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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라가 사는 집

On June 20, 2017

“사는 동안엔 예쁜 물건을 쓰고 싶어요. 유머가 있는 물건도 좋고요. 다 쓰면 버리는 치약도, 아주 작은 연필깍지도 눈에 드는 물건을 쓰다 보면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식료품과 생필품을 판매하는 ‘보마켓’, 책과 문구류를 판매하는 ‘라북’을 운영하는 유보라의 집에 놀러 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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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체구에 정갈한 커트 머리. 화려하지 않고 단출하지만 소신껏 잘 꾸민 모습에 수줍은 웃음이 예쁜 유보라. 취향을 사고 파는 요즘, 남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유보라가 궁금해졌다. 개인 SNS(@yoobora)에 흔한 셀카 한 장 올리지 않고 늘 사물과 풍경에 관한 절제된 포스팅만 올리지만 전국구로 판매되는 잡지 촬영에 흔쾌히 응한 이유는 이러하다. “2017년 제가 살았던 모습을 먼 훗날 책으로 펼쳐보고 싶어요.” 그래서 창창하게 초록이 우거진 초여름의 어느 날 유보라의 일상을 엿보러 갔다.

유보라, 나훈영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거실 한쪽의 책장. 데이베드는 칼한센앤선의 OW150.

유보라, 나훈영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거실 한쪽의 책장. 데이베드는 칼한센앤선의 OW150.

유보라, 나훈영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거실 한쪽의 책장. 데이베드는 칼한센앤선의 OW150.

반려견 ‘장미’를 위해 직접 만든 나무집.

반려견 ‘장미’를 위해 직접 만든 나무집.

반려견 ‘장미’를 위해 직접 만든 나무집.

분야가 다른 디자이너 부부가 함께 꾸민 집

결혼 5년 차의 아내 유보라와 공간 및 콘텐츠 기획자인 남편 나훈영.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1970년대 초 외국인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호텔로 세워졌던 한남동 ‘남산맨션’에 살고 있다. “남편과는 서로 얼굴만 알고 지내던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어요. 그러다 6년 전 남편이 운영하고 있던 가로수길의 ‘라북’이란 서점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각자의 분야인 ‘자동차’와 ‘공간’을 넘나드는 타임리스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며 꽤 잘 통했던 이들은 어느새 결혼 5년 차의 부부가 되었다.

현관의 흰 여백을 장식하는 덴마크 플렌스테드의 모빌.

현관의 흰 여백을 장식하는 덴마크 플렌스테드의 모빌.

현관의 흰 여백을 장식하는 덴마크 플렌스테드의 모빌.

회색에서 흰색으로 커버링한 거실 소파. 길다란 선반 위에 여행 중 모은 포스터와 사진 작품을 두었다. 두 손을 포갠 사진은 유보라가 아이폰 카메라로 직접 찍은 것. 웨딩 링을 낀 부부의 손이다.

회색에서 흰색으로 커버링한 거실 소파. 길다란 선반 위에 여행 중 모은 포스터와 사진 작품을 두었다. 두 손을 포갠 사진은 유보라가 아이폰 카메라로 직접 찍은 것. 웨딩 링을 낀 부부의 손이다.

회색에서 흰색으로 커버링한 거실 소파. 길다란 선반 위에 여행 중 모은 포스터와 사진 작품을 두었다. 두 손을 포갠 사진은 유보라가 아이폰 카메라로 직접 찍은 것. 웨딩 링을 낀 부부의 손이다.

