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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아래 기둥 네 개를 세운 집

산수간(山水間) 바위 아래

On February 25, 2019 0

‘산수간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 그 모른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 어리고 향암(鄕闇)의 뜻에는 내 분(分)인가 하노라.’ 조선시대 시인이자 문신 윤선도는 자신의 시 <만흥(漫興)>에서 산 아래 집을 짓고 사는 호젓함을 그렇게 노래했다. 옛 시인의 시처럼 자연 아래 기둥 네 개를 세운 집, ‘산수간’에서 은퇴 계획을 세운 부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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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간의 거실. 양(陽)의 공간을 상징하는 곳으로 넓은 창과 단순한 공간 구성이 돋보인다.

산수간의 거실. 양(陽)의 공간을 상징하는 곳으로 넓은 창과 단순한 공간 구성이 돋보인다.

집의 외관 구획에는 소나무들이 커갈 자리도 마련했다. 본래 그곳에 있던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 집의 일부로 받아들인 것.

집의 외관 구획에는 소나무들이 커갈 자리도 마련했다. 본래 그곳에 있던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 집의 일부로 받아들인 것.

집의 외관 구획에는 소나무들이 커갈 자리도 마련했다. 본래 그곳에 있던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 집의 일부로 받아들인 것.

최소의 방, 최대의 공간
“물 흐르듯 단순하게 살고 싶었어요. 욕심은 만병의 근원이니까요. 삶을 다하는 그날까지 살고 싶은 집에서 살다가, 그날이 오면 저기 소나무 아래에 묻히고 싶어요.” 집주인 이창식 씨가 멋지게 휘어진 소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직장생활 35년 차, 마침내 꿈에 그리던 시골의 단독주택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한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아주 편안해 보인다. 도심에서 40여 년을 살아온 이창식 씨와 그의 아내는 충북 제천에 위치한 호젓한 시골 마을에서 주말을 보낸다. 현재는 도시로 돌아갈 힘을 얻는 공간으로 쓰이지만, 은퇴 후 부부가 호젓하게 머물 공간으로 계획한 곳이다. 15년 전 제천 금수산에 오르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그는 이 땅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돌과 나무가 많고 경사진 땅이라 집을 짓는 데는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주변 산세와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이창식 씨 부부가 본격적으로 노후 주택의 꿈을 실현한 것은 그로부터도 10년이나 더 지난 3년 전이다. 도시에서 쉬 볼 수 있는 형태의 단독주택을 의뢰받고 현장을 찾은 목금토 건축사사무소의 권재희 소장은 이창식 씨 부부와는 다른 의견을 냈다. “뒷산의 형태와 나무, 땅이 이루는 절경을 보고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싶었어요. 땅의 모양새에 맞게 집의 구조를 매만져야겠다고 생각했죠.” 건축가는 동양사상에서 말하는 음(陰)과 양(陽)의 철학이 이 땅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계획한 것과 자연스러운 것이 어우러진 집,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나가기 위한 최대의 것과 최소의 것이 모인 설계도면이 그려졌다. 자연의 시선에 맞춰 낮게 설계된 집은 좌우로 넓게 펼쳐져 있다. 산세와 어우러지는 높이의 2층에는 옥상을 두어 자연과 어울려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계획됐다. 그렇게 빛이 호방하게 드는 넓은 거실인 양의 공간, 이끼 정원을 마주하는 정주의 방인 음의 공간, 만흥을 즐길 수 있는 정자가 있는 2층 옥상으로 구성된 단순한 공간 구성이 제천의 소나무 숲 아래 병풍처럼 펼쳐졌다. 

경사진 땅을 계단식으로 구획해 산세를 바라볼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형태로 꾸민 정원.

경사진 땅을 계단식으로 구획해 산세를 바라볼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형태로 꾸민 정원.

경사진 땅을 계단식으로 구획해 산세를 바라볼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형태로 꾸민 정원.

HOUSING INFO
대지면적 977㎡
건축면적 140.07㎡
연면적 142.65㎡
건폐율 14.34%
용적률 14.60%
건물 규모 지상 2층
주차 대수 1대
최고 높이 7.2m
공법 기초_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_철근콘크리트
구조재 벽_철근콘크리트
지붕_철근콘크리트 우레탄 방수
마감재 지붕_컬러 강판
외벽_청고벽돌
단열재 비드법 단열재 2종 3호 120㎜
창호재 이건창호 이중창호, 필로브 이중창호
바닥재 포세린 타일(유로 세라믹)
조명 램프랜드
데크 멀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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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간의 외관. 주변의 자연 색감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회벽돌로 마감했다.

산수간의 외관. 주변의 자연 색감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회벽돌로 마감했다.

