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 새내기 유튜버 부부가 사는 신혼집. 널찍한 베란다가 있는 2000년대식 아파트에 따뜻한 감성을 입혔다.
2017년에 결혼한 고욱, 민다정 씨는 그동안 강원도 평창과 경기도 용인을 오가며 주말부부로 생활했다. 부부는 올여름 남편의 이직에 맞춰 용인에 30평대 아파트를 장만했다. 아내 민다정 씨는 요리, 살림을 두루 즐기는 집순이로 두 번째 신혼집 꾸미기에 열정적이다. 그녀가 집을 고른 첫 번째 기준은 ‘거실 베란다가 온전히 유지된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꾸리고 싶었기에 확장형 아파트는 제외했는데 운 좋게도 베란다와 창 너머로 숲까지 감상할 수 있는 지금의 집을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영화〈리틀 포레스트〉처럼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집을 꾸미고자 관련 업체를 찾다가 나무 소재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로멘토 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지호 디자이너를 만났다. “베란다를 확장하지 않아 공간이 협소해서 기존 가전, 가구 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했어요. 맥시멀 리스트인 집주인 부부의 수납을 해결하고, 스테인드글라스와 모자이크 타일 등을 소화하면서도 부담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마감재 선택에 신중했어요.” 민다정 씨와 김지호 디자이너는 서로 말이 유독 잘 통해 인테리어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고욱, 민다정 씨 부부는 ‘청춘의 아름다움, 고민부부’라는 유튜브 채널을 함께 운영한다. 부부는 앞으로도 예쁜 집을 활용한 다채로운 일상 콘텐츠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선반장은 언커먼하우스의 대물림 시스템 가구.
아날로그 감성이 빛나는
집주인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주방을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으로 꼽았다. 나무의 결이 느껴지는 주방 아일랜드와 창문, 유리문이 있는 상부장, 팬트리 공간 모두 민다정 씨의 꿈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대면형 주방 대신 거실과 분리된 아늑한 주방을 원했기 때문에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대책이 필요했다. 베란다로 나가는 미닫이 창호를 제거한 뒤 문을 달아 주방의 영역을 넓히고 ㄷ자형 아일랜드로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유리문이 있는 상부장과 창살 있는 창문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개방감을 더한다. 팬트리가 놓인 주방 베란다 벽면에는 원래 다이닝 룸과 통하는 창호가 있었다. 벽면을 가득 메운 창호를 제거해 벽을 세우고 선반을 놓아 주방 살림을 수납했다. 베란다 공간을 특히 강조했던 부부는 조적으로 쌓은 화단에 상추, 딸기, 블루베리와 각종 허브 등을 기른다. 남편은 종종 베란다가 시원하다며 매트에 누워 창밖 풍경을 감상한다고. 수영장처럼 푸른 모자이크 타일과 초록 식물이 어우러진 베란다가 일상에 청량제가 되어준다.

네모반듯한 모자이크 타일의 특별함
민다정 씨는 욕실과 주방, 안방의 파우더 룸 등에 모자이크 타일 인테리어를 요청했다. 작고 아기자기한 모자이크 타일 특유의 빈티지하고 정겨운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 오락기 게임 ‘팩맨’ 속 유령 캐릭터가 그려진 벽면은 그녀의 파우더 룸이다. 안방 욕실의 변기와 세면대를 떼고 파우더 룸으로 개조한 공간에 모자이크 타일로 개성을 더했다. 벽면의 중간 지점까지는 타일을, 나머지는 벽지로 마감해 깔끔하다.
공들인 욕실의 만족감
독특한 세면대가 놓인 욕실에도 사연이 많다. “외국 업체에 주문 제작하고 비행기를 타고 온 세면대예요. 도착하는 순간까지 깨질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설치할 때는 기술자분들이 너무 무겁다며 만류하셨어요. 결국 철제 프레임을 따로 제작해서 고정하기까지 금액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렇게 물을 틀기만 해도 예쁜걸요.” 키가 188cm인 남편의 키에 맞도록 조적으로 욕조를 만드는 등 욕실에 투자를 확실히 했다. 욕실의 컬러는 세면대에 맞춰 전체를 타일로 시공했다. 타일 중에서도 시공이 까다롭고 비용 부담이 크다는 모자이크 타일 인테리어에 대한 노하우를 디자이너에게 질문했다 “거실 욕실의 경우 작은 모자이크 패턴이 입혀진 300×600mm 크기의 타일이에요. 패턴 타일을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요. 모자이크 타일은 작을수록 줄눈의 색도 중요한데요. 줄눈에 따라 착시효과가 생겨서 줄눈 색이 밝을수록 채도가 약간 떨어져 보이고, 어두울수록 채도가 높아 보여요. 베란다 화단의 경우 색이 바랜 빈티지한 느낌을 내기 위해 밝은 회색 줄눈을 사용했답니다.”
추억이 업로드되는 우리 집
부부는 남편 고욱 씨의 제안으로 작년 10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어렸을 때부터 유튜브를 보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그는 “미래의 내 아이에겐 부모의 추억이 담긴 영상을 보여줘야지” 생각했다고. 부부가 함께한 여행부터 시작해 각자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V-log)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올리고 있다. 그 덕분에 집순이 아내와 활동적인 남편이 공동의 취미를 갖게 돼 대화 시간과 추억이 많아졌다. 카메라 등 장비를 두고 남편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던 취미방은 부부가 노트북을 켜고 마주하는 편집실이 됐다. 불필요한 붙박이장을 철거하고 벤치형 수납장과 조명을 설치한 건 디자이너가 제안한 아이디어. 자수를 놓고 책을 읽는 등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즐기는 민다정 씨를 위한 공간이다. 타일 한 장, 소품 하나에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부부의 집 안 곳곳에 둘만의 알찬 콘텐츠가 쌓여가고 있다.
1년 차 새내기 유튜버 부부가 사는 신혼집. 널찍한 베란다가 있는 2000년대식 아파트에 따뜻한 감성을 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