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핑크에서 쿨한 블루까지, 다채로운 빛깔을 발산하는 프리즘 유리가 신혼집에 마법을 걸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가 샘솟는 공간, 그래서 늘 신혼 같을 수밖에 없는 집.
80.2㎡

오묘한 빛깔과 광채에 반하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부부가 되는 변재원, 권소연 씨 커플. 이들이 신혼집으로 정한 곳은 변재원 씨가 살던 30여 년 된 빌라다. 워낙 밖에 나가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변재원 씨는 집을 가꿀 겨를 없이 살았던 반면 권소연 씨는 잘 꾸며놓은 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던 터. 커플은 오래된 창호부터 불편한 구조까지 모두 다 개조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해결해줄 디자이너로 리유디자인의 신유은 실장을 점찍었다. “자료를 찾던 중 리유디자인 작업이 눈에 들어왔고, 때마침 을지로에서 전시를 한다고 해서 가봤어요.” 작년 가을 커플이 찾았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을지공존’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만든 가구와 소품들을 선보인 자리. 신유은 실장은 일명 오로라 유리라 불리는 다이크로익 필름 접합 유리로 만든 테이블을 갖고 나왔다. “두 분이 테이블을 보더니 이 오로라 유리를 인테리어에 적용해달라고 했어요.” 홀로그램 효과가 있는 오로라 유리는 상업 공간에는 무난하지만 주거 공간에는 다소 과감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 하지만 감각적인 커플의 단호한 선택과 4년 전부터 오로라 유리를 다채롭게 활용했던 디자이너의 만남은 개성 강한 스펙트럼을 지닌 신혼집을 탄생시켰다.

폭이 좁은 발코니지만 패턴 타일을 붙이고 난간까지 교체한 덕분에 커튼을 젖혀놔도 부담이 없다. 선인장 화분은 미스데이지플라워, 자연광을 받아 오묘한 빛을 발하는 오로라 유리 테이블은 르리유(@le_leeu) 디자인이다.


주방과 현관 사이 벽을 길게 늘려 확장한 주방. 개수대 벽면 상부는 오로라 유리로 마감했다. 예비 신부가 고른 분홍색 타일과 오로라 유리에 반사된 냉장고 컬러가 주방 전체를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물들인다. 타일은 윤현상재, 팬던트 조명은 앤트레디션, 식탁과 의자는 비아인키노 제품.

주방과 현관 사이 벽을 길게 늘려 확장한 주방. 개수대 벽면 상부는 오로라 유리로 마감했다. 예비 신부가 고른 분홍색 타일과 오로라 유리에 반사된 냉장고 컬러가 주방 전체를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물들인다. 타일은 윤현상재, 팬던트 조명은 앤트레디션, 식탁과 의자는 비아인키노 제품.
곡선과 유리로 넓고 화사해지다
인테리어에 대한 주도권을 쥔 권소연 씨가 디자이너에게 요청한 건 주방과 현관 확장이었다. 신유은 실장은 주방과 벽을 맞댄 드레스 룸 일부를 주방으로 편입하고 냉장고 3대를 설치할 공간을 마련했고, 주방과 현관 사이 벽길이를 기존의 두 배로 만들어 현관과 주방을 동시에 확장했다. 물리적인 구조 변경은 ‘곡선’과 ‘유리’를 더해 시각적인 확장 효과까지 얻었다. 주방과 드레스 룸 사이 벽면, 실내로 길게 뻗어 들어온 현관과 거실 사이의 유리 파티션은 모서리를 둥글게 만듦으로써 시선이 곡선을 따라 옆쪽 공간까지 넘어가게 했고, 이로 인해 동선 또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주방과 현관 사이 생긴 가벽 상부에는 인테리어 개조의 출발점이자 하이라이트, 오로라 유리가 설치됐다. 시선의 각도와 주변 컨디션에 따라 다양한 색상과 광채를 발하는 이 유리 벽면은 신혼집에 핑크빛 로맨틱 무드부터 쿨한 미니멀 스타일까지 변화무쌍한 개성을 선사한다.

“현관에서 전면으로 보이는 드레스 룸과 욕실 문에 가늘고 길게 오로라 유리창을 냈어요. 문 상단 한쪽 모서리도 둥글게 곡선으로 마감했죠.” 신유은 실장의 유리와 곡선에 대한 절제된 통일성은 이 집의 완성도를 높여준 요소. 집의 완벽한 변신에 가장 감탄한 사람은 이곳에서 오래 살았던 변재원 씨다. 욕실에 욕조만 놓이면 충분하다던 그가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신한 집을 마주했을 때의 놀라움이란! “만약 계속 혼자 살았다면 이 집이 살기 좋은 공간이란 걸 모르고 지냈겠죠?”
사랑스러운 핑크에서 쿨한 블루까지, 다채로운 빛깔을 발산하는 프리즘 유리가 신혼집에 마법을 걸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가 샘솟는 공간, 그래서 늘 신혼 같을 수밖에 없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