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링의 변주를 즐기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타운하우스. 실험실 같은 그곳에서 태어난 디자인은 크고 작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디자이너의 집, 실험실이 되다
집과 땅이 고르게 구획된 김포한강신도시.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지역 특유의 여유 때문인지 사람들의 표정에 활기가 넘친다. 단지 내 길을 따라가니 클로이스홈 전현주 디자이너의 집이 있었다. “이 집이 좋았던 이유는 타운하우스 내 다른 단지들과 달리 약간 꺾인 재미있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에요.” 4년 전 이곳으로 거처를 옮긴 전현주 디자이너는 박스 형태의 다른 집들과 달리 V자 형태로 꺾여 있는 공간감 있는 이 집이 맘에 쏙 들었다고. “이미 공간 구획이 되어 있는 것이 타운하우스의 장점이지만, 저희 가족에게 맞게 약간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죠.” 역시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눈에 걸린 것은 불필요하게 큰 주방이었다. 디자이너의 작업공간이자 가족의 소통 공간으로 쓰일 1층을 위해 전현주 디자이너는 주방과 다이닝 룸의 레이아웃을 약간 변경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테라스 앞쪽에 위치한 다이닝 룸과 ㄱ자 형태의 아담한 주방. 그 덕분에 거실 자체의 개방감이 확대되고, 계절이나 취향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다양한 스타일링을 해볼 수 있는 일종의 ‘실험실’ 같은 거실이 탄생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햇살이 닿는 저 벽면 전체를 스페인 타일로 꾸며두었어요. 계절이 변하고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지금은 컬러를 절제하고 모던한 거실로 꾸몄죠.” 가지런히 꽂혀 있는 인테리어 서적과 패브릭 북들 속으로 몸을 던져 넣었다가, 가장 좋은 조합을 찾아 거실에 흩뿌려 놓는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이 마치 과학자의 그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컬러 감수성을 깨우다
클래식부터 모던까지, 모든 아름다운 디자인의 요소들을 섞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지만 당연히 올곧은 취향 한 가지는 있다. 바로 컬러 무드. 그녀는 유난히 좋아하는 블루 컬러를 메인 테마로 거실을 꾸몄다. 그러면 분위기가 차가워지지 않겠느냐고? 답은 ‘아니오’다. “저는 블루가 차가운 색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특히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할 때는요. 소재, 패턴, 톤으로 얼마든지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요.” 그녀의 말대로 1층 공간은 유리, 철제, 대리석 등 차가운 소재의 가구들로 꾸며져 있지만 벨벳, 퍼, 모 등의 패브릭을 조화롭게 배치한 덕에 안온함이 느껴진다. 굳이 무거운 컬러를 배치해 눌러주지 않아도 색감 자체로 따뜻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외국의 인테리어 케이스에서 볼 법한 클로이스홈의 비주얼은 확고한 취향에서 나온다.


인테리어에 정답은 없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일을 하는 과정이 작곡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집 전체를 아우르는 대주제의 선율을 흐르게 한 다음, 각각의 방을 테마에 맞게 변주하고, 그에 어울리는 가구들을 별 가루처럼 뿌려주면 곡 하나가 완성되니까. 전현주 디자이너도 고객들에게 그런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집 전체와 방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하죠. 실제로 그런 집에서 더 편안할 수 있고요. 그런데 저는 해보고 싶은 스타일링이 많아서…. 결국 제 집에 이것저것 다 해보는 거죠. 하하.” 멋쩍은 웃음을 터트리는 전현주 디자이너의 말대로, 2층부터는 방마다 각각의 세계가 펼쳐진다. 블랙과 화이트로만 꾸민 초등학교 4학년 유진이의 방, 밝은 그레이와 블루로 우아하고 이국적인 느낌을 살린 게스트 룸, 베이지 톤이 주는 따뜻함이 인상적인 부부의 침실까지. 각각의 방이 가진 캐릭터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게 뭐 어떤가. 이곳은 이렇게나 완벽하게 다양한 스타일링으로 변주가 가능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집이다.
스타일링의 변주를 즐기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타운하우스. 실험실 같은 그곳에서 태어난 디자인은 크고 작은 놀라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