님과 함께 살아보는 건 어떨까?” 부부는 재작년, 부모이자 건축가로서의 삶을 꽃피우는 데 큰 힘이 되었던 친정 부모님과 살 집 짓기에 돌입했다. 외갓집이 있던 진주 혁신도시의 땅을 알아보던 중 남편 박민성 소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고. 아내 김근혜 소장은 하임이의 미소가 바로 떠올랐고, 건축 인생에 큰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 집의 설계를 시작했다.

자연이 자연스럽게 스미도록
공원의 산책로와 이끼 정원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지고, 한식 창호 너머 식물의 고요한 에너지를 느끼는 곳. 건축을 내세우기보다 환경과 자연을 담고 싶었기에 하얀 집은 이토록 푸르다. 푸른집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조경 전문가와 협업했다. 조경과 가구는 집을 짓고 남은 돈으로 해결하는 게 보통이지만 건축가 부부는 생각이 달랐다. 건축과 조경, 가구를 한 흐름으로 계획한 것. “공원을 끼고 있는 땅의 잠재력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공원과 만나는 부분에 이끼 정원을 배치하고, 거실을 지나 마당까지 소통하는 공간으로 기획해 가구의 소재와 배치까지 미리 준비했어요.” 공원을 뒷마당 삼은 푸른집은 대지면적이 좁은 도심형 주택의 한계를 기능적으로 해결하며 서정적인 풍경까지 얻었다.

부모님이 머무는 1층 침실.
단순한 미감에 녹여낸 기능성
1층은 외부 공간과의 소통을 강화했지만 현관에서 거실, 다이닝 공간으로 이어지는 정직한 흐름이 아파트와 비슷하다. 부모님이 살던 집과 비슷한 구조로 설계해 안정감을 느끼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반면 2층은 다채로운 디자인이 돋보인다. 부실별로 층고가 다르고, 사선으로 디자인한 테라스, 미로처럼 연결된 침실의 복도까지. 김근혜 소장 역시 천창으로 재미를 더한 2층의 가족실을 가장 좋아한다. 이웃집으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채광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천창을 계획했는데, 덕분에 일상이 빛으로 가득하다. 사실 천창은 비싸고 단열과 유지 관리 문제 등의 단점이 많은 요소라 건축가 입장에서는 어렵게 결정한 부분이었다고. 창문 하나를 만들더라도 그 이유와 결과가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게 건축이다. 부부는 건축에서 ‘복잡한 요구 조건을 반영해 끊임없이 단순화’하는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계처럼 집 안에서 반복하는 행위들을 편하고 아름답게 만들 순 없을까? 이불을 개고, 이를 닦는 모습까지….
일상 하나하나가 모여 영화가 되면 어떨까?”

일상이 영화처럼 기록되는 순간들
“르 코르뷔지에가 한 말이 있죠.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A house is a machine for living in)’. 기계처럼 집 안에서 반복하는 행위들을 편하고 아름답게 하려고 고민했어요. 이불을 개고, 이를 닦는 모습까지…. 집에서의 장면 하나하나가 모여 영화가 되면 어떨까?” 부부가 바라던 대로, 아파트를 벗어난 가족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아침 일찍 안개 낀 고요한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며 건축과 삶에 더욱 충실하게 된 부부, 손녀와 함께 마당에 패랭이를 심으며 남은 삶에서 가장 젊은 날을 보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정원에서 하루를 보내며 꽃들과 함께 자라는 하임이까지. 집 안 곳곳에 부부가 계획했던 건축적 시퀀스가 펼쳐지며 가족은, 영화보다 특별한 매일을 맞이하고 있다.
HOUSING INFO
대지면적 301.7㎡(91평)
건축면적 170.87㎡(52평)
연면적 198.76㎡(60평)
건폐율 56.6%
용적률 65.8%
건물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마감재 외벽_외단열 미장 마감, 내벽_벽지(개나리벽지), 타일(화신), 바닥_원목마루(지복득마루)
창호재 이건창호, VELUX 천창, 토도크리스탈
건축 설계 플라노건축사사무소
시공 반도
주방 가구 와셀로
조경 심다(식물큐레이션)
‘자연과 사람의 바탕이 되는 집’을 바라던 건축가 부부는 하얀 2층집을 짓고, ‘푸른집’이라 이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