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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Salon #2 둘러앉은 사람들2

'커리어 우먼' 부터 '크리에이터'까지

On November 06, 2018

우리는 지금 18세기의 화가 율리우스 슈미트(Julius Schmidt)가 그린 작품을 보고 있다. 젊은 음악가 슈베르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친구들이 방에 모여 그의 음악을 듣는 장면을 포착한 그림이다. 슈베르트의 친구들은 이 모임을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라고 불렀다. ‘슈베르트의 밤’이라는 뜻이다. 모임이 거듭되며 이 자리엔 화가와 작가, 배우와 법률가, 젊은이와 나이 지긋한 백작까지 모이게 된다. 슈베르트라는 공통적인 취향을 가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데 모이자 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발생했다. 그림 속 밤의 대화는 좀처럼 끊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와 문학, 미술과 음악에 이르기까지. 취향과 밤은 나눌 때 더욱 깊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슈베르티아데 같은 모임은 18세기 유럽에서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이런 모임을 ‘살롱’이라고 불렀다. 살롱에는 2가지 조건이 있었다. 취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공간. 이런 형태의 소통은 고대 그리스 아고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취향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에는 여러 장점이 있었다. 개인은 자유롭게 사유하고, 타인의 의견을 통해 사고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다채로운 살롱 문화를 가진 사회는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졌다. 집단지성이라는 단어가 유효해지는 지점이다. 고대에서부터 시작된 인간의 집단지성은 18세기 유럽의 살롱 문화와 동양의 사랑방, 규방 문화를 거쳐 드디어 2018년에 도달했다. 슈베르트라는 축을 중심에 두었던 ‘슈베르티아데’처럼, 2018년의 서울에도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나, 공간을 매개로 밤과 취향을 깊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집단지성’으로 부를 수도 있다. 혹, 아직 나만의 슈베르트를 찾지 못했다면 대화를 깊이 있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공간을 먼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달, 우리 모두는 살롱의 멤버가 될 준비를 마쳤다.

  일하는 여성의 성장을 지지하는 사람들, 헤이조이스
커리어우먼들의 안락한 아지트이자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강력한 커뮤니티가 되고자 하는 헤이조이스(heyjoyce). 현재 선릉역에 멤버십 전용의 오프라인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들끼리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목말라 있던 이들의 참여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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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비즈니스 플래너 주샛별, 커뮤니티 플래너 김지영, 헤이조이스 대표 이나리, 스토리 플래너 김세희, 커뮤니티 플래너 신새롬.

(왼쪽부터) 비즈니스 플래너 주샛별, 커뮤니티 플래너 김지영, 헤이조이스 대표 이나리, 스토리 플래너 김세희, 커뮤니티 플래너 신새롬.

선릉역에 자리 잡은 헤이조이스는 멤버십에 가입한 이들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이곳의 멤버가 되기 위해선 3개월에 45만원, 1년에 15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멤버가 되는 순간부터 헤이조이스 아지트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프리미엄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고 자기만의 성장 스토리를 써온 인스파이러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질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소모임을 통해 여러 직업군의 일하는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이나리 대표와 네 명의 플래너들은 각자 분야에서 일하면서 여성만을 위한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고, 이제 이들은 일하는 여성의 발전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지속하고자 한다.

누군가의 부인이자 엄마로 평가받는 것을 거부하고, 일하는 여성이자 독립된 객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헤이조이스. 이나리 대표를 포함한 네 명의 플래너는 이러한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의 커리어를 지속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애쓰고 있다. 헤이조이스의 운영진 역시 각자 대기업 반도체 연구원, 드라마 피디 등 이전 직업의 경험을 살려 커뮤니티, 비즈니스, 스토리, 파트를 담당하고 이곳을 찾는 멤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구성원들이 지루할 틈 없이 모임을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직업의식을 유지하려고 하는 헤이조이스의 이나리 대표와 플래너들을 만났다.

멤버 가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이나리 1만원을 지불하고 헤이조이스 공간을 둘러보면서 저와 한두 시간가량 깊은 대화를 나누는 탐방 프로그램이 있어요. 가입하기 전에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그리고 대화를 통해 서로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조인을 권해요. 오픈 날인 9월 1일 이전부터 170명의 회원이 가입했는데, 저희가 직접 적극적으로 영입을 하거나 멤버들이 추천하는 식으로 가입한 결과예요.

