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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인류' 빈센트의

장난감 예찬

On September 19, 2019

빈센트가 사는 공간엔 말 그대로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게 많다. 특히 욕실 창가에 놓인 오리는 두 손으로 꽉 움켜쥐면 꽤액~ 하며 엄청난 소리를 낸다. “다 큰 어른 집에 웬 장난감?” 이 단순한 질문 하나가 ‘가능한 한 덜 늙게 사는 법’ 혹은 ‘뇌를 자극하는 일상의 방법’ 같은 철학적이면서 건강학적인 답변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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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가 손에 들고 있는 피에로는 이탈리아의 유명 완구 제품이다. 그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집에 들이면 삶이 처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장난감 하나. 빈센트 집 거실을 지나 화장실로 가는 길목엔 50~60cm 사이즈의 대형 도마뱀 인형 한 쌍이 놓여 있다. 컬러풀한 색상의 도마뱀을 밟으면 삑, 삐익~ 소리를 낸다. 바닥에 있는 걸 모르고 밟았다간 “아, 깜짝이야!” 할 일이다. 장식물 하나. 주방의 아일랜드 식탁 상단 환풍구에는 하트 모양의 유리 장식이 달려 있다. 심장 모양 하트를 유리로 감싼 장식물인데, 이 소품 하나로 집 안 분위기가 달달하다. 장난감 둘. 욕실 창가에는 대략 키가 30cm쯤 되는 흰색 오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몸은 온통 하얀데 주둥이는 노랗고 벼슬은 유독 빨개서 시선을 붙든다. 이 오리를 붙들고 움켜쥐면 꽤액 꽤액~ 하는 오리 울음을 큰 키만큼 우렁차게 내지른다. 생김새도 유쾌한 데다 내지르는 소리가 시원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다. 빈센트가 이 오리를 구한 곳은 아이들 장난감 가게가 아니다. 어느 애완용품점에서 구했다는데 애완견이 건드리고 깨물고 하는 용도란다. 오리의 사이즈를 고려하면 제법 덩치가 있는 견종을 위한 장난감일 듯하다. 애완견이 깨물고 장난치는 용도라서, 기존 아이들 장난감보다 더 튼튼한 재료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동남아 리조트에 있을 법한 도마뱀 소품. 거실이나 욕실로 향하는 길목에 놓여 있다. 집에 들른 손님들은 발에 밟히면 나는 삐익~하는 도마뱀 소리에 즐거워한다.

동남아 리조트에 있을 법한 도마뱀 소품. 거실이나 욕실로 향하는 길목에 놓여 있다. 집에 들른 손님들은 발에 밟히면 나는 삐익~하는 도마뱀 소리에 즐거워한다.

동남아 리조트에 있을 법한 도마뱀 소품. 거실이나 욕실로 향하는 길목에 놓여 있다. 집에 들른 손님들은 발에 밟히면 나는 삐익~하는 도마뱀 소리에 즐거워한다.

