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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토닥토닥, 워킹맘

On December 27, 2018 0

갓 태어난 아이에게 곧바로 일어서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엄마들에게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육아 ‘만렙’인 것처럼 행동하길 은연중 강요한다. 브라운관과 SNS상에서 보이는 이상적인 어머니상과 자신을 비교하다 보면 매일매일이 힘겹다. 이는 육아와 일을 동시에 행하는 많은 워킹 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렇게 일과 육아, 둘 다를 완벽하게 해내려다 결국 한계에 부딪힌 채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많다. 워킹 맘 아내의 남편이자 세 살 아이의 아버지 오동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워킹 맘의 고충과 육아 고민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답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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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 
100점짜리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쓰지 마세요. 
일과, 육아 모두에서 고군분투하며 고민하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입니다. 
아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자기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자주 가지시길 바랍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동훈

 

 익명의 워킹 맘  저는 출산 휴가를 준비하고 있는 직장인이에요. 오래전부터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직장에 나가지 않고 육아에 전념하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닥쳐보니 회사 사정에도 맞춰야 하고 고민이 많아요. 제대로 된 애착 관계를 세우기 위해서는 아이가 몇 살 때부터 일을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오동훈 보통은 세 돌 이후가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이게 정답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저 역시도 맞벌이 부부로 세 돌보다 이른 시기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으니까요. 해당 기간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기보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맞추고 아이에게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주세요. 큰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니 너무 부담은 갖지 마시고요.

 익명의 워킹 맘  집보다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120% 더 관심을 주고 애정을 주려고 해요. 하지만 업무 스트레스가 과중할 때나 제가 함께 있지 못하는 시간에 아이에게 과도하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아이가 요즘 제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은데, 문제가 있는 걸까요? 오동훈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만큼 더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네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쏟는 에너지가 100이었다고 치면, 70 정도로 줄여보세요. 그 대신 70의 시간만큼은 아이에게 꾸준한 애정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거죠. 아무리 좋은 엄마라도 아이가 가진 욕구를 100% 만족시킬 순 없어요. 또 그게 아이에게 꼭 좋은 것만도 아니고요. 이런 비현실적인 목표를 위해 엄마가 지나치게 애쓰다 보면 금세 지치고, 짜증이 나는 순간이 찾아와요.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20점이나 30점짜리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거죠. 아이의 입장에선 100점짜리 엄마와 20점짜리 엄마의 모습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어느 쪽이 진짜 엄마 모습인지 혼란을 겪게 돼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의 마음속에 안정적인 엄마의 표상이 확립되지 못해 항상 엄마의 눈치를 보게 되는 거죠. 아이를 키울 때는 무엇보다 일관된 태도가 중요해요. 그래야 아이가 어떤 순간에도 엄마가 자기를 사랑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요.

