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에 있는 디뮤지엄의 [I DRAW]展에서 케이티 스콧의 작업공간을 꾸미고 있는 크래프트브로컴퍼니 신현호 대표 집을 찾았다. 식물과 선반 그리고 고양이가 많은 집이라는 그의 설명은 간결하지만 정확한 삶에 관한 통찰처럼 들린다. 삶과 함께 지속되는 그의 인테리어는 흰 도화지에서 시작해 가장 나다운 색채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완성된 곳에서
부부에겐 오래 기다렸다가 받은 선물 같은 집이다. 서울 근교와 도심 이곳저곳을 옮겨 살던 젊은 부부가 드디어 내 집을 찾은 것은 4년 전이다. 지은 지는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위치가 좋았다.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교통도 편리했으며 주변엔 공원도 있었다. 취향 좋은 젊은 부부가 이런 집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부족한 부분은 공간이 허락하는 선에서 뜯어내고 고쳤다. 몇 주 만에 뚝딱 완성한 집이 아니었기에 애정이 남다르다. 4년을 살아 ‘이제 완성한 모습’이라고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외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자개장, 지인이 작업실을 정리할 때 저렴하게 구매한 디자인 가구, 철마다 패브릭 컬러를 달리하는 소파, 몇 년을 벼르다 직접 짠 대형 서가까지. 부부와 반려묘 4마리, 여러 종류의 식물과 선반들이 있는 이 집은 그렇게 ‘살다 보니 더 괜찮아진 집’이다. 그래서 이들 부부에게 이곳에서의 삶은 뽐낼 것 없이 자연스럽다. 떨떠름하게 펼쳐진 갑작스러운 삶의 변화보다는 그런 식의 편안함과 이야기가 있는 집이 이들에게는 더 잘 맞는다. 하나하나 장만한 소품과 가구들은 그날의 마음과 삶의 에피소드나 다름없다. 그런 삶의 지점들이 모여 오늘의 거실 장면으로 완성됐다.
식물과 선반이 많은 집
원목 가구를 주문 제작해주는 브랜드 큐리어스랩 신현호 대표. 그는 금속공예 작가 이상민과 함께 디자인 레이블 ‘크래프트브로컴퍼니’도 운영한다. 최근 크래프트브로컴퍼니의 쇼룸 겸 와인 바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 부부는 공간에 대한 필요가 정확했다. 일로 바쁜 부부가 주말을 편안하게 쉴 수 있으며, 밤늦게 귀가해 잠깐 얼굴을 보더라도 편안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던 것. 모든 공간은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구획됐다. 그중 가장 신경 쓴 것은 집 안의 중앙에 위치한 서재와 주방. 양옆으로 선반과 서가를 두고 출장지나 여행지에서 모은 소품들을 하나하나 배치했고, 그 사이사이에 식물들을 두어 빽빽한 공간에 휴식을 주었다. 답답하게 막혀 있던 큰 벽은 허물고, 오픈 키친과 그보다 더 개방감 있는 서재 겸 다이닝 공간으로 서재를 오밀조밀하게 완성했다. 그런 공간들이 무언가를 규정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처럼 삶의 여러 면을 담고 있다.
하루, 한 주 그리고 1년
이 집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부부. 하루를 완성하고, 다시 한 주를 모아 해가 바뀐다. 벌써 네 해째 이 집에서 살고 있는 부부의 삶에서 에피소드는 계속된다. 웃으며 말할 것, 짐짓 미간을 찡그려가며 말할 것,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찾아 세세히 설명할 것까지. 타인에게 내 삶의 모습을 설명할 때 집을 보여주면 된다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이다. 이 집에서, 어떤 오브제를 가리키면 그 즉시 그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지나던 계절을 설명할 수 있다. 완성된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멋진 일은 살면서 하나하나 공간을 완성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부부는 이 집에서 그런 삶을 설명한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디뮤지엄의 [I DRAW]展에서 케이티 스콧의 작업공간을 꾸미고 있는 크래프트브로컴퍼니 신현호 대표 집을 찾았다. 식물과 선반 그리고 고양이가 많은 집이라는 그의 설명은 간결하지만 정확한 삶에 관한 통찰처럼 들린다. 삶과 함께 지속되는 그의 인테리어는 흰 도화지에서 시작해 가장 나다운 색채를 찾아내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