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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채우세요, Culture Land PART1

크리에이터들의 문화생활 1

On September 03, 2018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채워줄 문화 콘텐츠를 찾는다. 내가 찾는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은 어떤 문화 콘텐츠를 읽고, 보고, 느끼고 있을까? 그들에게 직접 물었다.

  건축가 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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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상이 궁금합니다.
제 일상은 바쁨 그 자체 같아요. 짧게는 30분 단위로, 길게는 1시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씁니다. 사실 전 바쁘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에요. 설계 사무소 프로젝트, 개인 작업, 글쓰기, 강연, 방송 등 예닐곱 가지 역할을 한꺼번에 합니다. 저처럼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도 최근에는 힘이 든다는 느낌이 들어요. 시간들이 파편화된다는 건 멀티플레이의 단점인 것 같네요. 가끔은 제 자신이 변화의 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중입니다. 변치 않은 게 있어야 그것을 기준점으로 변화하는 삶을 즐기게 될 테니까요.

Q 일상을 위로하는 당신만의 콘텐츠가 있다면?
아무리 바빠도 블록버스터 영화는 관람합니다. 작품성 있는 영화도 즐기지만 찾아서 보는 편은 아니에요. 최근 본 작품성 있는 영화 중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인상 깊었어요. “앞으로 모든 배우들의 우는 연기는 노부요(안도 사쿠라 분)가 우는 모습을 기준으로 할 것”이라는 어느 평론가의 말에 공감했어요. 오히려 찾아서 보는 영화는 <어벤져스> 시리즈 같은 영화입니다. 저는 기발한 걸 좋아해요. 수학자나 과학자들의 ‘이론’ 같은 기발함이 아니고, 연필 끝에 지우개를 달아내는 방식의 기발함이죠. 의외의 연결성과 발견을 경험하면 생각이 시원해지면서 좋은 기분이 들어요. <어벤져스>라고 표현했지만, 실은 SF 영화를 좋아하는 거예요. 단순한 판타지 물보다는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아바타>에서 볼 수 있는 세계관과 우화적 풀이 능력을 매력적으로 생각합니다. 현대사회의 단면을 찾아볼 수 있고, 인간과 신,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를 아우르는 구도를 스토리에서 읽을 수 있으니까요.

Q 어떤 때에 그런 영화를 찾게 되나요?
사무실에서 투시도를 그리거나, 혹은 공모전을 준비할 때 마감을 닷새, 혹은 사흘쯤 남겼을 때 꼭 보러 가요. 블록버스터 영화는 당대 최고로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장면을 하나하나 구성한 작업물이에요. 아마 그들도 구도적, 조형적 고민을 저와 비슷한 맥락에서 했을 거예요. 제가 배울 게 많죠. 그런 영화를 보고 나면 눈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색, 구도에 관해서 매우 신경 쓴 결과물이니까요. 블록버스터 영화로 눈을 높인 후 다시 내 작업을 봐요. 그럼 고칠 게 보여요.

Ⓒ어느 가족

Ⓒ어느 가족

Ⓒ어느 가족

Q 건축가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공간도 있을 거라 짐작돼요.
우울할 때는 혼자 있을 만한 공간을 찾아요. 사람이 안 보이는 곳으로요. 멀리까지 갈 시간은 별로 없어서 서울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눈에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경험은 흔치 않아요. 그래도 어디든지 등잔 밑은 있습니다(웃음).
제가 찾는 첫 번째 공간은 한남대교 교각 아래예요. 서울 도심에서 교통량이 제일 많은 곳인데도 그 아래는 사각지대죠. 두 번째 공간은 과천 경마장이에요. 경마를 안 할 때의 경마장이요. 정말 텅 비어 있어요. 심지어 주차비도 안 받아요(웃음). 평소엔 수렵 채집 시기의 세계와 굉장히 흡사한, 동물이 인간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유일한 공간이었다가 경기가 없으면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넓은 공간이 되는 점도 특이해요. 또 하나는 현충원이에요. 정말 아무도 없어요. 거긴 죽은 자들의 공간이잖아요. 우리나라 공원 중에 그렇게 조용한 공원도 없을 거예요.

 

 

  ‘배달의 민족’ 마케터 장인성

일할 때는 고객이 브랜드를 아는 것을 넘어 좋아하게끔 일을 꾸미고, 실행하려고 한다. 팀원들과 끊임없이 토론을 하고, 브랜드와 관련된 캠페인을 하는 등 고객의 공감을 얻어내고자 노력한다.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가보고 싶었던 크래프트 펍이나 카페, 상점 등을 리스트업해두고, 시간이 나면 방문해서 인테리어와 접객, 음식, 음악, 책 등 모든 것을 찾아본다.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은 필수. 늘 뭔가 읽거나 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상업공간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보통 한남동 일대를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데 mmmg, 프라이탁, d&department, 바이닐&플라스틱, 꼼데가르송, 비이커, 이솝, 스틸북스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에너지가 차오른다. 간혹 힘들거나 울적하면 달리기를 한다. 코스는 몇 군데 정해져 있다. 경복궁, 북촌, 청계천이나 남산을 간다. 오래 뛰고 싶은 날은 한강 변을 따라 달린다. 달릴 때는 에너지가 넘치고 심장이 두근두근거리는 케미컬 브라더스의 ‘Galvanize’ 같은 음악을 듣는다. 걷다가도 뛰고 싶어지는 음악이다. 뛰고 나면 생각도 정리되고, 에너지가 샘솟는다. 힘들 때 가고 싶은 식당도 있다. 좀 먼데… 도쿄에 있는 ‘돈가스 동키’다. 수십 년간 합을 맞춰온 듯 10여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주방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들이 만든 돈가스 한 조각을 먹고 따끈한 돈지루를 마시면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이곳만큼은 힘들 때 언제든 갈 수 있게 오래오래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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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 강윤성

2017년 <범죄도시>의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하고, 올해는 김래원 주연의 영화 <롱리브더킹>을 내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요 몇 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쁘다고 말할 수 있다. 직업이 영화감독이다 보니 항상 좋은 영화를 보며 영감과 힐링을 얻으려고 한다. 짬이 날 때도 역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을 얻고 싶을 때마다 주로 대하 서사 속에서 펼쳐지는 남녀의 로맨스 영화를 찾아본다. 내 인생의 로맨스 영화라면 단연 <러브 오브 시베리아(The Barber of Siberia)>(1998)다. 광활한 러시아의 사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젊은 남녀의 격렬한 사랑 이야기가 많은 영감과 자극을 준다. 특히 남자주인공 안드레이가 시베리아로 유배되는 기차역에서 동기 생도생들과 부르는 노래는 들을 때마다 전율을 느낀다. 혹시 못 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채워줄 문화 콘텐츠를 찾는다. 내가 찾는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은 어떤 문화 콘텐츠를 읽고, 보고, 느끼고 있을까? 그들에게 직접 물었다.

CREDIT INFO

기획
김하양, 박민정, 김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