이곳에 찾아오는 분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이나리 놀랄 정도로 생각도 다르고 외모도 다른 이들이 모였어요. 그렇지만 모두 변화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각자 자신의 원하는 방식대로 삶을 온전히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죠.

일하는 여성들을 어떤 방식들로 지지해주나요? 이나리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여성이 자기주도적으로 삶을 사는 건 젊어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힘들어요. 스스로 제약하는 것도 있고, 사회적인 압박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 분들에게 저희는 ‘너답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도 괜찮아’라고 이야기해주고 공감해줘요. 또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룬 인스파이러들을 보여주면서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확신을 불어넣어주죠. 사회적인 자존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거예요. 그리고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요. 어떻게 해야 자신을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지 모르는 분들에겐 커리어를 제대로 정리하는 법을 알려줘요. 이력서의 행간을 어떤 식으로 채우는지에 대해서부터요.

왜 여성들이 이런 커뮤니티를 찾아가야 할까요? 이나리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이 받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커요. 그걸 감수하고 나아가야 성공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건데, 주변에 그런 동기가 될 만한 사람이 없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더 열정적으로 일하기 힘들죠. 이런 커뮤니티 공간에서 나와 다른 분야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열정적인 사람들이 그들의 에너지를 공유해주고, 그런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 동기를 받을 수도 있고. 결국은 스스로 열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죠. 보통 처음에는 이런 열정을 나누는 일이 버거울 수 있어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들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해요.

일하는 여성들이 누군가의 수식어로 불리지 않는 공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 같네요. 이나리 남자들한테는 여전히 ‘너의 꿈을 이루라’고 이야기해요. 일에 몰입하는 모습은 존경의 대상이고요. 반면에 결혼을 하지 않고 일을 택한 여성들을 인정해주지 않는 조직이 지금도 많아요. 저는 일하는 여성들이 목표와 성과를 인정받도록 하고 싶은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어요.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신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 의제에 공감하는 거겠죠.

플래너들은 헤이조이스의 어떤 면에 공감해서 이 조직에 들어왔나요? 김세희 스토리 플래너 세희입니다. 저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과 일하는 걸 좋아해요. 워낙 워커홀릭이기도 하고요. 나리 대표님의 에너지 넘치고 적극적인 모습에 반했어요. 인적 인프라가 다양하다는 점도 멋있었죠. 저에게 사업을 설명해주실 때, ‘이게 운영이 될까’라는 생각 없이 하고자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함께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좋은 언니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저는 합류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존경할 만한 여성 CEO로 여겼기에 합류했어요.

헤이조이스를 운영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뿌듯함을 느꼈나요? 김세희 인스파이러 분들 중에 정신과 전문의를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사회에서 정해놓은 틀을 벗어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 사회적인 틀 밖으로 나왔을 때 본능적으로 불안해하기 때문에 주변의 인식과 별개로 온전히 스스로 산다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말을 하신 게 기억나요. 사회에 맞서서 혼자서 힘들게 싸워왔던 이들이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 모여서 이야기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껴요.
신새롬 매달 1일 신입 회원들끼리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 ‘밋앤조이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처음 모이면 어색해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런데 저희 멤버들은 별다른 아이스 브레이킹 없이도 금방 친해져서 이야기를 나눠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고, 커리어를 성장시키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대화가 주를 이루죠. 이 사람들이 얼마나 이런 자리를 필요로 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죠. 그때 길을 제대로 가고 있구나 생각해요.

일하는 여성들만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느낀 순간이 있겠죠? 신새롬 저는 항상 그랬어요. 이전 직장은 사내 분위기가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었죠. 이상하다고 느꼈던 점은, 주임 대리 선배들은 정말 많은데 차장급 이상 중엔 여자가 딱 한 명이었단 거예요. 팀장은 없고요. 자연스레 여자들끼리 일에 대해 토론하는 게 어색한 분위기가 되더라고요. 나도 여자 선배들과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왜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시점에 나리 대표님을 만났어요. 김지영 저는 헤이조이스 외에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스타트업 여성들을 위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운영을 하면서 경험도 많고, 성공한 시니어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죠. 그래서 나리 대표님께 직접 연락했고, 흔쾌히 저희 모임에 와주셨어요. 일하는 선배 여성들이 비교적 경험이 적은 후배들을 지지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에 공감했어요.