주방 아일랜드 식탁 상단에 달린 하트 장식품. 소품 하나로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방 아일랜드 식탁 상단에 달린 하트 장식품. 소품 하나로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방 아일랜드 식탁 상단에 달린 하트 장식품. 소품 하나로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루하고 따분한 어른의 공간에 필요한 것들
빈센트의 장난감 예찬을 듣고 나니 이 집의 장난감들이 더 마음에 든다. 물론 이 집 구석구석엔 이밖에도 많은 장난감과 장식물들이 위트 있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장난감들을 어디서 구했을까? 여행이나 쇼핑을 하다가 사기도 하고, 혹은 아이들 장난감 가게 같은 곳에 즐겨 들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 큰 어른이 왜 이런 장난감을 좋아할까. “장난감은 다 컸다고 착각하는 어른들에게 더 중요한 삶의 장치야. 생각해봐. 왜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주지? 뇌를 자극하기 위해서야. 머리를 영리하게 하려는 부모들의 씀씀이지. 뇌를 자극하는 물건들을 많이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해.” 나이 들수록 고루하고 점잖게 살아가는 이유가 있을까? 누가 가르쳐서 고루한 어른이 되는 건지,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그런 쪽으로 굳어지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요즘 시대, ‘어른은 처음이라서’, ‘아직은 서툰 어른들에게’, ‘어른도 아프다’ 등 일종의 어른 수업 같은 항목이 늘었다. 그만큼 재밌고 유쾌하게 사는 어른들이 적다는 얘기다. ‘어른 수업’이 한때의 유행이 된 이유? 빈센트의 장난감을 통해 즐겁게 살지 못하는 어른들의 현실을 생각한다. 꼰대 같은 어른이 늘었다는 건 우리들의 뇌가 어느 순간 즐거운 성장을 멈췄다는 것일까? 아이들처럼 즐겁고 재미난 것을 찾는 본능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빈센트가 건넨 처방전은 간단하다. “어른들만 있으면 고독하고 심심하잖아. 아이들이 있는 것처럼 살아보는 거야. 발로 밟으면 삐익 소리가 나는 것들을 집에 들이거나 하면서. 소리가 귀를 자극하는 요소라면 알록달록한 색상의 소품들은 시선을 자극할 수 있어. 어차피 우리 삶은 스스로 연출하는 거야. 가능하면 삶이 처지지 않는 쪽으로, 즐겁고 젊게 연출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거지. 인생이란 게 죽으면 무척 조용하잖아. 살아 있을 때 아이들 노는 것처럼 시끄럽게 살아보면 어떨까?” 빈센트가 장난감이나 소품을 고르는 방식이 있다. 이 방식은 심심하고 지루한 어른들의 삶을 자극하는 방식으로도 유용하다.  

욕실 창문에 놓인 유쾌한 생김새의 오리 인형. 두 손으로 움켜쥐면 꽤액~ 하며 엄청난 소리를 낸다. 미국의 애완용품점에서 구매했다. 개들이 물고 뜯는 장난감이라 엄청 튼튼한 재질이라고.

욕실 창문에 놓인 유쾌한 생김새의 오리 인형. 두 손으로 움켜쥐면 꽤액~ 하며 엄청난 소리를 낸다. 미국의 애완용품점에서 구매했다. 개들이 물고 뜯는 장난감이라 엄청 튼튼한 재질이라고.

욕실 창문에 놓인 유쾌한 생김새의 오리 인형. 두 손으로 움켜쥐면 꽤액~ 하며 엄청난 소리를 낸다. 미국의 애완용품점에서 구매했다. 개들이 물고 뜯는 장난감이라 엄청 튼튼한 재질이라고.

빈센트 부부가 수집한 그릇들 사이에 귀여운 오리 한 쌍이 자리 잡고 있다. 집 안 구석구석 적당히 자리한 소품들이 위트 있는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빈센트 부부가 수집한 그릇들 사이에 귀여운 오리 한 쌍이 자리 잡고 있다. 집 안 구석구석 적당히 자리한 소품들이 위트 있는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빈센트 부부가 수집한 그릇들 사이에 귀여운 오리 한 쌍이 자리 잡고 있다. 집 안 구석구석 적당히 자리한 소품들이 위트 있는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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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 아래 앵무새 유리공예품과 불상, 조각 하나가 놓였다. 이런 장치들이 갤러리 느낌을 만든다.

와인잔 아래 앵무새 유리공예품과 불상, 조각 하나가 놓였다. 이런 장치들이 갤러리 느낌을 만든다.

