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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IME #1-3 시간이 흐른다

오래가게 3 : 여전한 우리의 음식

On July 05, 2018 0

시간의 속성이 ‘변하게 하는 것’이란 사실은 도시에서 더욱 잘 느껴진다. 해마다 달라지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SNS 피드를 가득 채우는 새로운 공간들에 관한 소식이 그걸 방증한다. 오래된 것이 사라지거나 잊히는 것이 이치인 줄은 누구라도 안다. 그럼에도 도시는 낡고 오래된, 사라지지 않을 가게들을 필요로 한다. 노포(老鋪)는 한 도시의 정서와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옛 서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30년 이상 된 노포들에 ‘오래가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도시의 가치를 보존하고 그들이 도시의 ‘백년가게’로 남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취지에서다. 옛 서울의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 위치한 39곳의 공간이 가장 먼저 ‘오래가게’로 꼽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그 공간들을 창간 28주년을 맞이한 <리빙센스>가 찾아갔다.

연남서식당의 유일한 메뉴인 간장에 버무린 달달한 양념갈비.

연남서식당의 유일한 메뉴인 간장에 버무린 달달한 양념갈비.

연남서식당의 유일한 메뉴인 간장에 버무린 달달한 양념갈비.

음식이란 단순히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준다. 어떤 면에서 음식은 함께 나누던 이들과의 시간을 기억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우리 부모가 먹고 자란 것들을 우리 또한 먹고 자라며, 시절을 회상하면 떠오르는 맛이 된다. 입맛 없을 때 참기름과 간장, 설탕만 넣고 쓱쓱 비벼 먹었던 그 국수처럼 말이다. 서울 곳곳에는 오랜 추억을 간직한 음식을 내어놓는 식당들이 제법 된다. 여전히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이지만, 지나간 세월에 낡았지만, 그리고 오가는 이들의 모습 역시 나이가 들었지만 맛과 공간은 여전했다.

 식당 안쪽에 차곡차곡 쟁여놓은 연탄들은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연남서식당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식당 안쪽에 차곡차곡 쟁여놓은 연탄들은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연남서식당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식당 안쪽에 차곡차곡 쟁여놓은 연탄들은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연남서식당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연남서식당의 유일한 메뉴인 간장에 버무린 달달한 양념갈비는 드럼통을 둘러 서서 구워 먹는다.

연남서식당의 유일한 메뉴인 간장에 버무린 달달한 양념갈비는 드럼통을 둘러 서서 구워 먹는다.

연남서식당의 유일한 메뉴인 간장에 버무린 달달한 양념갈비는 드럼통을 둘러 서서 구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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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꾸미지 않아도 그 자체가 멋스러워 보이는 대구참기름집의 작업 공간과 수십 년간 같은 시간에 똑같은 작업을 통해 내려지는 참기름이 담긴 병. 2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학림다방은 과거 다방의 좌석 형태에 맞춰 투박해 보이지만 정감 있는 소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3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오래된 커피 드립 기계와 찻잔들은 학림다방의 또 다른 구경거리.

1 꾸미지 않아도 그 자체가 멋스러워 보이는 대구참기름집의 작업 공간과 수십 년간 같은 시간에 똑같은 작업을 통해 내려지는 참기름이 담긴 병. 2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학림다방은 과거 다방의 좌석 형태에 맞춰 투박해 보이지만 정감 있는 소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3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오래된 커피 드립 기계와 찻잔들은 학림다방의 또 다른 구경거리.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때문에 한자리에서 오래 요식업을 한다는 것이 어려워졌다. 맛부터 자리까지 그대로인 식당은 큰 가치가 있다. 방문하는 이들에 따라 그 공간만의 문화가 형성되며,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띠게 되기 때문. 그것은 시대의 역사로도 남는다.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앞에 자리했던 학림다방은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이후 학생운동이 일어날 때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이자 문인들의 단골 다방이었다. 1945년 문을 연 1세대 제과점인 태극당에는 로고에 창립 연도를 새겼다. 창업주 신창근 대표는 광복 이전의 역경과 광복 이후의 기쁨을 알고 있다. 그는 우리 민족의 이상을 담고자 이름을 태극당으로 지었는데, 가게를 대표하는 무늬인 무궁화 또한 같은 의미다.  

태극당 계산대 앞에 놓인 ‘카운타’라고 쓰여진 이름판. 한글과 한자로 쓰여져 있어 현대의 문물과색다른 조합을 보여준다.

태극당 계산대 앞에 놓인 ‘카운타’라고 쓰여진 이름판. 한글과 한자로 쓰여져 있어 현대의 문물과색다른 조합을 보여준다.

태극당 계산대 앞에 놓인 ‘카운타’라고 쓰여진 이름판. 한글과 한자로 쓰여져 있어 현대의 문물과색다른 조합을 보여준다.

