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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정 기자의 ‘한 잔’

권하고 싶은 술, 약주

On April 27, 2017

그러니까 어른들이 “술이 약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아예 거짓은 아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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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 아황약주(2만 3000원), 2 진도홍주(2만원), 3 칠선주(2만 8000원), 4 오미자주(1만 1000원), 5 자양백세주(3만 5000원).

왼쪽부터 1 아황약주(2만 3000원), 2 진도홍주(2만원), 3 칠선주(2만 8000원), 4 오미자주(1만 1000원), 5 자양백세주(3만 5000원).

 

에디터의 집안 어른들은 가끔 “이게 바로 약이지!”라고 술자리 농담을 하신다. 그걸 따라 나도 어른들의 술을 높여 부를 땐 ‘약주’라고 하는데, 농담인 줄 알면서도 가끔 궁금했다. 술은 정말 약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바로 노숙한 의원이라 병을 잘 진단하지/ 누구의 빌미냐 하면 틀림없이 누룩 귀신일세/ 새벽에 아황주 다섯 말을 단숨에 마셔야 해/ 이 약이 유백륜에게서 전해온 비방일세.’ 생각해보니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가 약으로 언급한 술이 있었다. 입술에 술 마를 날이 없었다고 알려진 중국 위나라의 문인 유백륜을 인용한 시에서다. 주인공 ‘아황주’의 원료는 흰쌀과 물 그리고 유산균의 보고인 누룩 딱 3가지. 요즘 유행하는 유산균 영양제가 부럽지 않은 좋은 술이다. 그러니 이규보가 술병이 난 친구를 놀리면서도 “다섯 말을 마시라”고 권했을 거다.

‘송화 백일주’는 좀 더 귀한 술이다. 조선시대 ‘작은 석가’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던 진묵 대사가 높은 산에서 공부하다 고산병으로 고생하는 스님들을 위해 빚은 술. 소나무의 꽃가루를 넣어 빚었는데 위장병, 냉병, 영양 결핍 등을 예방해줬다. 지금까지 경기도 광주 수왕사 주지 스님에게만 대대로 전해오는 비법으로 빚어지는 약술이다.

‘진도홍주’는 강화도에서 옛날부터 가정 상비약으로 두고 쓰던 약재인 ‘지초’를 넣었다. 지초의 시코닌 성분이 몸의 열을 내려주기 때문에 디톡스, 소염 기능을 한다. 붉은 술 중엔 이런 술이 몇 가지 더 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갑자기 기와 혈이 막혀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일 때 약 대신 처방하던 ‘감홍로’, 주의력과 사고력이 떨어졌을 때 마시면 원기 충전을 도울 뿐 아니라 여성의 자궁에 건강한 기운을 전하는 ‘오미자주’도 그중 하나다.

약술 얘기를 하니 약재로 빚은 술도 빼놓을 수 없다. 주원료인 인삼의 사포닌 성분과 7가지 한약재 성분이 폐와 간장을 보호하고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칠선주’, 《동의보감》의 5대 처방전에 근거해 원기를 보하는 6년근 홍삼과 숙지황, 당귀 같은 원료로 빚은 국순당의 ‘자양백세주’와 ‘강장백세주’도 있다.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 의원은 부족하고 산천초목은 지천이던 때, 술은 정말 약이었다.

그렇다고 맥주나 소주를 ‘약’이라고 하는 어른들 말씀에 딴지 걸 마음은 없다. 꼭 귀한 약재로 빚어야만 약술은 아닐 테니까. 술 한 잔에 걱정도 좀 잊고, 미간 쭉 펴고 웃기도 하면 그게 약이겠지. 그저 이번 마감이 끝나거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좋은 약술 한 병 사 들고 가 효녀 흉내를 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박민정 기자

박민정 기자

애주가 집안의 장녀이자, 집안 어른들로부터 제대로 술을 배운 성인 여성. 주류 트렌드와 이를 즐기는 방법에 대한 나름의 소신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그러니까 어른들이 “술이 약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아예 거짓은 아니었던 거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김준영
취재 및 자료협조
국순당(www.ksdb.co.kr), 우리술방(www.woorisoolbang.com), 최행숙전통주가(www.파주전통주.kr)
도움말
대동여주도 이지민(blog.naver.com/prnp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