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준 좋은 기억만을 모은 집.


백화원의 2층은 옥상으로 연결된다. 시골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정했지만 시야를 가리는 집들이 생기자 추가한 것. 이곳의 옥상에서는 한적한 마을 풍경과 주변의 산세를 즐길 수 있다.

백화원의 2층은 옥상으로 연결된다. 시골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정했지만 시야를 가리는 집들이 생기자 추가한 것. 이곳의 옥상에서는 한적한 마을 풍경과 주변의 산세를 즐길 수 있다.
삶의 화양연화를 기억하는 집
서울 근교 한적한 시골 마을, 아이보리 톤의 타일 벽으로 둘러싸인 가로로 긴 집이 있다. 높다란 지대 위 경사진 땅에 자리해 옥상에 올라서면 마을 주변의 경관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겉으로 보기엔 고래등같이 커다란 집 같지만 자세히 볼수록 소담하다. 가로로 긴 두 동의 집이 듀플렉스처럼 따로 존재하고, 형태는 투박하리만치 단순하다. 설계를 맡았던 IWMW 스튜디오의 백인화, 백명화 공동 소장은 이 집에 살 사람들의 기억에 기반해 밑그림을 그렸다. 이주영 씨 가족이 한옥에 거주하던 때가 그들의 화양연화(花樣年華)다. 그래서 이 집은 작은 방과 가로로 긴 회랑, 대청마루와 독립된 주방 두 개가 나란하게 펼쳐진다. 모든 창을 통해 넓은 앞마당과 한적한 시골길이 보인다. 봄이면 낮은 담장 너머로 백 가지의 꽃과 나무들이 펼쳐지고, 가을이면 가족은 마당 한쪽에 마련한 파이어피트의 모닥불 앞으로 모여들 것이다. 양평에 위치한 백화원은 기억보다 더 나은 기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됐다.
층고 높은 거실과 안락한 서재
이주영 씨 가족은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했다. 아주 오래전 영국의 전원 마을에서 아이들의 유년을 돌보았고, 아이들이 커서 집을 떠난 후에는 부부가 외딴 시골의 한옥에서 삶을 꾸렸다. 물론 온 가족이 함께 아파트에서도 살아봤다. 삶의 어느 국면에 들어섰을 때, 이주영 씨 가족은 드디어 단독주택에 대한 꿈을 이루게 됐다. 장성한 두 딸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집’이자, 노년을 준비하는 부부가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돌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다. “한옥에선 부엌일을 하며 바깥을 내다보곤 했죠. 방도 작고 천장도 낮았지만 그게 굉장히 편안했어요. 독립된 작은 공간이 주는 안정감에 대해 건축가와 한참이나 대화를 나눴죠.” 백인화, 백명화 공동 소장은 가족에게 편안함을 주었던 한옥의 형태와 스케일을 더하기로 했다. 현관에 들어서면 높은 층고와 거실과 분리된 주방을 잇는 창이 어우러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복도를 따라 몇 걸음을 더 걸으면 고풍스러운 서재도 만날 수 있다. 아파트에 살던 때, 가장 넓은 방을 서재로 꾸미고 가족 모두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항상 문을 열어두었지만, 아파트 구조의 특성상 문을 열어두어도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 아니었던 것에 착안했다. 집 중앙에 서재를 배치해 가족이 언제든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공간으로 구획한 것. 거실과 서재 양쪽으로 각각 주방과 안방을 배치했고, 그 위로 작은 다락을 두어 부부가 각각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HOUSING INFO
대지면적 7819m²
건축면적 211m²
연면적 249m²
건폐율 25%
용적률 30%
건물 규모 지상 2층
주차 대수 2대
최고 높이 8.3m
공법 기초_철근콘크리트 매트
지상 _철근콘크리트조 및 경량목구조
구조재 벽_철근콘크리트
지붕_철근콘크리트, 우레탄 도막방수 위 무근콘크리트,
2×10 구조목, 내수 합판 위 방수시트
마감재 지붕_알루미늄 강판
외벽_고벽돌
단열재 비드법 단열재 2종 3호 네오폴_가등급 130mm

삶의 형태를 고려한 특별한 주방
“우리의 옛집들은 가로로 길게 펼쳐져 있잖아요. 면적은 작아도 각각이 독립된 공간으로서 기능하고요. 그래서인지 아파트 구조는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이주영 씨의 말이다. 회랑을 지나 중정으로 계획된 공간을 지나면 다이닝 룸과 주방이 등장한다. 이주영 씨는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춘 이곳을 특히 좋아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남편이 언제든 커피콩을 볶아낼 수 있는 바깥쪽 주방과 세로로 길게 낸 창을 통해 햇빛을 충분히 들일 수 있는 안쪽 주방, 다이닝 공간으로 음식을 쉽게 내어갈 수 있도록 타공까지. 영국의 전원에서 경험했던 분리 주방과 한옥에서 느낀 시선의 여유가 조화롭게 담겼다. 라이프스타일과 동선을 고려한 디테일한 설계가 이들의 마음에 한결 여유를 준다. 이주영 씨 가족은 곧 이 집에서 볶은 첫 번째 커피를 마시며 시골 풍경을 감상할 생각에 약간 들떠 있다고 했다.
두 세대를 위한 집
장성한 자식들과 부모가 한 집에 살기 위해서는 각각의 독립적인 삶이 필요하다. IMWM 스튜디오는 듀플렉스하우스를 염두에 두고 설계를 진행했다. 그렇게 2층 공간이 총 3개로 나뉜 독특한 구조의 집이 탄생했다. 중앙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방은 흡사 개인 원룸처럼 느껴질 만큼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회화작가로 활동 중인 자녀가 사용하는 곳으로, 집 전체에서 큰 면적을 차지하는 층고 높은 작업 공간과도 연결된다. 집의 양쪽 끝에 위치한 다락은 각각 명상과 기도 공간으로 꾸려졌다. 이주영 씨 부부가 각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늦은 밤이면 명상 공간에 난 창을 통해 오리온자리가 보여요. 여름에는 아마 뱀자리를 볼 수 있겠죠? 이 집에 이사 온 첫날 큰 보름달이 떴어요. 이렇게 하늘을 자주 보고 산 적이 있었나 싶어요. 하늘이 넓어지고, 계절이 느껴지는 이 집이 점점 좋아져요.”
삶이 준 좋은 기억만을 모은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