앞으로 헤이조이스라는 커뮤니티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나요? 김세희 우선은 제가 담당하고 있는 소모임 멤버들이 어떻게 하면 각자의 모임에 애착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는 중이에요. 여러 프로그램으로 서포트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신새롬 새로운 멤버들이 신청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잘 만든 콘텐츠를 안착시키고 싶어요. 이런 커뮤니티가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 꼭 찾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온전히 나답게 만드는 아이템들
헤이조이스의 비전인 ‘영원히 나답게’처럼 이들이 말하는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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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헤이조이스 엽서 이들의 비전이 새겨져 있는 엽서.
2 무지 청바지 답답한 스키니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편안한 핏의 바지에 빠진 김세희 플래너의 선택.
3 빈센트핸즈 명함 지갑 새로운 시작을 했다는 증표이자 ‘누군가의 엄마’라는 수식어를 떼버리고 온전히 ‘주샛별’이란 이름만을 담을 수 있는 명함지갑.
4 헤이조이스 향수 첫 향은 스파이시하지만 곧 기분좋은 은은한 잔향이 남는다. 열정 넘치는 첫인상에 정이 많은 헤이조이스 플래너들을 닮은 향수다.
5 몰스킨 다이어리 헤이조이스 오픈을 준비했던 과정이 담긴 다이어리. 일하는 여성으로서 ‘이나리’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6 도서 《린인》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여성 창업 준비생들의 롤 모델인 셰릴 샌드버그의 자서전.

 

 

  크리에이티브한 문화 기획자 집단, ‘리스페이스’
문화와 패션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리스페이스(Respace) 구성원들은,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우리의 문화를 만듭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으로 신선한 문화 콘텐츠를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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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공간 연출을 맡고 있는 이용대, 시각 디자이너 용은별, 리스페이스의 대표이자 리더 여동인, 마케터와 볼워크비어 운영을 책임지는 권우영, 원우주 총괄 디렉터.

(왼쪽부터) 공간 연출을 맡고 있는 이용대, 시각 디자이너 용은별, 리스페이스의 대표이자 리더 여동인, 마케터와 볼워크비어 운영을 책임지는 권우영, 원우주 총괄 디렉터.

‘리스페이스’ 멤버들의 사무실 겸 바로 운영되는 ‘볼워크비어’는 연희동 당구장 간판이 보이는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멤버들을 뜻하는 볼(ball)에 작업실로 이용되는 공간이라는 뜻의 워크(work), 웬만해서는 취향이 통일되는 일 없는 개성 강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아이템인 비어(beer)를 합친 말이다. 리스페이스 멤버들은 이곳에서 기업의 의뢰와는 별개로 자신들의 기획력과 취향을 마음껏 담을 수 있는 독특한 이벤트와 살롱을 틈틈이 진행하니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자. 근무일을 주 4일로 조정하고 매주 일본 여행을 갈 만큼 일본 문화 마니아인 기획자 원우주, 패션을 좋아해 개인 브랜드를 창업하고 회사에서도 브랜드 업무를 볼 때가 많은 공간 디자이너 이용대, 오직 피자를 먹으러 이태원 투어를 돌 만큼 피자를 사랑하는 마케터 권우영, 일기조차 그래픽으로 그리는 천생 그래픽 디자이너 용은별, 그리고 이들 중에서도 가장 폭넓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 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일을 도맡은 대표 여동인. 좋아하는 것도 취향도 다른,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개성 있는 이들이 ‘리스페이스’라는 그룹에서 크리에이티브한 기획을 만들기까지 어떤 식으로 대화를 나누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봤다.

