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가 함께 피렌체를 여행하며 받았던 영감을 떠올리며, 손으로 직접 그리고 발품 팔아 재현한 꿈의 공간을 소개한다.

여행에서 마주한 취향 저격
장성아 씨와 초등학교 미술 선생님이었던 어머니는 방학을 이용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취미였다. 매번 관광객이 가장 많을 시기에 떠난 여행이라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기 위해 바삐 돌아다녔지만 어머니가 퇴직한 후의 여행은 달랐다.
성수기를 피해 여행 일정을 잡고 그 나라를 듬뿍 느끼기 위해 호텔이 아닌 에어비앤비에 묵으며 현지인처럼 골목골목을 탐방하고, 관광 책자에 나오지 않은 로컬 숍과 맛집 등을 발견하는 재미를 조금씩 느끼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예전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플리마켓도 그중 하나. 평소 오래된 물건의 낡은 느낌을 좋아하는 모녀에게 갖가지 빈티지 아이템을 만날 수 있는 플리마켓은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처음엔 그릇, 냄비, 액자 등 소소한 소품들을 하나둘 구매해 힘들게 이고지고 왔지만, 이젠 살림살이 쇼핑만을 위한 텅 빈 캐리어를 하나 준비해 소품을 가득 채워 온다.
여행은 모녀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기도 했다. “피렌체에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우연히 머물게 된 에어비앤비의 실내 인테리어에 저와 어머니 모두 마음을 빼앗겼죠. 톤 다운된 색감과 촉감 좋은 패브릭으로 마감한 소파 등 남의 집을 빌려 사용하는 것이지만 꼭 내 집처럼 편안하게 생활했던 기억이 나요.
그곳의 느낌을 그대로 옮겨오고 싶은 생각에 리모델링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마침 이사를 가야 할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에 모녀는 원래 거주하던 아파트의 맞은편 동에 50여 평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과감한 크기의 화기가 공간에 자연스러운 무드를 더한다.
모녀가 완성한 꿈의 집
원하는 스타일이 확고했던 모녀는 인테리어 업체를 통하지 않고 셀프 인테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공 업체와 소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도면 작업엔 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원하는 모양을 그림으로 그리고, 여행 중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시공 업체와 의견을 나눴다. 바닥, 싱크대, 타일 등 각각 다른 업체를 알아보고 공사 스케줄을 짜는 일도 직접 해냈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시공 순서를 알지 못해 어떻게 스케줄을 짜야 할지 막막했어요. 시공 업체분들이 서로 공사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조정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장성아 씨에겐 이 공간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낮엔 회사 일을, 저녁엔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계획하며 정신없이 두 달을 보냈기 때문. 진두지휘한 공간인 만큼 공사 기간 동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어머니와 저에게 영감을 준 피렌체 에어비앤비 공간의 몰딩 모양과 색감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어요. 그곳과는 층고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이즈로 시공한다 해도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이사 갈 집의 층고를 잰 뒤 비율을 따지면서 각각의 디테일을 자로 직접 재고 스케치해 몰딩 업체에 의뢰했어요.
페인트 색을 고르는 것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회색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니까요(웃음).” 아일랜드 키친을 만들기까지의 여정도 만만치 않았다. 치수로는 완성된 넓이와 높이의 감이 오지 않았던 장성아 씨는 주방을 계획하며 실제 텅 빈 공간에 A4 용지를 깔아가며 완성됐을 때의 크기를 가늠하기도 했다. “공사를 의뢰하고 주방을 시공했던 날의 두근거림을 잊지 못해요. 어머니도 저도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저희가 결정한 것들이 완성됐을 때 혹여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집 안 곳곳엔 여행 중 구매한 소품을 장식해 그때의 추억을 되새김질하기도 하며 여가를 보내는 장성아 씨와 어머니. 그렇게 모녀는 두 손으로 직접 완성한 꿈의 공간에서 피렌체로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됐다.
모녀가 함께 피렌체를 여행하며 받았던 영감을 떠올리며, 손으로 직접 그리고 발품 팔아 재현한 꿈의 공간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