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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의 세대교체

On December 26, 2017 0

왜 다들 전통주에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걸까? 해답은 주니어들에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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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 중순, 인스타그램에 #복순도가를 검색하자 연관 검색어를 포함해 약 1만8개의 포스팅이 검색됐다. #소통 #먹스타그램 같은 폭발적인 개수는 아니어도 사진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문화적 얼리어답터라 불릴 만한 사람들이 걸어둔 해시태그임이 확실해 보인다. 용산구와 마포구, 성동구에 위치한 유명한 동네의 유명한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바에서 찍힌 사진들이 있는가 하면, 화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잘 세팅된 집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듯한 모습도 적잖다. 팔로워 수가 몇만은 되는 인플루언서도 심심찮게 보인다. 어쨌거나 모르긴 몰라도 최소 1만 명 하고도 8명의 사람들은 ‘나는 복순도가라는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멋지게 포장해 자신의 SNS에서 자랑하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다.

복순도가는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의 김정식, 박복순 부부가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빚은 가양주 형식의 전통주를 만드는 술도가다. 고장에서 난 쌀로만 술을 빚는데 누룩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천연 탄산이 샴페인 같은 청량감을 줘서 ‘샴페인 막걸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누가 이걸 만들었을까? 대표는 복순도가를 만든 부부의 2세인 김민규 씨다.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 페이지인 링크드인(Linkedin)에 입력된 정보에 따르면,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10년 이상 건축을 공부했으며 미국 뉴스 채널인 CNN에서 잠시 일한 경력이 있다. 건축을 공부하던 미감과 시각, 여러 나라를 다니며 얻은 문화적 경험 그리고 가업에 대한 애정이 지금의 복순도가를 만드는 데 일조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그는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복순도가가 바라보는 최종의 목표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가 받은 것을 지역사회에 돌려주고 결국엔 그것으로 회귀하는 일입니다.” 옹골찬 생각을 하는 젊은 사업가의 말은 진실하게 와 닿는다. 울산에 위치한 본거지마저 지역 주민들의 손으로 지은 것이며, 복순도가의 행보는 ‘세계에 막걸리를 알리기’보다 우리 술의 보편화에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1 ‘샴페인 막걸리’로 유명한 복순도가 손 막걸리. 2 배혜정도가의 자색고구마 막걸리 ‘부자’.

1 ‘샴페인 막걸리’로 유명한 복순도가 손 막걸리. 2 배혜정도가의 자색고구마 막걸리 ‘부자’.

1 ‘샴페인 막걸리’로 유명한 복순도가 손 막걸리. 2 배혜정도가의 자색고구마 막걸리 ‘부자’.

맥주의 세대교체도 활발하다.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합작한 로컬 맥주 ‘제주 위트 에일’.

맥주의 세대교체도 활발하다.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합작한 로컬 맥주 ‘제주 위트 에일’.

맥주의 세대교체도 활발하다.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합작한 로컬 맥주 ‘제주 위트 에일’.

에디터는 최근 운 좋게 2세대 양조인 몇 명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봇뜰’의 정명은 연구원에게 제품 협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을 때, 그녀는 이메일과 우편으로 관련 서류를 보내달라고 말하는 대신 만날 약속을 잡자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수천 번 치대어 빚은 술을 넘겨주며 그것에 얽힌 역사와 만드는 방법, 즐기는 방법과 요즘 우리나라 술 시장의 흐름을 다 얘기해줬다. 부끄럽지만 그때 내가 썼던 칼럼 내용의 절반은 다 그녀 입에서 나왔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배혜정도가’에 외신 기자들과 방문했을 땐 김백규 씨와 만났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질의응답 시간에 막힘 없이 잘 정돈된 대답을 하고, 그날 예정된 양조 체험 프로그램과 투어를 주도했다.

에디터는 이 글의 처음에서 다뤘던 그 많은 해시태그들로부터 읽어낼 수 있는 것이 꽤 많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양조 신념에 맞는 방식으로, 국내 2세대 양조인들은 우리 술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애쓰고 있다. 그들의 언어가 지금 우리에게 와 닿는 지점에는 분명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경험했기 때문이란 팩트가 있지만 그것이 불편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SNS와 해시태그, 미디어와 비주얼이란 초현대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언어로 사용할 수 있는 세대와 전통주가 만났다는 것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눈앞에서 느낀 그들에게서는 그들의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만들었던 술이 지금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다는 자긍심과 진심이란 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감히 말하건대, 전통주의 가능성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와 있다.

박민정 기자

박민정 기자

애주가 집안의 장녀이자, 집안 어른들로부터 제대로 술을 배운 성인 여성. 주류 트렌드와 이를 즐기는 방법에 대한 나름의 소신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왜 다들 전통주에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걸까? 해답은 주니어들에게 있는 것 같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안종환
취재협조
복순도가(www.boksoon), 배혜정도가(www.baedoga.co.kr), 제주맥주(jejubeer.co.kr)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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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안종환
취재협조
복순도가(www.boksoon), 배혜정도가(www.baedoga.co.kr), 제주맥주(jejub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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