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 아내, 낚시왕 남편. 세월 좋은 50대 중년 부부가 사는 이상적인 주상복합아파트.

여유로운 공간, 자유로운 삶
남상현 씨는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욜로족의 마인드로 인테리어를 결정했다. “100세 시대, 평균 수명 80세라도 내일 당장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게 사람 일이잖아요. 저는 집순이니까, 제 몸에 맞춤 정장처럼 딱 맞는 집을 꾸며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녀는 남편과 함께 지하철, 마트 등의 기반시설이 발달된 광교 라이프를 좀 더 즐기기로 하고 접근성이 좋은 옆 동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동선이 편리하면서도 우아한 집을 림디자인에 요청했다. 림디자인의 이혜림 디자이너는 먼저 현관, 주방, 안방의 데드 스페이스를 살폈다. 주방의 팬트리를 철거하니 6인용 식탁이 들어갈 여유가 생겼다. 주방의 수납공간은 홈 바와 붙박이장으로 알차게 구성했다. 붙박이장으로 빼곡했던 현관의 한쪽 면에 콘솔형 장과 거울을 놓아 어두웠던 분위기를 전환하기까지. 집주인을 닮아 시원시원하면서도 품격 있는 인테리어는 구조 변경에서 시작됐다.

조형미가 돋보이는 모던 클래식 스타일
인테리어 경험이 많았던 50대 부부는 새로운 공간에 중년의 중후함이 깃들길 원했다. 브라운, 그린처럼 짙은 컬러를 선호하는 부부의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무겁거나 고루해 보이지 않도록 연출하는 게 주요 과제였다. 디자이너는 채도가 낮은 올리브그린 컬러로 거실의 분위기를 잡았다. 부드러운 색상의 올리브그린이 안방과 거실을 연결하는 무늬목과 조화로우면서도 느긋한 기분이 들게 한다. 곡선으로 처리된 주방 입구, 모서리가 둥근 천장, 클래식한 웨인스코팅 벽면 등 입체적 조형미를 가진 요소들로 공간에 표정을 더했다.
도시 어부 남편의 취향을 존중하며
남상현 씨 남편은 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CEO지만 본업이 어부냐는 농담을 종종 듣는다. 강, 바다 등 장소는 물론 장르와 계절을 가리지 않는 낚시 마니아로 관련 장비가 방 하나를 채운다. 낚시 창고를 따로 쓰던 남편을 위해 아내는 특별히 취미방을 꾸몄다. 관건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효율적인 수납. 양쪽 면에 가방과 옷을 보관하도록 붙박이장을 설치해 드레스 룸처럼 완성했다. 창가의 아일랜드 서랍장과 아크릴 선반은 특히 공을 들인 부분. 보통은 선글라스나 액세서리를 수납하는 아일랜드 서랍장에는 낚싯대 릴이 종류별로, 주문 제작한 아크릴 선반엔 낚싯대가 칸마다 5개씩 도열했다. 외부 활동이 많은 남편을 위한 드레스 룸도 별도로 마련했다. 취미방과는 달리 대부분이 개방되어 있는 형태로 옷의 위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부부의 품격을 담은 안방
안방은 침대 2개, 옷장, TV, 서랍장이 모두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널찍하다. 욕실로 향하는 복도, 드레스 룸으로 쪼개져 있던 공간을 하나로 만드는 대공사의 결과물이다. 구조 변경과 더불어 부부는 호텔식 인테리어를 디자이너에게 요구했다. 디자이너가 진지하게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는 안방에 위치한 욕실 입구였다. 안방과 곧장 연결된 욕실이 호텔식 인테리어의 아늑한 분위기를 해칠까 걱정했던 것. 부부에게 매일 호캉스를 즐기는 기분을 선물하고 싶었던 디자이너는 루버 디자인을 대안으로 떠올렸다. 먼저 욕실 현관문은 루버 디자인의 슬라이딩 도어로 한 번 더 가렸다. 반듯한 직선의 장식이 더해진 도어가 무늬목의 벽면에 운치를 더하며 침대에서 욕실로 향하는 시선을 차단한다. 침대의 헤드 역시 루버 장식과 가죽으로 디자인해 호텔의 트윈 베드 객실처럼 꾸몄다. 안방에 적용된 무늬목은 거실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부부는 아늑한 침실에서 숙면을 하고 거실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는 주말에 행복을 느낀다고. 서로의 취미와 취향을 아끼는 부부는 황혼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즐기며 산다.
집순이 아내, 낚시왕 남편. 세월 좋은 50대 중년 부부가 사는 이상적인 주상복합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