“《서재 결혼 시키기》(앤 패디먼, 지호)라는 책을 아세요? 독서광인 부부가 결혼한 지 5년 만에 서재를 합치기로 결정하고, 서로의 책들을 모아 하나의 아름다운 책장으로 꾸미는 이야기예요. 저희들 역시 각자 결혼 전부터 모아온 가구와 소품을 합쳤어요. 버릴 건 버리고 남길 건 남겨서 두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운 집이에요.”
유보라, 나훈영 부부는 의자 하나를 살 때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디자인, 소재, 크기, 색상까지 모두 공유하고 합의를 한 다음 구매한다. “나이가 들수록 흰색이 좋아지더라고요. 원래는 그레이 색상의 소파도 흰색으로 다시 커버링을 했어요. 깔끔하고 단정해 보이는 흰색이 집을 더욱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거 같아요. 그래서 토스터도 화이트 색상의 발뮤다 제품을 샀어요. 하지만 아직도 남편과 합의가 되지 않아 못 산 물건이 있어요. 전자레인지예요. 전자레인지 없이 사는 집이 여기 있어요. 디자이너 둘이 살면 이렇게 피곤해요(웃음).” 유보라와 나훈영 부부가 가장 중히 여기는 것은 바로 ‘타임리스 디자인’. “과시적이지 않고 편안하며 지속적으로 곁에 두고 쓸 수 있는 타임리스 디자인을 좋아해요. 거추장스럽지 않은 디자인에 튼튼한 내구성은 기본이어야 하고요.” 그리고 호텔처럼 잘 정돈된 집에 의자, 소파, 조명, 수납장 등 사물의 겉면과 내면을 모두 읽고 엄선한 아이템을 뒀다. “저희 부부가 좋아하는 영국 건축가 존 포슨(John Pawson)처럼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절제된 건축과 아늑한 인테리어를 원했어요. 지금도 서로 절충하며 완성해가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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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 때마다 사 모은 스카프.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자 흰옷을 즐겨 입는 유보라가 자주 활용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해외 출장 때마다 사 모은 스카프.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자 흰옷을 즐겨 입는 유보라가 자주 활용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 해외 출장 때마다 사 모은 스카프.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자 흰옷을 즐겨 입는 유보라가 자주 활용하는 패션 아이템이다.해외 출장 때마다 사 모은 스카프.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자 흰옷을 즐겨 입는 유보라가 자주 활용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 해외 출장 때마다 사 모은 스카프.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자 흰옷을 즐겨 입는 유보라가 자주 활용하는 패션 아이템이다.해외 출장 때마다 사 모은 스카프.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자 흰옷을 즐겨 입는 유보라가 자주 활용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 푸른 남산이 보이는 다이닝 룸. 이곳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기도 한다. 아일랜드에 세워둔 사진은 장우철 작가, 바닥에 놓인 스위스 융프라우 사진은 김용호 작가, 조명은 장 푸르베, 거미 모양 레몬즙 짜개는 필립 스탁. 푸른 남산이 보이는 다이닝 룸. 이곳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기도 한다. 아일랜드에 세워둔 사진은 장우철 작가, 바닥에 놓인 스위스 융프라우 사진은 김용호 작가, 조명은 장 푸르베, 거미 모양 레몬즙 짜개는 필립 스탁.
  • 거실을 통해 침실까지 이어지는 통로. 거실을 통해 침실까지 이어지는 통로.
  • 흰색의 유에스엠 선반을 둔 주방. 냉장고는 홈바가 없고 간결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일렉트로룩스 제품.흰색의 유에스엠 선반을 둔 주방. 냉장고는 홈바가 없고 간결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일렉트로룩스 제품.
  • 한국에 출시되기도 전에 구매한 삼성 셰리프 TV.한국에 출시되기도 전에 구매한 삼성 셰리프 TV.
  • 창밖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벽에서 떼어 배치한 침대. 창밖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벽에서 떼어 배치한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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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날 쉬어가기 좋은 테라스.

볕 좋은 날 쉬어가기 좋은 테라스.

마비스 치약부터 스키피 땅콩잼까지, ‘보마켓’

남산맨션 1층에 자리한 보마켓(@bomarket). 유보라의 ‘보’를 따서 이름 지은 마켓 겸 라이프 셀렉션 스토어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식료품과 생필품을 파는 보마켓을 열게 된 계기는 뭘까. “4년 전의 1층 상가는 늘 어둡고 폐쇄적이었어요. 스키장의 콘도 같은 느낌이었죠. 생수 한 병 사려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고요.” 그렇게 개인적인 아쉬움과 동네 주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직접 보마켓을 열게 됐다. 콘셉트는 유보라가 유년 시절 경험한 일명 ‘미제 가게’. “어머니 손을 꼭 잡고 따라간 미제 가게의 잔상이 워낙 강렬해서 잊히지 않았어요. 진기하고 예쁜 식료품이 즐비했죠.” 그래서 보마켓에는 유보라의 추억 속 땅콩잼과 포도잼이 함께 들어간 ‘그레이프 피넛버터’를 비롯해, 호주의 유명한 초콜릿 과자 ‘팀탐’, ‘하인즈’의 케첩, 육각형 틴트에 담긴 ‘하니앤손스’의 티, 해외 직구로 유명한 ‘맥캔즈’ 오트밀 등이 있다. 또 ‘아조나’와 ‘마비스’의 치약을 비롯해 칫솔, 비누, 세제 등의 생필품도 판다. “모두 제가 직접 먹어보거나 사용해보고 보마켓의 디자인 심의를 통과한 제품이에요(웃음). 옛날 저희 어렸을 땐 고무장갑도 빨간색 한 종류밖에 없었잖아요. 하나를 사더라도 취향을 겨냥한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디자이너다 보니 이런 기준을 추구하고 있어요(웃음).” 처음 의도와 다른 물건도 있다. “동네 주민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어 새로 들인 물건들이 있어요. 술안주로 좋을 꽁치 통조림과 골뱅이 통조림이죠.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주민들이 많은데도 역시 한국 사람 입맛은 어딜 못 가나 봐요. 봉지 라면은 종류별로 있어요. 덕분에 지금의 보마켓이 완성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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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이지만 실온 유통 식료품부터 두부, 우유, 달걀 등 냉장 식품까지 없는 게 없는 보마켓.

