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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최선우 부부와 반려견 망치의

소곤소곤 행복을 그리는 제주 유월 그리고 열두마루

On September 06, 2016

제주에 신혼집과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해 귀촌한 김진희, 최선우 부부. 텃새 심하기로 유명한 제주에서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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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는 공간. 방이 4개 있는데 옛날 집의 서까래를 그대로 살려 고즈넉한 멋을 느낄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는 공간. 방이 4개 있는데 옛날 집의 서까래를 그대로 살려 고즈넉한 멋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 터를 잡기 전엔 무슨 일을 하셨나요. 내려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남편은 서울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저는 성남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했어요. 둘 다 여행을 좋아해요. 연애하는 동안 제주도 여행을 자주 왔는데 그때마다 사계절을 모두 겪으며 살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남편이 크게 사고를 당해 병원에 1년 반 입원했고, 수술도 20번 정도 했어요.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던 시기에 사고가 나 둘 다 매우 힘든 시기를 겪었죠.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우리가 좋아하던 제주로 내려가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자고 제안한 건 저였어요. 그리고 이곳이 저희들 신혼집이 됐죠.

이 집은 어떻게 만났나요.
서울처럼 돌아다니다 보면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절대 그렇지 않더라고요. 사흘 동안 제주를 네 바퀴나 돌았는데 어디에 정착해서 살아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어요. 마지막 날 지역이라도 정하고 가자 하고 요모조모 따져보는데, 제주의 8개 읍 중 이곳 구좌읍이 우리가 생각하는 제주의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한 지역 같았어요. 이 집은 나중에 알게 된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소개해줬어요. 남편이 아직 몸이 불편한 상태여서 어느 정도 수리가 된 집을 찾았는데, 집주인이 게스트하우스를 하려고 3분의 1 정도 수리해놓은 상태였어요. 살림집도 딸려 있었고요. 저희 부부에게 딱 맞는 집이라 바로 계약했어요.

마을의 집들과도 튀지 않고 잘 어우러져요. 건축가는 어떻게 만났나요.
본래 있던 시골집은 지붕 등만 조금씩 손봤어요. 1년 전 별채를 지었는데 건축집단 지랩에게 맡겼어요. 게스트하우스 손님이 추천해줘 고민 없이 바로 의뢰했죠. 지랩은 제주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주변과 잘 어우러지게 작업을 해왔던 터라 맘에 꼭 들었어요.

이곳은 비교적 관광객들 발길이 드물어 조용한 동네 같아요. 건물을 단장하며 어려웠던 점이나 즐거웠던 일이 있었나요.

본래는 별채를 지을 때 뒤쪽 창고를 매입해서 좀 크게 지으려고 했어요. 그 계획대로 됐다면 좀 더 넓은 평수가 나올 수 있었지만 갑자기 창고 소유주가 반대해서 짓지 못했죠. 공사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에요. 그런 일이 요즘 제주에서는 많이 일어난다고 해요. 마을에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농가 주택을 선호하다 보니 앞집, 옆집과 분쟁도 잦고, 주차 문제도 심각하고요. 저희도 2년간 주민 분들과 잘 지내오다 별채를 지으면서 분쟁이 생겨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별채가 완성되면 결혼식도 올리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하지만 평수가 좁아지면서 복도 공간이 생겼고, 그곳을 갤러리로 꾸미게 돼 오히려 더 맘에 들어요. 침실 또한 온전히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이라 손님들도 좋아하시고요. 누구나 자신의 집을 짓고 살아보는 것이 꿈이잖아요. 설계부터 참여해 별채가 지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뜻깊었어요.

 간단하게 커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최선우 대표가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손님을 위해 건강한 재료로 만든 조식과 맛좋은 쿠키를 직접 만든다.

간단하게 커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최선우 대표가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손님을 위해 건강한 재료로 만든 조식과 맛좋은 쿠키를 직접 만든다.

간단하게 커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최선우 대표가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손님을 위해 건강한 재료로 만든 조식과 맛좋은 쿠키를 직접 만든다.

투자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회수 기간을 어느 정도로 잡고 있나요.
4년 전 이 집을 1억5500만원에 구매했어요. 리모델링과 별채 신축까지 대략 4억원 정도 들어갔어요.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는 현실상 어려워요.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면 방의 개수가 많아야 하는데 보다시피 저희 게스트하우스는 규모가 작아요. 서울에서 자영업을 한다 생각하면 한 사람 인건비 정도 나오죠. 또 비수기도 있고, 최근 제주도에 숙박업소가 많이 생겼어요. 4년 전엔 300개 정도 됐는데 지금은 1000여 개에 달해요.

