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이너 부부는 최근 남산맨션 안에서 이사를 했다. 본모습을 지우지 않고 어루만져가며 완성한 공간에 편안함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따뜻하게, 믹스 매치
박지선 씨 가족이 사는 남산맨션은 1970년대 호텔로 계획돼 지어진 건물로 남산에 폭 싸여 조용하면서도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SWNA의 대표이자 산업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남편 이석우 씨는 결혼 전부터 이곳 남산맨션에서 살았다. 부부는 남산맨션에 신혼집을 마련해 6년간 지냈고, 올해 같은 라인의 높은 층으로 이사했을 정도로 남향에다 산이 바라보이는 이곳을 좋아한다. 부부는 6개월 전 집을 옮기며 기존 마감재와 구조에 어울리도록 살림을 배치했다. “콘셉트를 정하고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완벽한 화이트 톤이나 일관된 컬러는 차갑게 느껴져서요. 저희 부부가 선호하는 편안함, 따뜻한 느낌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가족의 동선과 시야에 맞게 가구와 소품을 놓다 보니 자연스럽게 믹스 매치가 됐어요.” 거실의 소파를 비롯해 테이블과 의자 모두 부부의 취향을 반영해 신혼 때 구매한 제품들로 묵직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함께 매치한 북유럽 디자인 소품과 벽에 걸린 작품과 화분이 가죽과 원목 가구의 무게감을 덜어내면서 밝은 에너지가 채워졌다.

부부는 거실에서 주로 음악을 듣고 독서를 하며 조용한 시간을 갖는다고. 집 안 곳곳엔 올리브, 무화과 등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소품은 노만코펜하겐과 무토 제품이 많은 편.

활발한 아이를 위한 재미난 놀이방
거실 복도를 지나면 남편의 서재와 아이의 공간이 차례로 등장한다. 여섯 살 아이와 사는 가족은 모든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아늑한 서재의 가림막 커튼 너머에는 골든햄스터, 스마일크랩, 거북이 집이 있다. 온도와 소리에 민감한 동물들을 위해 아늑한 환경을 만들어 온 가족이 함께 키우는 중. 아이의 놀이 공간은 침실과 가장 가까운 곳에 두었다. 그림 그리기와 장난감 만들기를 좋아하는 여섯 살 정준이에게 엄마 박지선 씨는 재미있는 공간을 꾸며주고 싶었다고. 풍부한 컬러와 소품이 아이의 감성을 자극할 만큼 다채롭다.
애착과 애정으로 빛나는 공간
남산맨션은 원래 호텔로 계획된 건물이라 규모에 비해 주방이 작고, 욕실을 건식으로 사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6년째 살고 있는 박지선 씨는 오히려 욕실이 산뜻하게 유지되는 등의 장점을 실감한다고. 커튼 너머로 독립된 주방, 세탁기 등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욕실, 선이 굵은 몰딩과 문선까지 기존 아파트와 다른 요소들이 개성으로 승화됐다. 새집 같진 않아도 내 집처럼 따뜻한 느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우선은 본인의 취향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살고 있는 공간에 애착을 가지고, 공간을 어루만지는 시간을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독창적이고 편안한 집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공간을 따뜻하게 채운 건 가구와 소품보다 사랑이 먼저였다.
산업디자이너 부부는 최근 남산맨션 안에서 이사를 했다. 본모습을 지우지 않고 어루만져가며 완성한 공간에 편안함과 생동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