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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미학을 담는

아티스트 김희원

On February 19, 2018 0

디자인을 베이스로 영상과 사진을 이용해 공간 작업을 하며 다른 이의 시선을 관찰하는 작가 김희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나만의 언어’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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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 핀 율(Finn Juhl))의 집에서 작업한 ‘누군가의 창’ 시리즈.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 핀 율(Finn Juhl))의 집에서 작업한 ‘누군가의 창’ 시리즈.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 핀 율(Finn Juhl))의 집에서 작업한 ‘누군가의 창’ 시리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공간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김희원이다. 나만의 언어로 공간을 표현할 수 있는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다.

대표작은 ‘누군가의 창문’ 그리고 ‘누군가의 시선’ 시리즈다. 그렇다. 같은 맥락의 문 시리즈와 샹들리에 영상을 활용한 조명, 거울 시리즈 등이 있다. 지난해 12월 창경궁 영춘헌에서 한국의 궁에 관해 선보였다. 왕이 바라보던, 왕이 실제 살았던 공간에서 왕이 바라보았을 모습들을 담은 사진 작업이다.

최신작은 뭔가. 삼성전자, 안상수 선생님과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이다. 스마트 워치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드라이플라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는 모래사장의 글씨, 아웃 포커싱에서 시선이 명료해지는 과정을 담은 개념적인 작업들이다.

사진, 영상 그리고 스마트 기기를 베이스로 한 인터페이스 디자인까지, 작업의 영역이 굉장히 넓다.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축이 있나. ‘누군가의 언어’다.

언어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는 뭔가. 학교에 다닐 땐 제품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도무스 아카데미에서 리빙&인테리어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쳤고. 첫 직장이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스튜디오였다. 그와 일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축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칼질부터 시작했던 그곳에서 만났던 것들, 곧 멘디니의 필통, 냉장고, 바닥재, 의자, 테이블, 심지어 전철역들은 모두 누가 봐도 멘디니의 작업이었고. 그런 게 디자인적 언어라는 생각을 하며 내 작업의 축으로 삼게 됐다.

김희원이 이해한 언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던 작업은 무엇이었나.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MM6)와 함께 했던 작업이었다. 밀라노 명품 거리라는 공간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리서치를 했고, 패션 위크와 디자인 위크 등 밀라노에 사람이 밀려드는 시기에 패션 브랜드의 쇼룸을 잠시 호텔로 꾸며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필요한 가구, 시스템, 집기를 제작하고 예약과 결제 서비스를 기획하고, 쇼룸에 없는 샤워 시설, 테라스 공간 등의 솔루션을 제시한 후 파리 본사에 제안했다. 무척 좋아했고, ‘우리의 언어를 잘 이해해 공간으로 풀어주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후 알레산드로 멘디니 스튜디오라는 꽤 좋은 명함을 포기하고 갑작스럽게 파리에서 개인 작업을 시작했다. 무엇이 하고 싶었던 건가. 사실 계획이란 것은 없었다. 일을 시작한 이후, 멘디니가 어떤 작업을 주문하면 나는 그의 취향과 언어대로 일을 마무리해놓고 ‘같은 작업을 하면 나는 이렇게 할 텐데’라고 구상해보곤 했다. 그러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내 것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파리로 떠났다. 지인들에게 ‘부잣집 아들이냐, 프랑스어는 할 줄 아냐’고 혼나기도 했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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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누군가의 창(Someone’s Window)’ 시리즈. 2 2017년 작 ‘누군가의 샹들리에(Someone’s Chandelier)’.

1,3 ‘누군가의 창(Someone’s Window)’ 시리즈. 2 2017년 작 ‘누군가의 샹들리에(Someone’s Chandelier)’.

 

그래서 정말 프랑스어는 할 줄 알았나. 못했다(웃음). 살기 위해 배워나갔다. 그럼에도 파리 생활은 나와 잘 맞았다. 보이지 않는 정이 있었고, 어느 학교에서 공부했는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같은 개인적인 질문들이 없는 도시라고 느꼈다. 그게 꼭 불편한 질문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걸로 평가받게 된다는 기분이 들 때 관계가 묘해지지 않나.

드디어 개인의 언어를 말할 수 있게 된 파리였다. 어떤 작업들을 했나. 다른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궁금했다. 시대상의 변화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식들을 관찰하고 싶었다. 내가 궁금했던 사람 50명을 찾아갔다. 예술가부터 투자 회사의 대표까지. 집이나 사무실에 찾아가 그들의 삶을 묻고 사진을 찍는 작업을 했다. ‘누군가의 시선’이라는 작업의 시초가 됐던 작업들이다.

‘누군가의 시선’이란 작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나왔나. 내가 좋아하는, 내가 관찰하고 싶은 사람들을 선정하고 그들에 대해 공부를 한다. 관찰의 과정이다. 어떤 문화를 알고 나면 하나의 사실을 알게 돼도 그게 응집된 힘으로 다가오더라. 그런 깊이감이 생기면 그들의 공간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다. 눈이 오늘 날에 찍을 때도 있고, 비가 오는 날에 찍을 때도 있다. 내가 관찰한 인물이 그 사진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작업이 마무리되는 것 같다.