 익명의 워킹 맘  맞벌이 부부라 친정어머니께서 아이를 주로 봐주세요. 아이도 할머니를 잘 따르니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부모가 직접 돌보는 것보다는 아이가 부모의 애정이 부족하다고 느낄까 걱정이에요. 오동훈 아이를 직접 돌보고 싶지 않은 부모는 없겠죠. 많은 맞벌이 부부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보조 양육자를 두죠. 당연한 이야기 같은데, 실제로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어린이집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부터 진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정을 아이를 돌봐주는 조부모에게 맡기곤 합니다. 이때 아이에게 중요한 결정은 보조 양육자에게 맡기지 않고 부부가 직접 한다는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해요. 결정을 직접 내리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찰해야겠죠.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와 상호작용이 필요할 테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우리 부모님은 바쁘지만 나한테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익명의 워킹 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워킹 맘이에요. 아이가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편이라 손이 많이 가지 않아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편이죠. 주변에서도 어떻게 그렇게 애가 어른스럽냐고, 부럽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혹시 제가 놓치는 게 있을까요? 오동훈 일단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는 시기와 어른스럽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네요.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아이는 부모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싶어 하기 마련입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가도록 격려해주어야 하지만, 아이의 요구에 맞춰주며 애정을 표현해야 할 필요성도 분명히 있죠. 아이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그런 아이이길 바라는 부모님의 바람이 섞인 판단일 수도 있어요. 또 무의식적으로 그런 바람이 아이에게 전해져서 ‘엄마는 힘든 일이 있어도 말하지 않고 알아서 하는 걸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고요. 물론 정말 모범적이고 착한 아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 이런 메시지가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익명의 워킹 맘  주변에서 슈퍼 맘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도 완벽하게, 아이들에게도 완벽한 엄마였는데 점점 회사와 아이들에게 소홀해지는 게 느껴져요. 몸도 여기저기 아파서 회사를 쉬거나 병원을 가게 되니 아이는 더욱 저에게 매달리고 꾀병을 부리는데도 대응할 에너지가 없어요. 오동훈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번아웃 증상입니다. 사람이 사용할 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일도 육아도 ‘버닝’하다 보면 더 이상 끌어다 쓸 에너지가 없어 쉽게 지치고 무기력해지기 쉬워요. 마치 핸드폰 배터리가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절전 모드가 작동해 화면 밝기도 어두워지고 속도도 느려지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완벽함을 포기해야 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적당한 선에서 꾸준한 관심을 주는 편이 아이를 위해서도 좋은 방향이죠. 그리고 워킹 맘, 워킹 대디가 죄인이 아니잖아요. 여러 가지 일에 신경을 쓰다 보면 당연히 지치기 마련이고, 그런 상태에선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 자책하지 마세요.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에너지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업무 시간을 조절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겠죠? 그렇다면 잠시 남편이나 친지 분들의 힘을 빌려서 육아를 분담하고 오롯이 사연자 분만의 휴식 시간을 확보하세요. 충전된 에너지로 아이에게 다시 충분한 반응을 보여준다면 꾀병이나 매달림도 단계적으로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자의적으로 무기력감을 해결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되면 병원을 내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익명의 워킹 맘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다 보니 힘들기도 하고, 그냥 일을 그만두면 이런 부담감과 우울증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동훈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게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버겁긴 하지만 직업 활동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분명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프로젝트를 해결하고 인정받는 과정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얻고 조직에서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죠. 그리고 워킹 맘의 고충만큼이나 전업주부 역시 심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전업주부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지만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죠. 고충을 토로하려 들면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뭐가 힘드냐?”는 식의 비난에 직면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단순히 ‘전업주부가 더 편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섣불리 일을 그만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일을 하는 어머니로서 갖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익명의 워킹 맘  직업인으로서는 누구도 부럽지 않은 전문가인데 왜 육아에서 자꾸 실수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이한테 미안하기도 하면서 자괴감도 들고 직장에서의 자신감까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오동훈 육아는 잘 모르는 분야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라 으레 잘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눈앞에 아이가 떡 하고 나타나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니 시행착오를 겪는 건 당연한 일이죠.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는 저 역시 직접 육아에 임하는 아버지로 돌아가면 원칙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감정적으로 변해 순간순간 화가 날 때도 있죠. 하지만 나도 사람이니까, 그런 과정이 힘들다고 주변에 솔직하게 말해요. 간혹 부모님들 중에, 집에 돌아가서는 상담 받은 내용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책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경험치를 쌓아가다 보면 열 번 중 한 번 성공하던 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는 거죠. 중요한 건 잘되지 않아도 다시 한 번 해보려는 자세입니다. 육아는 연습이에요.

 

워킹 맘의 자존감을 지키는 중요한 원칙
 1  비교는 금물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다른 엄마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행위다. 특히 SNS에는 육아에 지친 어머니는 보여주지 않고 완벽한 육아 맘의 모습밖에 비추지 않으니. 완벽한 인간은 없다는 걸 유의하며 비교하지 말 것.
 2  일하는 자신을 사랑할 것 워킹 맘은 엄마 이전에 존중받아야 할 개인이다. 그러니 일을 한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일을 통해 건강한 삶의 루틴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자존감을 높인다면 가정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
 3  일과 육아 외에 나만의 작은 미션을 세울 것 일과 육아로 바쁘긴 하지만, 작은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지키는 행위를 통해 성취감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과도한 목표는 또 다른 강박으로 작용해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유의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하루 10분 걷기, 하루에 책 5쪽씩 읽기 같은 정말 ‘작고, 별거 아닌’ 목표를 세워 실천해보자.

 

 

오동훈 전문의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A TO Z <뇌부자들>
2만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인기 팟캐스트 <뇌부자들>. 오동훈 전문의 외 5명의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정신건강의학과의 대중화를 위해 모여 사연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 

www.podbbang.com/ch/13552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말하는 실전 육아 <뇌섹맘클리닉>
오동훈, 김지용, 허규형 세 명의 초보 아빠들이 이론과 실전 육아 사이의 간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미혼의 손인정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육아에 관한 전문적이고 정확한 팁을 제공한다. audioclip.naver.com/channels/274

갓 태어난 아이에게 곧바로 일어서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엄마들에게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육아 ‘만렙’인 것처럼 행동하길 은연중 강요한다. 브라운관과 SNS상에서 보이는 이상적인 어머니상과 자신을 비교하다 보면 매일매일이 힘겹다. 이는 육아와 일을 동시에 행하는 많은 워킹 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렇게 일과 육아, 둘 다를 완벽하게 해내려다 결국 한계에 부딪힌 채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많다. 워킹 맘 아내의 남편이자 세 살 아이의 아버지 오동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워킹 맘의 고충과 육아 고민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답을 해줬다.

Credit Info

기획
권새봄 기자
도움말
오동훈(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2018년 12월

이달의 목차
기획
권새봄 기자
도움말
오동훈(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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