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아온 젊은 부부에게는 숨을 고를 휴식의 공간이 필요했다. 도심의 북적거림에서 한 발짝 떨어진 동네에서 시작하는 한옥살이. 가족이 바라던 진짜 ‘집다운 집’이 완성됐다.
디자이너 부부, 주택 대신 10평대 한옥을 선택하다
가구를 만드는 고훈 씨와 모자 디자이너인 유희정 씨 부부는 트렌드세터가 모여드는 한남동에 작업 공간을 겸한 2층 주택에 살았다. 초등학생인 윤수를 돌보며 일하기에 그만이었지만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이 그리워졌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서촌에 작업 공간이 딸린 주택을 지을까 하다가 누상동의 옛 한옥을 고쳐 살기로 했다. 지은 지 80년 된 한옥은 약 10평대에 불과했지만 상태가 양호해 부부는 외벽과 기둥을 남기고 리모델링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집의 가치를 살리되 가족의 취향과 실용성을 고려한 살림집을 꾸몄다.
“살림의 규모를 줄이기도, 쓰던 가구를 배치하기도 어려웠어요. 하지만 중정이 있어 하늘을 보고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좋아요. 중정의 위를 막아 공간을 넓게 쓰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시원하게 열린 구조야말로 한옥의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겨울에 입주한 탓에 가족들은 간절히 중정을 활용할 수 있는 봄을 기다린다. 마사토를 깔아 나무를 심고 파라솔을 펼쳐놓을 생각에 마음이 설레서다. 유희정 씨는 집 근처 상인들의 덤과 에누리를 경험하며 잊고 살던 ‘동네’의 따뜻함을 깨닫곤 한다. 가족에게 맞는 크기와 위치, 가격에 만족하는 집을 만난 행운에 더불어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하니, 작지만 알찬 한옥을 고른 그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한옥은 천장 자체가 곧 인테리어 요소예요. 대들보와 서까래, 기둥의 겉을 깎아서 예쁜 나무색이 나오도록 했죠. 조명기기나 소품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공사 내내 관여할 순 없지만 취향에 맞는 제품을 직접 준비할 수 있다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주차장이 멀다는 점은 사람 냄새가 나는 동네가 주는 편안함과 한층 친밀해진 가족애를 생각한다면 단점도 아니라는 고훈 씨 가족. 작은 한옥이 주는 크나큰 선물을 얻었다.
바쁘게 살아온 젊은 부부에게는 숨을 고를 휴식의 공간이 필요했다. 도심의 북적거림에서 한 발짝 떨어진 동네에서 시작하는 한옥살이. 가족이 바라던 진짜 ‘집다운 집’이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