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렌시아(Querencia)’란 투우장의 소가 투우사와의 싸움 중에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영역을 말한다. 쉼을 중요시하는 시대를 반영하듯 트렌드의 키워드로 꼽힌 케렌시아. 배우 황인영과 류정한 부부는 심신을 충전할 가족만의 케렌시아를 경기도 양평에 지었다.
아이를 위해 마련한 마당 있는 집
황인영, 류정한 부부는 자녀가 건강한 심신을 지닌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길 염원한다. 스마트폰과 텔레비전을 멀리하고 자연 친화적으로 키우고 싶어 전원에서의 생활을 로망으로 가졌다. “우연히 보게 된 지금의 집터가 주는 아늑함에 매료됐어요. 읍내와 가까우면서도 마치 산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이웃으로부터 사생활이 보호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죠. 이곳에 우리를 위한 단 하나뿐인 집을 의뢰했어요.” 더이레츠의 김호현 대표는 집과 마당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커튼월 디자인의 창을 적용했다. 거실에 앉으면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인테리어를 담당한 샐러드보울디자인스튜디오의 구창민 대표는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로 구성된 차가운 외관과는 반대로 집 내부는 따뜻한 우드를 활용해 균형을 맞췄다.
자연 경관을 담은 집
집 주변은 높은 건물 없이 뻥 뚫려 있다. 그 덕에 비, 바람, 햇빛을 막아줄 장치가 필요했다. 김호현 대표는 “‘Less is more’을 기억하며 단열과 방수 같은 구조물은 최대한 감추고 기둥 골조는 눈에 보이도록 작업했어요”라며 건축의 전체 콘셉트를 언급했다. 이에 지붕이 온전히 기둥에만 의지한 채 떠 있는 듯한 형상이 완성됐다. 기둥과 처마 공간은 한국의 전통 건축물인 누각을 떠오르게 한다. 가족 공용의 공간인 거실과 주방(앞쪽),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뒤쪽)로 구분해 별도의 동을 만들고 가운데에 복도를 두어 ‘공(工)’ 자 모양의 건축물을 완성했다. 앞쪽 건축물은 8개의 기둥이 긴 지붕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길게 드리워진 처마를 따라 데크를 깔았다. 경사진 대지의 두 층은 계단으로 연결했다. 멀리서 보면 뱃머리 같고, 가까이서 보면 야외 공연장 같은 매력을 갖고 있다.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
오롯한 휴식을 원하는 부부를 위해 구창민 대표는 집 안으로 따뜻한 자연을 담았다. 장식적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면서 화이트 컬러와 우드 소재만 사용했다.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안주인 황인영을 위해 오픈형 아일랜드를 전면에 배치했다. 요리를 하는 중에도 잔디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를 바라볼 수 있게 배려한 것. 신장 170cm가 넘는 황인영을 위해 아일랜드의 높이도 높였다. 아이가 크면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확장이 가능한 테이블도 함께 매칭했다. 벽 쪽으로는 전면 수납장을 배치해 깔끔함을 강조했고, 안쪽에는 오픈형 수납장으로 인테리어에 재미를 더했다. 앞동 지붕을 바치는 2개의 기둥 역시 실내로 들여와 변화를 꾀했다.
케렌시아의 정수
화장실은 황인영이 꿈에 그리던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그녀는 아파트의 작고 꽉 막힌 화장실을 좋아하지 않았다. “볼일만 보는 그런 곳이 아닌,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하는 공간을 꿈꿔왔어요.” 반신욕 마니아인 그녀와 물놀이를 즐길 아이를 위해 수영장처럼 바닥을 판 고정식 욕조로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이게 했다. 구창민 대표는 ‘쉼’을 테마로 두고 덜어내는 작업에 치중했다. “타일이라는 일반적인 마감재 대신 마치 타일을 제거한 듯한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내추럴하게 표현했어요.” 그는 황인영이 반신욕을 하면서 다과 시간을 갖거나 대본을 읽을 수 있도록 나무 선반을 직접 제작했다. 가족이 함께 씻어도 좋을 넓은 2개의 세면대는 곡선을 넣어 직선이 가득한 디자인에 재미를 더한다. 더불어 욕조에서 외부로 나갈 수 있도록 데크를 설치해 더 나은 쉼과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부부만을 위한 공간
뒷동에는 침실 2개와 화장실, 다용도실이 자리한다. 앞쪽 건축물과 달리 소박하고 단순하게 구성했고, 경제성을 위해 경량 철골과 ALC 블록으로 마감했다. 방들은 창문을 높여 더욱더 프라이빗하게 만들었다. 메인 침실은 19개월 차 딸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매트리스만 길게 연결시켜 완성했다. 침대 옆으로 드레스 룸과 연결된다. 꽉 막힌 문이 아닌 적당한 투시도를 갖고 있는 슬라이딩 도어로 확장 효과를 더했다. 슬라이딩 도어는 젠 스타일로 따뜻한 무드를 배가한다. 현재 뮤지컬 공연에 매진 중인 류정한과 곧 드라마 작업을 시작할 황인영이 그들의 ‘케렌시아’에서 에너지를 충전한 후 마음껏 발산하기를 바란다.
‘케렌시아(Querencia)’란 투우장의 소가 투우사와의 싸움 중에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영역을 말한다. 쉼을 중요시하는 시대를 반영하듯 트렌드의 키워드로 꼽힌 케렌시아. 배우 황인영과 류정한 부부는 심신을 충전할 가족만의 케렌시아를 경기도 양평에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