작은 공간이지만 실온 유통 식료품부터 두부, 우유, 달걀 등 냉장 식품까지 없는 게 없는 보마켓.

  • 작은 공간이지만 실온 유통 식료품부터 두부, 우유, 달걀 등 냉장 식품까지 없는 게 없는 보마켓.작은 공간이지만 실온 유통 식료품부터 두부, 우유, 달걀 등 냉장 식품까지 없는 게 없는 보마켓.
  • 작은 공간이지만 실온 유통 식료품부터 두부, 우유, 달걀 등 냉장 식품까지 없는 게 없는 보마켓.작은 공간이지만 실온 유통 식료품부터 두부, 우유, 달걀 등 냉장 식품까지 없는 게 없는 보마켓.
  • 매일 동네 주민들이 사랑방 삼아 들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보마켓의 마스코트이자 부부의 반려견 ‘장미’.매일 동네 주민들이 사랑방 삼아 들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보마켓의 마스코트이자 부부의 반려견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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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사진, 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구비된 라북. 책을 사지 않더라도 마음껏 열람할 수 있도록 의자를 마련해뒀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기획하는 특별전도 열릴 예정이다.

건축, 사진, 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구비된 라북. 책을 사지 않더라도 마음껏 열람할 수 있도록 의자를 마련해뒀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기획하는 특별전도 열릴 예정이다.

책, 사람, 문구 그리고 ‘라북’

지난해 말 새로 문을 연 라북(@la__book). 남편 나훈영을 만났던 가로수길의 서점 라북과 이름이 같다. “옷가게에 밀려 없어졌지만 라북이 있을 때만 해도 가로수길은 낭만이 있는 거리였어요. 거리를 거닐다 책을 사기도 하고 꽃도 살 수 있었죠. 아련한 기억만을 더듬다가 사람 사는 곳에 마켓이 있듯 서점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라북을 부활시키기로 했어요.” 유보라, 나훈영 부부가 좋아하는 건축, 아트, 디자인과 관련한 책들을 모았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에디터 장우철, 사진작가 케이티 김과 심규호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추천한 책들도 있다. 집게, 가위, 스테이플러, 자, 필통, 클립 등 문구류도 다양하다. 그중 가장 종류가 많은 건 독일, 일본, 영국 등 국적도 다양한 연필들이다. “요즘은 모든 게 디지털화됐지만, 사실 가장 오래가는 건 디지털이 아니라 석탄이래요. 시간이 흐르면 펜 글씨는 잉크가 증발해 없어지고 디지털 콘텐츠는 파기되지만, 석탄으로 쓴 글은 오래오래 남아 있는다고 해요.” 마침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연필 한 움큼을 사간다. 오늘도 책 한 권, 연필 한 점으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픈 사람들의 발걸음이 ‘라북’으로 향한다. “보마켓과 라북 모두 이마트나 교보문고와 경쟁할 수 없는 구조잖아요. 손님들이 올 때마다 새로운 물건들을 볼 수 있도록 재고를 늘리지 않으려 해요. 늘 재미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요. 서울에 여전히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리고, 많은 분과 취향도 공유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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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북의 키 컬러인 노란색으로 꾸민 매장 내부.

라북의 키 컬러인 노란색으로 꾸민 매장 내부.

  • 라북의 키 컬러인 노란색으로 꾸민 매장 내부.라북의 키 컬러인 노란색으로 꾸민 매장 내부.
  • 라북의 키 컬러인 노란색으로 꾸민 매장 창.라북의 키 컬러인 노란색으로 꾸민 매장 창.
  • 색색의 국적이 다양한 연필, 캐릭터 틴틴의 피규어, 파란색 제프 쿤스의 벌룬 독 등이 놓인 흰색 아르텍 선반.색색의 국적이 다양한 연필, 캐릭터 틴틴의 피규어, 파란색 제프 쿤스의 벌룬 독 등이 놓인 흰색 아르텍 선반.

“사는 동안엔 예쁜 물건을 쓰고 싶어요. 유머가 있는 물건도 좋고요. 다 쓰면 버리는 치약도, 아주 작은 연필깍지도 눈에 드는 물건을 쓰다 보면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식료품과 생필품을 판매하는 ‘보마켓’, 책과 문구류를 판매하는 ‘라북’을 운영하는 유보라의 집에 놀러 간 이야기.

CREDIT INFO

기획
이경현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