  • 산수간의 외관. 주변의 자연 색감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회벽돌로 마감했다.산수간의 외관. 주변의 자연 색감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회벽돌로 마감했다.
침실로 들어서는 복도. 바깥에 위치한 나무와 바위를 기준 삼아 창의 크기와 모양을 냈다. 사계절이 다른 화폭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침실로 들어서는 복도. 바깥에 위치한 나무와 바위를 기준 삼아 창의 크기와 모양을 냈다. 사계절이 다른 화폭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침실로 들어서는 복도. 바깥에 위치한 나무와 바위를 기준 삼아 창의 크기와 모양을 냈다. 사계절이 다른 화폭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돌과 이끼와 소나무, 음(陰)의 공간에서 정주하며
“산수간(山水間)은 자연 속에서 네 개의 기둥을 두어 집을 삼고, 그 모든 자연을 내 집처럼 여기며 산다는 뜻이 담겨 있죠. 덜어내기를 실천하며 자연 속에 머무는 삶을 꿈꾸는 건축주의 태도와도 궤를 같이해요.” 권재희 소장의 도면과 의견은 모두 이창식 씨 부부의 맘을 꿰뚫었다. 산수간에서 보내는 주말에 대한 소회는 안목 높은 건축주가 자신을 잘 읽어낸 건축가를 제대로 만났다는 것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곳에 오면 모든 것을 내려놓게 돼요.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다가 온 다음 날일지라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가’ 합니다. 그게 좋아요.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안함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되는 공간이에요.” 정주하는 삶을 위한 집으로 구획된 산수간. 이곳에서 음을 상징하는 공간은 침실이다. 남쪽 면에 작은 창을 내고 동쪽 면으로 큰 창을 내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도록 구획한 점이 특별하다. 이런 설계는 본래 그 자리에 있던 자연물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 아침이면 소나무 숲으로 드는 빛이 잠을 깨우고, 아주 오래된 큰 바위들이 이끼 정원을 만든다. 이렇게 음의 공간에서는 집을 둘러싼 자연이 사람을 이롭게 하고, 사람이 다시 자연에 이롭도록 맞추어 나가는 삶이 지속된다. “원래 있던 소나무를 그대로 두었죠. 집의 외관 설계를 고쳐 소나무와 함께 살고자 했어요. 그 덕에 집을 시공하는 동안 일하는 이들이 그 아래 그늘에서 밥을 먹고 쉴 수 있었죠. 생명을 살리니 그것에 대한 보답을 주는 것처럼요.”

건식으로 꾸민 욕실.

건식으로 꾸민 욕실.

건식으로 꾸민 욕실.

이끼 정원을 내다볼 수 있는 가족탕.

이끼 정원을 내다볼 수 있는 가족탕.

이끼 정원을 내다볼 수 있는 가족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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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낸 창으로 보이는 소나무 숲.

동쪽으로 낸 창으로 보이는 소나무 숲.

  • 동쪽으로 낸 창으로 보이는 소나무 숲. 동쪽으로 낸 창으로 보이는 소나무 숲.
  • 남면으로 낸 작은 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고, 동쪽으로 낸 큰 창으로 소나무 숲이 보인다. 침구는 크라운구스 100수 자뎅 컬렉션. 남면으로 낸 작은 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고, 동쪽으로 낸 큰 창으로 소나무 숲이 보인다. 침구는 크라운구스 100수 자뎅 컬렉션.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을 연상케 하는 계단.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을 연상케 하는 계단.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을 연상케 하는 계단.

자유를 누리는 양(陽)의 공간
빛이 호방하게 드는 거실은 동양철학에서 상징하는 ‘양’을 모티프로 계획한 공간이다. 시선을 가로막는 가구나 벽이 없어, 그 자체만으로도 밝은 느낌을 선사한다. 한쪽 벽면을 통유리창으로 설계해 지역의 기후와 풍광을 그대로 집 안에 들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이 공간에서 부부가 가장 즐거운 때는 비가 오는 날이라고. 병풍처럼 펼쳐진 소나무 숲에 빗줄기가 떨어져 내리는 소리를 듣노라면 부부는 종종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충만함을 느낀다. 탁 트인 거실 공간의 우측으로는 구름처럼 보이는 계단이 있다. 사람과 음악을 좋아하는 부부가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좋도록 구획한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무대와 정자,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의 역할까지 하는 옥상은 자연을 굽어보기보다 그들의 시선에 맞춰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퇴직 후 삼수갑산을 즐기며 살고 싶어요. 도시에서 살았던 기억을 모두 잊고 시골에서 무위의 삶을 누리고 싶죠. 나이가 들어 즐기지 못하는 시점보다는 몸이 건강할 때 주변의 모든 것을 제대로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이번 주말에도 부부는 다시 산수간을 찾는다. 한 주를 기다려 그들의 진짜 삶이 있는 곳으로 간다. 땅과 집에 대한 애정이 삶으로 번져나갈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은 부부가 이 집에 머물며 깨달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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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공간인 거실에는 주방 겸 다이닝 공간으로 쓰이는 아일랜드만을 두었다.

양의 공간인 거실에는 주방 겸 다이닝 공간으로 쓰이는 아일랜드만을 두었다.

  • 양의 공간인 거실에는 주방 겸 다이닝 공간으로 쓰이는 아일랜드만을 두었다. 양의 공간인 거실에는 주방 겸 다이닝 공간으로 쓰이는 아일랜드만을 두었다.
  • 만흥을 즐기기 위한 옥상 공간에는 무대와 정자를 배치해 목적에 따라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만흥을 즐기기 위한 옥상 공간에는 무대와 정자를 배치해 목적에 따라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 정자의 바닥 면에는 온돌을 놓아 겨울에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했고, 창호지 대신 유리문을 달아 계절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 정자의 바닥 면에는 온돌을 놓아 겨울에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했고, 창호지 대신 유리문을 달아 계절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

‘산수간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 그 모른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 어리고 향암(鄕闇)의 뜻에는 내 분(分)인가 하노라.’ 조선시대 시인이자 문신 윤선도는 자신의 시 <만흥(漫興)>에서 산 아래 집을 짓고 사는 호젓함을 그렇게 노래했다. 옛 시인의 시처럼 자연 아래 기둥 네 개를 세운 집, ‘산수간’에서 은퇴 계획을 세운 부부를 만났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프리랜서)
사진
김덕창
설계
목금토 건축사사무소(http://mokgeumto.co.kr/)
시공
성진건설, 박승훈 목공소

2019년 2월

이달의 목차
기획
박민정(프리랜서)
사진
김덕창
설계
목금토 건축사사무소(http://mokgeumto.co.kr/)
시공
성진건설, 박승훈 목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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