‘놓임’에 대한 개념을 생각하며 모은 소지품들. 작업을 위해 베를린에 갈 때마다 회중시계를 모았다. 시계들은 대부분 조카들에게 선물한다고. 시간에 대한 개념을 아이들에게 선물해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놓임’에 대한 개념을 생각하며 모은 소지품들. 작업을 위해 베를린에 갈 때마다 회중시계를 모았다. 시계들은 대부분 조카들에게 선물한다고. 시간에 대한 개념을 아이들에게 선물해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놓임’에 대한 개념을 생각하며 모은 소지품들. 작업을 위해 베를린에 갈 때마다 회중시계를 모았다. 시계들은 대부분 조카들에게 선물한다고. 시간에 대한 개념을 아이들에게 선물해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2016 베니스 비엔날레 총괄감독이던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가 디자인한 체어. 영국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진행됐던 아티스트 프로젝트 당시 전시되었던 것과 같은 디자인의 의자.

2016 베니스 비엔날레 총괄감독이던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가 디자인한 체어. 영국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진행됐던 아티스트 프로젝트 당시 전시되었던 것과 같은 디자인의 의자.

2016 베니스 비엔날레 총괄감독이던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가 디자인한 체어. 영국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진행됐던 아티스트 프로젝트 당시 전시되었던 것과 같은 디자인의 의자.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나. 제일 오래 걸린 게 2년, 1년이 채 안 된 작업도 있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 프랑크의 집에서 촬영을 했을 때였다. 촬영 허가를 받으려고 꼬박 3주 동안 담당자를 쫓아다녔다. 결국 허가를 받았지만, 들어가선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못했다. 못 찍겠더라. 몇 시간을 눈으로 지켜보다가 나왔다. 어떻게 보여질지, 그녀에게 미안했다.

윤리적인 문제였나. 그렇다. 심적으로 힘들었고, 이후엔 어디 가서 사진작가라고 소개해도 되겠다 싶을 경험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파리에서 작업을 하다가 한국에 들어온 게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를 통해서다. 좋은 기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디자인 : 또 다른 언어>展에 참여했다. 내 이름 뒤엔 감사하게도 국제적으로 일하는 젊은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그 이후 국내 뷰티, 자동차, 통신사 브랜드 등에서 사진, 영상, 가구, 인테리어 등 공간을 총괄 디자인하는 디렉팅을 하게 됐다. 


밀라노에서 파리로 그리고 다시 서울이다. 지금도 1년에 반쯤은 외국에서 생활한다. 파리에서만 여섯 번 이사했다. 내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6가지 삶이 궁금했으니까. 지금은 다시 하라고 하면 힘들어서 못하겠지만. 어느 곳에서 사는지는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차이점을 만드는 것 같다.

각각의 도시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면. 밀라노는 내게 시장성과 수요를 일깨워준 곳이다. 내가 누구인지 프로필로 설명하지 않아도, 좋은 것에 투자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었던 공간. 파리는 느린 삶이 있던 곳. 예술은 왜 아름다워야만 하는지, 정치인은 어떤 윤리관을 가져야 하는지, 정의는 무엇인가에 관한 화두들에 대해 써볼 수 있는 곳. 

파리에서 작업한 ‘누군가의 방’ 시리즈.

파리에서 작업한 ‘누군가의 방’ 시리즈.

파리에서 작업한 ‘누군가의 방’ 시리즈.

서울에서는 어떤 공간에 살고 있나. 성수동에 작업실이 있고, 한남동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이 계신 인천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가지 삶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관찰의 성과는 어땠나. 익숙해지기 전에 보이는 것들,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느끼는 차이 정도가 있다. 도시가 가진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취향의 다름을 느꼈다. 일종의 현상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런 인과관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온 도시와 공간을 문맥적으로 파악하면 그 사람의 일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으니까.

노마드같은 삶이었다. 쉽사리 오해받는 것이 ‘돈이 많다’ 아닌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서울에서는 200만원으로 시작했다. 파리에서는 더 가난했고.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열흘 동안 점심을 굶고 샀다. 선택의 문제인데, 나는 가난하지만 가난하게 살려고 온 건 아니었으니까, 예약과 슈트가 필수 조건인 식당에 간다. 한 끼에 200유로. 그렇게 한 끼를 먹으면 다른 날은 꼭 집에서 간소하게 먹었다. 밀라노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해서. 패션 디자인 스쿨에 다니는 학생들의 룩북 촬영, 리터칭, 그래픽디자인 작업들을 과외하며 몇 년을 보냈다. 유학까지 가서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은 한국 시장에 없는 것들이다. 디자인인데,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들의 가격은 파인아트 못지않게 비싸다. 한국에는 아직 없는 시장이란 건 그런 의미다. 그래서 내 언어를 표현해나가며 느끼게 되는 감정들을 어떻게, 어떤 오브제로 표현할 것인지 고민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삶의 다음 목표를 기다리는 시기이고. 나와 내 삶의 관계를 정리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가. 죽을 때까지 언어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계속 배우고 싶다.

그것 역시 다시 관찰의 문제다. 작업을 하는 사람일수록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국제적인 사람이 될수록 시야는 넓어지고 마음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뿌리가 깊어진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론 그럴수록 작업이 잘된다.

앞으로 어떤 도시에 머물 예정인가.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단순한 여행은 아니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한 고민과 더 많은 관찰이 있을 예정이다.

언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나. 그건 나도 모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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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이 가장 아끼는 소유물 중 하나인 디자인 서적들. 건축, 디자인, 미술 등 카테고리별로 정리해 필요할 때마다 펴본다.

김희원이 가장 아끼는 소유물 중 하나인 디자인 서적들. 건축, 디자인, 미술 등 카테고리별로 정리해 필요할 때마다 펴본다.

디자인을 베이스로 영상과 사진을 이용해 공간 작업을 하며 다른 이의 시선을 관찰하는 작가 김희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나만의 언어’를 찾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안종환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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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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