리스페이스의 구성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토론하고, 결론에 이르나요?
이용대 DDP에서 열린 디어 마켓 부스의 공간 디자인을 연출한 게 기억나요. 공간 디자인부터 스토어를 운영하는 매니저 역할까지 맡아야 해서 더욱 애착이 간 프로젝트였어요. 최근 들어 한 가장 재미있는 작업물이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까지 기획자인 우주 님이랑 정말 많이 싸워야 했죠.
원우주 제가 총괄 디자인을 담당했는데 서로들 의견이 맞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저희 멤버들이 그래요. 적당히가 없어요. 다들 능동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걸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스타일인 데다가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쉽게 물러서는 법이 없어요. 대표님이 각자에게 주는 역할과 책임이 커서 그런 면도 있겠죠. 이용대 치열하게 싸울수록 결과물이 잘 나오는 건 확실해요. 여동인 결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보다 험난한 편이에요. 저는 어정쩡하게 절충점을 찾는 것보다 피 터지게 싸우더라도 끝까지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서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것보다는 나은 걸 찾기 위해 노력을 하거나 확실히 더 탁월한 의견으로 진행하는 게 결과적으로 더 한 단계 높은 성취를 이뤄내는 걸 봤거든요.

사무실을 오픈형 공간인 볼워크비어로 만든 게 리스페이스 멤버들에게 큰 전환점이 됐을 것 같아요. 여동인 욕심에서 비롯된 일인데. 저희 사무실도 이전을 해야 했지만 자체적인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는 우리만의 문화공간도 가지고 싶어서가 가장 큰 이유였죠. 낮에는 사무실로 쓰고 저녁에는 문화공간 겸 우리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맥주와 연관된 펍을 해보자, 다양한 사람들과 우리가 기획하는 재미있는 아이템을 같이 공유하고 싶었어요.

기획하는 이벤트나 콘텐츠 자체도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아이템이 많아 보여요. 권우영 디어 마켓이라는 자체 패션 행사가 그랬어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와 MD를 한자리에 만나게 한 프로젝트인데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거죠.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프로젝트였고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온전한 자신들만의 아지트가 생겨서 좋은 점은 뭔가요? 원우주 공간을 준비하면서 처음 해보는 다양한 일을 해봤어요. 저희가 보통 준비하는 기획은 단발적인 행사가 많은데, ‘볼워크비어’는 아무래도 지속성 있는 공간이니까.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도 이 공간 안에 쌓일 테니 여운도 남을 테죠. 또 이곳에서 저희가 좋아하는 작업을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오래 나눌 수 있게 돼서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여태껏 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볼워크비어라는 공간을 오픈하게 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용은별 내 작업을 이 공간에서 원없이 할 수 있다는 것. 오픈 파티를 위해 단기간에 포스터 작업을 했는데, 사실 기업의 의뢰로 디자인하는 행사 포스터는 의뢰하는 기업의 성격이 많이 들어가서 제 디자인을 마음껏 펼치지 못해요. 그런데 볼워크비어 공간을 꾸민 포스터는 대표님도 일부러 터치를 안 해서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개성이 강한 멤버가 모여 있는 그룹의 장점이 있다면요. 여동인 저희는 안 섞일 것 같은 독특한 여러 가지 색이 모인 집단이에요. 그리고 이 색들이 오묘하게 합쳐졌을 때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색, 창작물을 만들어내거든요. 그럴 때 희열을 느끼고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느끼죠. 그래서 저희는 애초에 멤버를 뽑을 때도 무언가를 뚜렷하게 좋아하는 마니아거나 지금의 멤버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사람을 뽑아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서로 생각하는 범주도 비슷할 테고, 그러면 결과물도 평범하게 나오겠죠. 리스페이스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신선한 기획들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용은별 제가 이곳에 계속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다양한 사람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여러 유형의 사람을 겪다 보니까 여러 가지 면에서 영감을 받고, 제 개인적인 업무 능력도 많이 발전하고 있어요.

아무리 취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멤버들이라도 공통적인 기호가 있지 않나요? 이용대 기본적으로 저희 회사 사람들이 디자인과 패션,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원우주 맥주도 있어요. 다들 맥주를 마시면 생기는 편안한 무드를 좋아해요. 여동인 리스페이스에는 매달 문화의 날이 있어요. 그때 각자의 기호를 공유해보려는 노력을 하죠. 문화의 날에 한 명이 하고 싶은 일을 발제하고, 그걸 모두가 따르는 식으로 진행하는데, 그런 식으로 저희가 한 팀이구나, 같은 멤버구나 하고 모이는 계기를 만들어요. 전시도 가고 영화도 보고 연극도 보고 성격 검사도 했어요. 우선 멤버가 발제한 건 무조건 따르는 식이죠.

