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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IME #1-3 시간이 흐른다

오래가게 1 : 좋은 취향을 가진 이들이 찾은 공간

On July 04, 2018 0

시간의 속성이 ‘변하게 하는 것’이란 사실은 도시에서 더욱 잘 느껴진다. 해마다 달라지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SNS 피드를 가득 채우는 새로운 공간들에 관한 소식이 그걸 방증한다. 오래된 것이 사라지거나 잊히는 것이 이치인 줄은 누구라도 안다. 그럼에도 도시는 낡고 오래된, 사라지지 않을 가게들을 필요로 한다. 노포(老鋪)는 한 도시의 정서와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옛 서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30년 이상 된 노포들에 ‘오래가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도시의 가치를 보존하고 그들이 도시의 ‘백년가게’로 남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취지에서다. 옛 서울의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 위치한 39곳의 공간이 가장 먼저 ‘오래가게’로 꼽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그 공간들을 창간 28주년을 맞이한 <리빙센스>가 찾아갔다.

허리우드 극장의 영사실에 보관되어 있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필름.

허리우드 극장의 영사실에 보관되어 있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필름.

허리우드 극장의 영사실에 보관되어 있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필름.

이제 서울에는 취향을 풍요롭게 할 공간들이 많다. 좋은 음악을 듣고 싶거나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찾을 곳들 말이다. 찾기도 쉽다. 키워드만 잘 짜 맞춰서 검색하면 장소가 나오고, 나보다 먼저 거길 다녀온 사람들이 남겨놓은 후기도 볼 수 있다. 게다가 갈 곳은 서울 곳곳에 널려 있다. 강남, 이태원, 홍대 앞, 성수동 등. 내가 있는 곳과 거리가 가까운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편리한 점이다. 다시 옛날이야기로 돌아가자. 당연하게도, 30여 년 전 서울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포털사이트도, SNS도 없었다. 그 시절 청춘들은 종로로 갔다. 취향을 가꿀 공간들은 대부분 종로구에 밀집되어 있었다. 수표교를 지나 종로 거리에 있는 가게들을 순회하며 양복과 구두와 중절모를 맞췄다는 ‘주먹왕’ 김두한의 일화처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역시 종로 거리를 순회하며 이것저것을 보고 듣고 맞춰가며 취향을 가꿨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중의 접근성이 비교적 높은 즐길 거리는 음악 듣기와 영화 관람 정도다. 중구 청계천로에 있는 ‘돌 레코드’와 종로구 낙원동의 ‘허리우드 극장’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왔다가 새로운 걸 발견해서 나가는 대표적인 스폿이었다. 그 당시 음악 좀 듣는다는 소년, 소녀들과 청년들이었다면 돌 레코드를 기억한다. 도매상에서도 구하기 힘든 귀한 음반들을 구할 수 있었던 곳, 불법으로 복제돼 ‘빽판’이라 불리던 걸 팔던 곳으로. 유명세에 비하면 이 가게의 동선과 규모는 미니멀하다. 세로로 긴 가게의 모양을 따라 몇 걸음 걸어 들어갔다가 다시 그 길을 통해 돌아 나와야 하는 구조다. 그런 제한적인 공간에서 그렇게 많은 음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돌 레코드만의 매력이다. 카세트와 CD, LP판으로 가득한 이 공간에는 나름의 질서와 법칙도 존재한다. “펄 시스터즈 있어요?”라고 묻자마자 “있지” 하고 곧바로 LP판을 찾아내는 사장님은 돌 레코드가 어떤 이에게는 일종의 세계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게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아날로그 전축의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30년 전의 것일 수도, 지금의 그것일 수도 있다. 종로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했다는 한 상인의 말에 따르면, 이 거리는 변한 게 별로 없다. 어느 세대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피카디리 극장과 서울극장이 그 자리에 있고, 종로서적과 낙원상가도 내부 인테리어나 운영 방법을 좀 달리했을 뿐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종로와 을지로란 그런 곳이다.

화폐단위의 역사가 담긴 문화이용원의 이용요금표.

화폐단위의 역사가 담긴 문화이용원의 이용요금표.

화폐단위의 역사가 담긴 문화이용원의 이용요금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필름이 허리우드 극장의 영사실 한쪽 벽에 무심한 듯 감겨져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필름이 허리우드 극장의 영사실 한쪽 벽에 무심한 듯 감겨져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필름이 허리우드 극장의 영사실 한쪽 벽에 무심한 듯 감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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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로터리에서 79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이용원.

혜화동로터리에서 79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이용원.

