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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IME #1-3 시간이 흐른다

오래가게 2 : 문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곳

On July 05, 2018 0

시간의 속성이 ‘변하게 하는 것’이란 사실은 도시에서 더욱 잘 느껴진다. 해마다 달라지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SNS 피드를 가득 채우는 새로운 공간들에 관한 소식이 그걸 방증한다. 오래된 것이 사라지거나 잊히는 것이 이치인 줄은 누구라도 안다. 그럼에도 도시는 낡고 오래된, 사라지지 않을 가게들을 필요로 한다. 노포(老鋪)는 한 도시의 정서와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옛 서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30년 이상 된 노포들에 ‘오래가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도시의 가치를 보존하고 그들이 도시의 ‘백년가게’로 남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취지에서다. 옛 서울의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 위치한 39곳의 공간이 가장 먼저 ‘오래가게’로 꼽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그 공간들을 창간 28주년을 맞이한 <리빙센스>가 찾아갔다.

통문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고서들.

통문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고서들.

통문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고서들.

공간을 표현하는 낱말의 어미에는 그곳의 정서를 표현하는 음절이 붙는다. 극‘장’, 식‘당’, 다‘방’. 굳이 한문을 따져가며 읽지 않더라도, 끝말 받침에 ‘ㅇ’자가 붙으면 산뜻하고 발랄한 느낌이 든다. 설탕 둘, 프림 둘 넣은 커피를 호록 마셔가며 앞에 앉은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가볍게 보내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더 점잖은 느낌을 주는 음절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발음이 무겁게 떨어지는 ‘관’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어떤 수준 이상의 공간이거나 대형 상점을 칭할 때 전통적으로 한자인 집 관(館) 자를 붙였다. 우미관, 옥류관처럼 오래된 고급 식당의 이름 끄트머리에 관이 붙는 것도 같은 이유겠다. 39개의 ‘오래가게’ 중 ‘관’ 자가 붙은 곳은 딱 두 군데다.

경인미술관과 통문관은 인사동에 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인사동은 보통 ‘우리의 것이 가장 많은 길’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가 되면서 국산 디자인을 한 중국발(發)의 무언가를 찾기가 더 쉬워졌다. 그런 가게들은 대체로 화려한 모습으로 손님을 불러 모으려고 노력한다. 경인미술관과 통문관의 분위기는 바로 그 대척점에 있어 특별하다. 두 곳 모두 문을 열기 전까지는 절대로 공간의 목적을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고, 들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로 온 것 같은 한적함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그렇다.

경인미술관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전통다원은 미술관의 작품들을 관람한 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다.

경인미술관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전통다원은 미술관의 작품들을 관람한 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다.

경인미술관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전통다원은 미술관의 작품들을 관람한 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다.

한옥과 빈티지한 소품들이 한데 어울리며 마루에 앉아 풀이 가득한 마당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상낙원인 수연산방.

한옥과 빈티지한 소품들이 한데 어울리며 마루에 앉아 풀이 가득한 마당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상낙원인 수연산방.

한옥과 빈티지한 소품들이 한데 어울리며 마루에 앉아 풀이 가득한 마당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상낙원인 수연산방.

통문관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1934년 문을 연 이래 3대째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서적과는 다르다. 고서와 고문서, 헌책과 희귀 자료, 근대 서적 등을 다룬다. 관장에게 어느 정도의 고서적이냐 물으니 “백범일지 서명본도 있다”고 대답한다. 국내 고서적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목적을 더불어서 하는 이곳은 그 업적을 인정받아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약 8만 권에 이르는 고서적이 있으니 더 빨리 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판매를 하지는 않으니 고서를 읽어야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손님들 대부분은 역사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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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 방문했던 경인미술관의 전경으로 모든 전시실이 한옥 형태이다.

비가 오는 날 방문했던 경인미술관의 전경으로 모든 전시실이 한옥 형태이다.

경인미술관은 쌈지길 안쪽 골목의 고즈넉한 공간에 있다. 1800년대에 지어진 한옥의 고아함은, 사립문을 열고 마당을 지나면서부터 느껴진다. 정원을 중심으로 놓인 독립적인 다섯 채의 공간은 한옥의 미학인 소통과 흐름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전시를 감상한 후 곁에 있는 전통다원에서 차를 마신다. 2011년 미쉐린 그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던 이곳의 건강한 차는 한옥의 정취를 한층 더 깊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래가게’는 앞으로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서는 통문관과 경인미술관이 이미 명패를 받았다. 다음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성북구에 있는 수연산방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곳은 소설 <황진이>의 저자인 상허 이태준 선생이 기거하던 곳이다. 오래된 한옥을 정갈하게 보존하고 있는 건 이태준 선생의 외손녀다. 그녀는 이곳을 정성스레 복원해 전통 찻집으로 개방했다. 잘 정돈된 한옥과 정원은 서울을 산책하고 싶게 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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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으로 향하는 인사동 거리 끝자락 즈음에 위치한 통문관은 외관에서 보이는 고서마저 놀라움을 자아낸다.

삼청동으로 향하는 인사동 거리 끝자락 즈음에 위치한 통문관은 외관에서 보이는 고서마저 놀라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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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속성이 ‘변하게 하는 것’이란 사실은 도시에서 더욱 잘 느껴진다. 해마다 달라지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SNS 피드를 가득 채우는 새로운 공간들에 관한 소식이 그걸 방증한다. 오래된 것이 사라지거나 잊히는 것이 이치인 줄은 누구라도 안다. 그럼에도 도시는 낡고 오래된, 사라지지 않을 가게들을 필요로 한다. 노포(老鋪)는 한 도시의 정서와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옛 서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30년 이상 된 노포들에 ‘오래가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도시의 가치를 보존하고 그들이 도시의 ‘백년가게’로 남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취지에서다. 옛 서울의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 위치한 39곳의 공간이 가장 먼저 ‘오래가게’로 꼽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그 공간들을 창간 28주년을 맞이한 <리빙센스>가 찾아갔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김보연 기자, 신은지(프리랜서)
사진
박형인

2018년 7월

이달의 목차
기획
박민정, 김보연 기자, 신은지(프리랜서)
사진
박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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