제주도는 텃새가 심하기로 유명한데, 이웃들과 잘 지내는 팁이 있나요.
많이 나누려고 노력해요. 그러려고 시골에서 사는 건지도 모르죠. 마을 어르신, 이웃의 경조사는 되도록 챙기려고 노력하죠. 나누는 만큼 마을 분들도 저희에게 잘 해주세요. 일례로 주차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옆집 할머니께서 마당을 내어주시기도 했어요. 시골에서 자신의 마당을 내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해요. 또한 마을 사람들과의 분쟁도 염두에 두어야 해요.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라면 분쟁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최대한 안 생기도록 노력해야 해요. 손해 보고, 일정 부분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곳이 시골이에요.  

원목 가구로 차분하게 연출한 거실 공간.

원목 가구로 차분하게 연출한 거실 공간.

원목 가구로 차분하게 연출한 거실 공간.

제주의 어떤 삶이 좋은가요. 도시에서 살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날이 화창하면 집에서도 한라산이 잘 보여요. ‘제주에 산다는 게 이런 거지’ 하고 느끼죠.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바다와 오름이 있어요.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죠. 맛집도 많아요. 어딜 가든 자기네 집이 다 맛집이라고 하지만요. 시간이 나면 남편과 함께 손님들이 추천해준 식당을 찾아가 음식을 맛보곤 해요. 도시에서 살 때와 다르게 정신적으로 맑아진 기분이 들어요. 게스트하우스 일을 하루에 16시간 정도 해요. 직장에서 16시간 동안 일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이곳에서 살다 보면 아무리 오래 일하고 힘들어도 금방 회복할 수 있는 자연의 힘을 느껴요. 다음 날 아침에 못 일어날 것처럼 일해도 오전 6시면 눈이 저절로 떠지죠. 도시에서 살 때보다 훨씬 건강해졌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도시의 매연이나 미세먼지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것도 좋고요.

1년 전 건축집단 지랩과 함께 만든 별채.

1년 전 건축집단 지랩과 함께 만든 별채.

1년 전 건축집단 지랩과 함께 만든 별채.

별채는 평수는 좁지만 박공지붕으로 층고를 높여 시원스럽게 연출했다.

별채는 평수는 좁지만 박공지붕으로 층고를 높여 시원스럽게 연출했다.

별채는 평수는 좁지만 박공지붕으로 층고를 높여 시원스럽게 연출했다.

코너에 선반을 만들어 쉴 수 있는 공간. 창밖으로 마을과 한동리 앞바다 풍경이 보여 사색하기 좋다.

코너에 선반을 만들어 쉴 수 있는 공간. 창밖으로 마을과 한동리 앞바다 풍경이 보여 사색하기 좋다.

코너에 선반을 만들어 쉴 수 있는 공간. 창밖으로 마을과 한동리 앞바다 풍경이 보여 사색하기 좋다.

불편한 점은 없나요.
가까운 곳에 친구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재방문하는 손님과 함께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같이 해요. 문화생활을 즐길 수 없는 건 아쉽죠. 심야 영화를 보고 싶어도 차를 타고 1시간은 나가야 영화관이 있으니까요. 갑자기 육지에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마음먹은 대로 방문하지 못하는 점도 불편하죠. 비행기 시간 등이 안 맞는 경우가 왕왕 생기니까요. 그럴 땐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워요.

쉴 땐 주로 뭘 하나요.
해안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요. 제주는 자전거 길이 잘 닦여 있어요. 비자림과 용눈이 오름도 가요. 한동리를 선택한 이유도 이 두 곳이 가까워서예요. 하지만 바빠서 많이 가진 못해요. 제주에 내려온 후 네 번 정도 갔어요. 재미있는 것이 제주 토박이 중에도 우도나 서귀포에 한 번도 안 가본 분이 있더라고요. 저희가 서울 살면서 남산, 경복궁을 자주 안 가는 것과 같긴 하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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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갤러리로 연출해 이세나 작가의 캘리그래피를 전시하고 있다. 앞으로 일러스트, 사진 등의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복도를 갤러리로 연출해 이세나 작가의 캘리그래피를 전시하고 있다. 앞으로 일러스트, 사진 등의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아니예요. 귀촌의 이상과 현실을 독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기획한 칼럼이니 괜찮습니다. 이주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맞아요. 저희가 귀촌의 이상과 현실을 인지하고 못하고 내려온 딱 그 케이스예요. KBS <인간극장>에서 귀촌한 사람이 개와 함께 여유롭게 산책하는 모습에 혹해서 내려왔거든요(웃음). 하지만 여기 어르신들은 사계절 밭일하고 물질하고 손에 흙 묻히고 사는 것이 생활이에요. 개와 함께 산책하는 것은 안 좋아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반려견과 산책은 자제합니다. 자전거 타는 것도 한적해 보일 수 있어 동네 어르신들이 잠든 밤에만 타요. 이게 진짜 제주 생활이죠.

