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이네 집에 찾아간 시간은 장마 기간 잠깐 먹구름이 개었을 때였다. 거실 창밖으로 멀리 청계산까지 훤히 보였다. 식물과 자연이 늘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가족의 바람처럼 자연과 도시의 하루하루 변화가 집 안에서도 쉽게 보였다.
집은 당연히 편해야 하고, 자연과도 가까이 있고 싶었어요.
대단지 아파트보다는 저희만의 생활과 공간이 가능한 집을 원했죠.
그래서 꼭 이 집에 살고 싶었어요.
일요일에 집에 있으면 여러 종류의 다양한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시각과 공간이 연결된 거실
천장은 높고 현관에서 주방, 안쪽 방까지 공간이 막힘없이 이어져 있다. 거실과 주방을 가로막아 시야를 가리던 벽을 철거해 완벽한 오픈형 공간으로 거듭났다. 박공지붕 형태의 거실 천장에 간접조명을 설치해 더 확장되고 더 높아 보이게 연출했다. 가족이 TV를 잘 보지 않아 TV장 대신 수납장을 짜고 패치카를 만들었다. 딱 맞게 짜인 거실에 재미를 주기 위해 수납장의 깊이를 언밸런스하게 맞췄다. 바닥과 천장은 화이트 톤으로 통일하고 주방과 각 방의 벽은 네이비 컬러로 마감하자 공간이 더 넓고 통일되어 보이면서도 지루함을 덜어주는 시각적 효과를 주었다. 특히 주방은 반짝이는 대리석과 스틸, 레더가 어우러지며 이 집에서 가장 입체적이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경희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 가족의 생활 패턴, 좋아하는 것, 불편해하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더라고요. 이경희 실장도 워킹맘이라 집안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팁을 많이 제안해주었어요. 수납공간을 만들 때는 그릇 크기까지 고려해서 장을 짜주더군요.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의 느낌을 받았어요.” 가족은 새집으로 이사 온 후 인테리어와 라이프스타일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새삼 느꼈다고 한다. 살기에 편한 공간이 되니 집이 훨씬 편안하게 다가오고 가족만의 색이 더 많이 묻어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옛것이 새것에 녹아들다
미술 작품을 좋아하는 부부가 그동안 모았던 그림들도 새집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각적으로 하나로 연결되는 공간에는 그림들을 걸었다. 블랙&화이트 컬러의 집에 풍부한 색채의 그림이 어우러져 공간에 조화로움이 더해진 모습이다. “옛집에서 사용하던 가구나 소품들도 새집과 어우러지도록 고심했어요. 안방의 침대와 벤치, 서재와 아들 방의 가구들 모두 사용하던 것들이에요. 기존의 가구들에 맞춰 마감재를 정하고 가구의 레이아웃을 구상했죠.”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마르멜로디자인의 이경희 실장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춰 공간을 어떻게 계획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좋은 집
이 집을 찾게 된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가족은 말한다. 넓고 아름다운 테라스와 집 어느 곳에서나 테라스와 연결되는 창이 있다. 아들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집이다. 잘 꾸며진 침실과 서재가 있음에도 가족은 집에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거실에서 보낸다. 집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는 부부는 쾌적한 공간을 원했고, 화려한 것보다는 간결하고 깔끔하면서도 우아한 공간을 원했다. 이경희 실장은 아주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집의 창문들이 통창이 아니라 바닥에서 꽤 올라와 설치되어 있었는데, 보기에도 그렇고 사용하는 데도 불편해 특별히 거실과 서재의 창문 아래쪽에 한옥의 툇마루처럼 턱을 올렸다. 거실에서 야외 테라스로 나가기도 편리해졌고 의자 생활이 많았던 가족이 때때로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기에도 좋다.
현진이네 집에 찾아간 시간은 장마 기간 잠깐 먹구름이 개었을 때였다. 거실 창밖으로 멀리 청계산까지 훤히 보였다. 식물과 자연이 늘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가족의 바람처럼 자연과 도시의 하루하루 변화가 집 안에서도 쉽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