볼워크비어에서 작은 살롱 형태의 이벤트를 오픈했더군요. 원우주 최근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원 테이블 데이’가 있어요. 체어가 전부 바퀴가 달려 있어 움직이기 좋은데 주로 1인용 테이블이라 그걸 쭉 붙여서 최후의 만찬처럼 하나의 테이블로 만들었죠.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끼리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하게 내버려뒀어요. 명함 박스에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 수 있는 대화 주제를 담기도 하고. 처음에는 어색해하지만 맥주를 한두 잔 마시면서 분위기도 편안해지고, 나중에는 운영진이 특별히 뭘 하지 않더라도 처음 본 사람들끼리 자리를 바꾸면서 이야기도 하고. 생각 이상으로 성공적으로 끝났죠. 그것 외에도 공간에 작품을 공유해주는 아티스트에게는 맥주를 마음껏 마시게 한다거나 하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 공간에서 재미있는 행사와 이벤트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크리에이터들의 ‘덕심’이 담긴 아이템 5가지.
매번 색다른 행사와 공간을 기획하고 만드는 리스페이스 멤버들이 영감을 받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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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스 운동화 패션을 사랑하고 새로운 물건을 쇼핑하며 영감을 얻는 이용대 공간 연출자의 취향이 담긴 아이템이기도 하다.
2 캐릭터 키링 원우주 디렉터가 일본에서 공수한 아이템들을 조합해서 제작한 아이템. 작품 속에 담긴 창작자의 영감을 통해 자극을 받을 수 있다.
3 《100films, 100posters》 엽서집 디자이너의 멋진 작업물을 보며 다음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용은별 디자이너.
4 인센스 스틱 여행지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인센스 스틱. 향을 맡으며 기분을 환기해본다는 권우영 마케터의 선택.
5 언니네 이발관 5집, 도서 <보통의 존재> 여동인 대표는 어린 시절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아티스트들의 작업물에서 공감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고. 

Welcome To Salon

 

둘러앉은 사람들1 '취향관' 부터 '여행' 까지

우리는 지금 18세기의 화가 율리우스 슈미트(Julius Schmidt)가 그린 작품을 보고 있다. 젊은 음악가 슈베르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친구들이 방에 모여 그의 음악을 듣는 장면을 포착한 그림이다. 슈베르트의 친구들은 이 모임을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라고 불렀다. ‘슈베르트의 밤’이라는 뜻이다. 모임이 거듭되며 이 자리엔 화가와 작가, 배우와 법률가, 젊은이와 나이 지긋한 백작까지 모이게 된다. 슈베르트라는 공통적인 취향을 가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데 모이자 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발생했다. 그림 속 밤의 대화는 좀처럼 끊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와 문학, 미술과 음악에 이르기까지. 취향과 밤은 나눌 때 더욱 깊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슈베르티아데 같은 모임은 18세기 유럽에서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이런 모임을 ‘살롱’이라고 불렀다. 살롱에는 2가지 조건이 있었다. 취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공간. 이런 형태의 소통은 고대 그리스 아고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취향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에는 여러 장점이 있었다. 개인은 자유롭게 사유하고, 타인의 의견을 통해 사고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다채로운 살롱 문화를 가진 사회는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졌다. 집단지성이라는 단어가 유효해지는 지점이다. 고대에서부터 시작된 인간의 집단지성은 18세기 유럽의 살롱 문화와 동양의 사랑방, 규방 문화를 거쳐 드디어 2018년에 도달했다. 슈베르트라는 축을 중심에 두었던 ‘슈베르티아데’처럼, 2018년의 서울에도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나, 공간을 매개로 밤과 취향을 깊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집단지성’으로 부를 수도 있다. 혹, 아직 나만의 슈베르트를 찾지 못했다면 대화를 깊이 있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공간을 먼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달, 우리 모두는 살롱의 멤버가 될 준비를 마쳤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권새봄 기자
사진
김덕창, 안종환, 정택, 박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