 

네 삶에 유쾌한 장난감 하나 들이며 사는 건 어때?
빈센트는 더 재미나고 튼튼하면서 값도 저렴한 장난감을 ‘득템’하는 요령이 있다고 했다. 아이들 장난감 가게보다는 애완용품점에 들르라는 것.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들은 결국 부모 지갑을 여는 거니까 가격이 더 비쌀 수 있어. 그런데 애완동물들은 뭐 사달라고 떼를 쓰거나 그러지 않잖아. 부모가 아닌 주인 입장에서 고르는 거니까 보다 합리적인 쇼핑을 하게 돼. 사람이 아닌 동물을 위한 제품이니까 값도 제법 저렴하지. 게다가 애완동물들을 위한 제품이면 개나 고양이가 물어뜯거나 할 수 있으니까 엄청 튼튼하게 만들거든. 애완용품 시장이 이만큼 커진 게 한 10년 됐을까? 그들은 시장의 평판을 얻기 위해 열심히 정직하게 만들고 있어.” 빈센트의 장난감 쇼핑법을 듣다가 잠시 마당으로 나왔다. 여름날만 느낄 수 있는 한줄기 바람이 불었다.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땡그랑 청명한 소리를 냈다. 평소엔 듣지 못한 낯선 소리에 뇌가 잠시 시원했다. 빈센트가 거실 문을 빼꼼하게 열고 말을 걸었다. “현대인은 말야, 어른이 되고 직장이란 걸 잡으면서 뇌가 둔해지기 시작해. 직장에서는 툭하면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얘기하지만, 그거 다 사기야. 정작 뇌를 자극하는 환경은 틀어막고서는 어디서 들은 거창한 구호만 외치잖아.” 어른의 뇌가 멈춘 세상을 구할 해법으로 뭐가 있을까? 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풍경이 소리를 냈고, 빈센트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장난감을 사주지 않으면 사지 않는 나이란 게 있잖아. 그렇다고 장난감의 재미를 잊고 살아갈 거야? 네 삶에 장난감 하나쯤 들이며 사는 건 어때?”

가회동 한옥의 마당 처마에 매달린 풍경들. 하나는 해파리 모양으로 특이하고 또 하나는 단정한 모양새다. 풍경이 내는 맑은소리에 집중해서 구한 소품들이다. 빈센트의 집에서는 소리나 색상, 모양 등 오감을 자극하는 소품들이 공간을 유쾌하게 만든다.

가회동 한옥의 마당 처마에 매달린 풍경들. 하나는 해파리 모양으로 특이하고 또 하나는 단정한 모양새다. 풍경이 내는 맑은소리에 집중해서 구한 소품들이다. 빈센트의 집에서는 소리나 색상, 모양 등 오감을 자극하는 소품들이 공간을 유쾌하게 만든다.

가회동 한옥의 마당 처마에 매달린 풍경들. 하나는 해파리 모양으로 특이하고 또 하나는 단정한 모양새다. 풍경이 내는 맑은소리에 집중해서 구한 소품들이다. 빈센트의 집에서는 소리나 색상, 모양 등 오감을 자극하는 소품들이 공간을 유쾌하게 만든다.

빈센트가 장난감이나 소품을 고르는 방식!
1 가끔 장난감 가게나 애완용품점에 들러볼 것.
2 컬러풀하거나 재미난 소리를 내거나 하는 오감을 자극하는 물건들을 발견하기.
3 그중 튼튼하고 안전한 것들을 고를 것.
4 집의 적당한 공간에 어울리는 장난감을 집어올 것. 삶에 위트를 주는 방법은 이것으로 끝.

빈센트가 사는 공간엔 말 그대로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게 많다. 특히 욕실 창가에 놓인 오리는 두 손으로 꽉 움켜쥐면 꽤액~ 하며 엄청난 소리를 낸다. “다 큰 어른 집에 웬 장난감?” 이 단순한 질문 하나가 ‘가능한 한 덜 늙게 사는 법’ 혹은 ‘뇌를 자극하는 일상의 방법’ 같은 철학적이면서 건강학적인 답변으로 이어졌다.

Credit Info

기획
정미경 기자
강승민
사진
이지아(스튜디오 다)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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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기자
강승민
사진
이지아(스튜디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