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시골에 집을 짓거나 구매할 경우 불법 증축 여부도 잘 따져봐야 해요. 시골은 불법 증축한 건물이 많아요. 땅의 경계는 서류상으로 보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다르니 꼭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제주는 육지보다 물가가 비싸요. 원래 예산으로 세워놨던 금액보다 더 들어갈 확률이 높아요. 또한 마트, 병원 같은 편의 시설과의 거리를 고려해 지역을 선택해야 해요. 저희 집 주변에 어르신들이 많이 사세요. 가끔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골든타임을 놓쳐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가족 중에 초등학생이 2명 있다면 제주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범 하우스를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집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것들을 세세하게 알아보고 결정한다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겠죠.

2층에 작은 서재를 만들어 만화책과 소설 등을 구비해놓았다.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손님들이 기증한 책도 많다고.

2층에 작은 서재를 만들어 만화책과 소설 등을 구비해놓았다.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손님들이 기증한 책도 많다고.

2층에 작은 서재를 만들어 만화책과 소설 등을 구비해놓았다.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손님들이 기증한 책도 많다고.

천장과 벽의 목재를 그대로 살려 제주 전통 가옥의 모습을 살려냈다.

천장과 벽의 목재를 그대로 살려 제주 전통 가옥의 모습을 살려냈다.

천장과 벽의 목재를 그대로 살려 제주 전통 가옥의 모습을 살려냈다.

천장과 벽의 목재를 그대로 살려 제주 전통 가옥의 모습을 살려냈다.

천장과 벽의 목재를 그대로 살려 제주 전통 가옥의 모습을 살려냈다.

천장과 벽의 목재를 그대로 살려 제주 전통 가옥의 모습을 살려냈다.

밤마다 작은 창을 내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개선했다.

밤마다 작은 창을 내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개선했다.

밤마다 작은 창을 내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개선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여든 넘은 노부부가 따님과 함께 오셨는데, 어머님 몸이 불편하셨어요. 저희 집은 옛날집이라 휠체어가 이동하기에 불편한 구조여서 이것저것 챙겨드려야 할 것 같아 신경이 쓰였는데, 어머님께선 어디서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지금은 해마다 따님 가족이 방문해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따님께 어머님의 안부를 여쭈곤 하는데 다행히 아주 건강하시대요. 수의사 분이 묵은 적도 있어요. 감사하게도 저희 반려견의 상태를 봐주시더군요. 무속인도 왔었는데 우리 집 마당의 기운이 너무 좋다고 하셨어요. 기운이 약해지면 다시 방문해 기를 충전하시겠다고 했어요.(웃음) 손님들이 캘리그래피나 일러스트 등을 그려주고 가는 경우도 있어요.

별채 복도에 전시 중인 캘리그래피 작품도 손님이 남기고 간 것 중 하나인가요.
캘리그래피 작가인 이세나(Goodsena) 씨의 인스타그램을 팔로하며 그녀의 작품을 감상하던 중 저희 공간에 전시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전시가 끝나면 일러스트, 사진 등 테마를 바꾸며 전시를 이어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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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잠만 잘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 꾸민 침실.

오롯이 잠만 잘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 꾸민 침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깻잎 농사를 지을 생각이에요(웃음). 어느 날 동네 어르신이 지나가며 왜 그러고 사는지 모르겠다며, 깻잎 농사만 지어도 1년에 훨씬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하셨어요. 어르신들은 저희가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모습이 안쓰러우신가 봐요.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주 5일 근무예요. 잘 쉬어야 저희 집을 찾은 손님들에게 더욱 밝고 정성껏 대접할 수 있잖아요. 깻잎이 아니라도 블루베리는 꼭 키워보고 싶어요. 조식으로 만드는 쿠키에 직접 키운 블루베리를 넣으면 더욱 맛있을 것 같아요.

블루베리는 새가 다 쪼아 먹는다던데요.
그래서 제주도에선 무조건 하우스 농사를 지어야 해요. 그런데 요즘 땅값이 많이 오른 데다 하우스는 더 비싸서…. 생각해보니 블루베리는 그냥 사 먹는 게 낫겠어요!(웃음)

제주에 신혼집과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해 귀촌한 김진희, 최선우 부부. 텃새 심하기로 유명한 제주에서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CREDIT INFO

기획
김수지 기자
사진
양우상
취재협조
유월 그리고 열두마루(010-9864-1160, www.june12maru.com)
건축설계
지랩(www.z-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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