  • 혜화동로터리에서 79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이용원.혜화동로터리에서 79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이용원.
  • 혜화동로터리에서 79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이용원은 타일부터 재떨이가 달린 의자까지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혜화동로터리에서 79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이용원은 타일부터 재떨이가 달린 의자까지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 문화이용원 사장님이 비밀스러운 상자에서 꺼내 보여준 과거에 사용했던 물건들. 플라스틱 빗, 면도칼, 가위, 칼날을 가는 가죽. 문화이용원 사장님이 비밀스러운 상자에서 꺼내 보여준 과거에 사용했던 물건들. 플라스틱 빗, 면도칼, 가위, 칼날을 가는 가죽.
  • 돌 레코드에서 만난 1979년 발매된 척 맨지오니의 <Fun And Games>의 LP판. 돌 레코드에서 만난 1979년 발매된 척 맨지오니의 <Fun And Games>의 LP판.

개중 조금 더 깊게 살펴볼 만한 곳은 허리우드 극장이라 불리던 곳이다. 종로에 있는 다른 오래된 극장과 조금 다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시스템을 좇는 대신 그들만의 특별함을 찾아서다. 여기선, 아직도 낡은 영사기와 돌돌 말린 필름들이 제 역할을 한다. 좌석엔 A, B, C가 적힌 광택 플라스틱 대신 가, 나, 다열임을 표시하는 낡은 종이가 붙어 있을 뿐이다. ‘실버영화관’이란 이름 아래 분해 운영되는 이곳은 종로를 오가는 노인들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에 오래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당연히 일반인이 가도 된다. 그 시절 청춘들은 아마도 이런 공간들에 멋을 내고 가려고 이용원이나 미장원을 찾았을 것이다.

솜씨 좋게 누구라도 ‘서울 멋쟁이’로 변신시켜주던 바버(barber)들이 다 사라지고 있다는 건 왠지 쓸쓸하다. 다행히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이용원 풍경들이 혜화동의 문화이용원에 남아 있다. 문인, 정치인, 대학생 할 것 없이 드나들었던 이 공간은 79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79년이라는 세월이 어떤 세월이냐 하면, 화폐단위가 ‘원’이 아니라 ‘환’이었을 때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뜻이다. ‘아이롱’, ‘도라이야’ 같은 일본식 발음이 그대로 적혀 있는 이용요금표는 곧 서울역사박물관에 보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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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빼곡히 정리된 LP판 속 가운데 길이 돌레코드의 유일한 이동 통로다.

양쪽으로 빼곡히 정리된 LP판 속 가운데 길이 돌레코드의 유일한 이동 통로다.

  • 양쪽으로 빼곡히 정리된 LP판 속 가운데 길이 돌레코드의 유일한 이동 통로다.양쪽으로 빼곡히 정리된 LP판 속 가운데 길이 돌레코드의 유일한 이동 통로다.
  • 1960년대를 주름잡던 여성 듀엣 펄 시스터즈의 LP판으로 소장 가치가 높다. 1960년대를 주름잡던 여성 듀엣 펄 시스터즈의 LP판으로 소장 가치가 높다.
  •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실버영화관의 낡은 간판과 한글로 적혀 있다.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실버영화관의 낡은 간판과 한글로 적혀 있다.
  • 극장 좌석에 부착된 종이. 극장 좌석에 부착된 종이.
  • 영사실이 활발했을 시절 누군가 앉아서 잠시 쉬었을 의자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사실이 활발했을 시절 누군가 앉아서 잠시 쉬었을 의자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about TIME #1 시간이 흐른다

 

주거 공간 연대기

무인양품 자연주의 미니멀 하우스

시간의 속성이 ‘변하게 하는 것’이란 사실은 도시에서 더욱 잘 느껴진다. 해마다 달라지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SNS 피드를 가득 채우는 새로운 공간들에 관한 소식이 그걸 방증한다. 오래된 것이 사라지거나 잊히는 것이 이치인 줄은 누구라도 안다. 그럼에도 도시는 낡고 오래된, 사라지지 않을 가게들을 필요로 한다. 노포(老鋪)는 한 도시의 정서와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옛 서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30년 이상 된 노포들에 ‘오래가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도시의 가치를 보존하고 그들이 도시의 ‘백년가게’로 남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취지에서다. 옛 서울의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종로와 을지로 일대에 위치한 39곳의 공간이 가장 먼저 ‘오래가게’로 꼽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그 공간들을 창간 28주년을 맞이한 <리빙센스>가 찾아갔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김보연 기자, 신은지(프리랜서)
사진
박형인

2018년 7월

이달의 목차
기획
박민정, 김보연 기자, 신은지(프리랜서)
사진
박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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