나무 액자에 보관된 사진들이 멋스러움을 자아내는 학림다방의 내부 전경.

나무 액자에 보관된 사진들이 멋스러움을 자아내는 학림다방의 내부 전경.

나무 액자에 보관된 사진들이 멋스러움을 자아내는 학림다방의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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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를 리모델링하면서 태극당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는 간판과 진열장은 그대로 두었다.

내부를 리모델링하면서 태극당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는 간판과 진열장은 그대로 두었다.

  • 내부를 리모델링하면서 태극당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는 간판과 진열장은 그대로 두었다.내부를 리모델링하면서 태극당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는 간판과 진열장은 그대로 두었다.
  • 계동길에서 가장 환한 노란 간판과 연둣빛을 띤 모습으로 손님을 반겨주는 대구참기름집. 계동길에서 가장 환한 노란 간판과 연둣빛을 띤 모습으로 손님을 반겨주는 대구참기름집.
  • 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긴 대구참기름집의 작업 도구들.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긴 대구참기름집의 작업 도구들.
  • 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긴 대구참기름집의 작업 도구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긴 대구참기름집의 작업 도구들.
  • 영업이 끝나면 가게 안에 보관하는 보물 같은 존재이자 을지OB베어의 마스코트 간판. 영업이 끝나면 가게 안에 보관하는 보물 같은 존재이자 을지OB베어의 마스코트 간판.

서민들이 먹던 정겨운 음식들이 이색 맛집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벽돌로 쌓은 건물과 구석에 쟁여놓은 연탄들, 60년 세월이 묻어나는 드럼통에 고기를 구워 먹는 연남서식당이 일례다. 이제는 드럼통이 두루 서 있는 ‘서서 먹는 식당’의 풍경이 제법 신선하기까지 하다. 1980년대부터 청계천 공구거리에 자리했던 을지다방은 알싸한 쌍화차 향부터 떠오르는 곳으로 현대적인 서울에서 옛 낭만과 여유를 상징한다. 아주 오래된 OB맥주 간판을 그대로 걸고 장사하는 을지OB베어는 퇴근할 때 간판을 떼어 보관하고 오픈 때 다시 걸어둔다. 부모님이 이 가게를 운영할 때부터 걸었던 것으로, 가보라서도 그렇고 많은 이가 탐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 시절의 세월을 담은 물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소한 냄새로 가득한 대구참기름집도 그렇다. 쌀의 단위가 L로 표기되던 시절에 사용했던 됫박, 몇십 년간 반복되어온 작업으로 생긴 낡은 흔적들까지. 그 시대 그 음식을 담던, 만들어내던 물건들은 이제는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역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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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골목에서 처음 문을 연 을지OB베어.

을지로 골목에서 처음 문을 연 을지OB베어.

  • 을지로 골목에서 처음 문을 연 을지OB베어.을지로 골목에서 처음 문을 연 을지OB베어.
  •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맥주컵이 가득하다.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맥주컵이 가득하다.
  • 을지다방.
을지다방.
  • 좁은 입구에 들어서 계단을 올라가면 이름이 써 있는 큰 창문과 통유리 벽면 그리고 오래된 소파가 반겨주는 을지다방.좁은 입구에 들어서 계단을 올라가면 이름이 써 있는 큰 창문과 통유리 벽면 그리고 오래된 소파가 반겨주는 을지다방.
  • 계산대의 금전등록기 역할을 했던 을지다방의 티켓판. 계산대의 금전등록기 역할을 했던 을지다방의 티켓판.

about TIME #1 시간이 흐른다

 

주거 공간 연대기

무인양품 자연주의 미니멀 하우스

오래가게 1 : 좋은 취향을 가진 이들이 찾은 공간

오래가게 2 : 문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곳

시간의 속성이 ‘변하게 하는 것’이란 사실은 도시에서 더욱 잘 느껴진다. 해마다 달라지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SNS 피드를 가득 채우는 새로운 공간들에 관한 소식이 그걸 방증한다. 오래된 것이 사라지거나 잊히는 것이 이치인 줄은 누구라도 안다. 그럼에도 도시는 낡고 오래된, 사라지지 않을 가게들을 필요로 한다. 노포(老鋪)는 한 도시의 정서와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옛 서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30년 이상 된 노포들에 ‘오래가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도시의 가치를 보존하고 그들이 도시의 ‘백년가게’로 남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취지에서다. 옛 서울의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 위치한 39곳의 공간이 가장 먼저 ‘오래가게’로 꼽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그 공간들을 창간 28주년을 맞이한 <리빙센스>가 찾아갔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김보연 기자, 신은지(프리랜서)
사진
박형인

2018년 07월

이달의 목차
기획
박민정, 김보연 기자, 신은지(프리랜서)
사진
박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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