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스타일로 연출한 집이라면 당연히 앤티크 가구가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생각할 터. 하지만 심플한 모던 디자인 가구도 프렌치 스타일의 시크함을 돋보이게 한다는 사실을 이 집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심플한 모던 디자인의 소파와 절제된 직선미가 돋보이는 샹들리에를 더해 세련된 프렌치 시크를 완성한 거실. 엄마 박지혜 씨와 아들 김승헌 그리고 반려견 ‘빠숑’이 함께 햇살 가득한 거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파는 로쉐보보아, 거실 조명은 메가룩스, 텔레비전 아래 놓인 사이드보드는 W101에서 구매했다.

심플한 모던 디자인의 소파와 절제된 직선미가 돋보이는 샹들리에를 더해 세련된 프렌치 시크를 완성한 거실. 엄마 박지혜 씨와 아들 김승헌 그리고 반려견 ‘빠숑’이 함께 햇살 가득한 거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파는 로쉐보보아, 거실 조명은 메가룩스, 텔레비전 아래 놓인 사이드보드는 W101에서 구매했다.
확고한 취향, 인테리어의 구심점이 되다
이웃 아파트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 탁 트인 전망과 평온한 입지 조건에 반해 이사를 결심한 박지혜 씨. 때마침 오랜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던 차, 셀프 인테리어를 결심했다.
“기존 집은 포셀린 타일 바닥의 모던한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이 집은 보다 따뜻하고 클래식한 느낌이 드는 프렌치 스타일로 꾸미고 싶었어요.”
특히 주방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는 직접 실현해보고 싶었다. 벽면 가득 냉장고와 수납장이 들어선 주방보다는 긴 벽을 따라 하부장만 일자로 펼쳐지는 깔끔한 디자인을 꿈꾼 박지혜 씨는 이를 위해 먼저 주방 가구 숍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주방 가구를 상담 받으면서 현실을 깨닫게 됐다고.
“혼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유하더군요.”
박지혜 씨의 취향을 파악한 주방 가구 숍에서 프렌치 스타일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코코리빙의 진은영 대표를 소개해줬고 이 ‘중매’는 의외로 빨리 결실을 봤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클라이언트가 전문가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신속 명확한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박지혜 씨는 주방 가구가 놓일 벽면을 천연 블랙 대리석 패널로 마감하고 싶어 했고, 디자이너는 이를 위해 주방 가구의 도어 디자인과 조색에 각별한 공을 들인 결과 블랙 벽면을 이 집의 구심점이자 확실한 매력 포인트로 완성했다.

주방도 거실의 일부가 되도록 웨인스코팅 벽면과 같은 느낌의 도어가 달린 주방 가구를 제작했다. 상부장을 생략하고 벽면을 블랙 천연 대리석으로 마감해 공간 집중도를 높이고 개성을 살렸다. 다이닝 테이블이 놓인 곳의 한쪽 벽에 벽난로 구조를 만들어 별도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식탁과 의자는 모두 깔리가리스 제품이다.
모던 디자인이 프렌치 스타일을 만났을 때
웨인스코팅과 헤링본 패턴 원목마루는 프렌치 스타일의 인테리어에서 기본 요소. 여기에 우아한 곡선과 섬세한 조각 장식이 더해진 앤티크 가구를 놓는다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프렌치 스타일이 완성될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집에서는 그런 가구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가구는 디자이너 도움 없이 박지혜 씨와 남편이 함께 선택했는데 소파와 식탁 모두 심플한 직선 라인의 모던 디자인이다.
“몇백 년 된 파리의 고급 아파트를 보면 배경은 전통 프렌치 스타일이지만 가구와 조명은 오히려 현대적인 디자인을 매치해 세련미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죠. 이 집은 바로 그런 대비와 반전 미학을 지향했습니다.”
진은영 대표가 전문가답게 가구와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신경 쓴 부분은 거실의 천장과 조명이다. 천장을 털어보니 30cm 정도 더 올릴 여유가 있었지만 스프링쿨러 같은 소방시설을 고려하니 거실의 가운데 부분만 높일 수 있었다.
“그래도 이 때문에 부피가 큰 샹들리에를 설치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죠.”
거실 조명은 고전적인 샹들리에를 간결한 직선과 곡선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프렌치 스타일의 배경과 모던 가구를 아우르는 매개체가 된다. 이 조명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집에서 머무는 즐거운 생활
“거실과 침실 벽면 모두 웨인스코팅으로 마감한다고 하자 남편이 살짝 놀라긴 했어요. 행여 집이 ‘공주풍’처럼 되는 거 아니냐며 말이죠.”
하지만 벽면을 화이트로 하고 오크 원목의 바닥에 모던한 가구를 매치하면 남편이 우려하는 바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기에 박지혜 씨는 남편을 쉽게 설득할 수 있었다. 게다가 부부가 함께 논현동 가구거리와 백화점 가구 코너를 돌아다닌 결과 절충주의 프렌치 스타일을 표현해줄 모던 가구를 찾았으니, 더 이상 부부 사이에 인테리어에 대한 이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 집에서는 휴일이면 무조건 밖으로 나갔어요. 차도 집 앞 카페에 나가 마셨을 정도였죠. 그런데 이 집에 들어온 후 남편도 저도 밖에 나가자는 말을 안 해요.”
공사를 끝내고 입주한 지 한 달 만에 라이프스타일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승헌이는 “먼저 집도 괜찮았어”라며 새집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이지만 남편은 서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방 테이블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이제 아이와 살림에 전념할 ‘엄마’ 박지혜 씨는 무엇보다 이국적인 스타일의 파우더 룸과 욕실이 있어 기쁘다. 언제든 이곳에 들어오면 리조트로 떠난 듯 휴식을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가족 중 가장 솔직한 반려견 ‘빠숑’이 헤링본 패턴 바닥 위를 리드미컬하게 뛰노는 걸 보니 이 집의 프렌치 스타일은 ‘모두를 위한 집’을 완성해준 탁월한 선택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프렌치 스타일로 연출한 집이라면 당연히 앤티크 가구가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생각할 터. 하지만 심플한 모던 디자인 가구도 프렌치 스타일의 시크함을 돋보이게 한다는 사실을 이 집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