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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살림 名品 2

내가 사랑한 주방 살림 이야기

On September 12, 2014

요리하는 김정은의 작업실은 소박하고 깔끔하다. 비싼 물건들을 내놓아 애써 뽐낸 흔적도 없고, 동선이나 가구 배치도 효율적이고 심플하다. 담백해 보이는 이 주방에는 학창 시절부터 모아온 그녀의 방대한 컬렉션이 구석구석 깨알같이 숨어 있다.

요리가 좋아 자연스럽게 시작한 살림 컬렉션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구웠던 슈크림은 못나고 옆구리도 툭툭 터졌지만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맛이었다.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그녀는 디저트까지 손수 만들어주던 어머니를 따라 카스텔라며, 간단한 쿠키를 그때부터 굽기 시작했다. 오븐에 들어간 반죽이 붕붕 부풀어 올라 달콤한 향을 풍기며 나올 때쯤이면 신나는 기분에, 선 자리에서 콩콩 뛰어오르기도 했다. 학교에서 점심시간은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친구들이 도시락을 꺼낼 때마다 알록달록 예쁘게 음식을 담은 엄마들의 솜씨에 “와와!” 감탄하다 한참 후 젓가락을 들곤 했다. 그런 경험들 때문일까, 호기심 많던 소녀는 ‘요리’라는 근사한 놀이에 푹 빠졌다.

동경 쇼와 대학에서 영양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국과 일본의 식문화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김정은 교수는 두 나라의 음식 문화 전반에 두루 관심이 많다. 일로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요리가 정말 재미있다는 그녀는 그간 하나둘씩 모은 그릇과 주방 살림을 자신만의 질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그릇과 소품은 수업이나 촬영할 때, 일상생활에서도 두루 사용하는데 싱크대와 수납장 문을 여는 순간 일단 엄청난 양에 놀란다.

빈티지를 유난히 좋아해 수십 년 된 물건들도 많은데 어쩐지 먼지 쌓인 것이 하나 없다. 평소에도 두루두루 꺼내 사용하기 때문이다. 컬렉션하는 주방 살림의 종류는 그릇부터 냄비, 주물 아이템, 나무 도마, 라탄, 주전자, 도시락 통, 젓가락과 포크 등 무궁무진하다. 고급 브랜드도 있지만 국내외 벼룩시장과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숍, 인터넷 등 구입 루트도 다양하다. 쟁여놓고 잊어버리거나 아까워 사용하지 못하는 물건 대신 실제 쓰는 살림살이로, 그녀의 컬렉션은 더욱 빛을 발한다.

+ 김정은 씨는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학과 교수이자 요리연구가. CF 푸드 스타일링, CJ, CGV, 네스카페, 파리바게트 컨설팅 등 카페와 레스토랑 및 기업 외식 컨설팅도 다수 진행했다. 현재 한돈 홍보대사와 풀무원 자문위원으로 있으며, 국내에 몇 안 되는 캠핑 요리 전문가이기도 하다. <리빙센스>에 감각적이고 재미있는 살림 이야기를 연재한다.


COOKING STORY

1 주방 살림 마니아
물건의 종류도 많고, 취향과 용도가 확실한 아이템들이 선반장마다 빼곡하게 쌓여 있다. 그녀만큼 참한 에너자이저도 드물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보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삶이 재미있고, 행복하다며 늘 맑게 웃어보인다. 마음으로 하는 요리가 매일매일 만들어지는 그녀의 작업실은 언제 와도 따뜻하고 다정한 기운이 느껴진다.

2 득템 요리 부록
일본 잡지에서 나오는 요리 부록은 내용과 사진이 알차 즐겨보았다. 그중 소장하고 있던 아이템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보았던 것들. 디저트 특집, 도시락 특집 등으로 손맛 나는 그림까지 곁들여져 지금 봐도 디자인 서적처럼 참 예쁘다.

3 역사 속 레시피 노트
일본에서 요리 공부를 하는 10여 년 동안 틈틈이 학원과 개인 클래스 등을 병행해가며 따로 배우고 연습해 작성한 기록이다. 유명한 레스토랑에 다녀와 비슷하게 따라 해보기도 하는 등 직접 연구한 다양한 조리법은 물론, 아이디어까지 정성스레 정리되어 있어 당시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4 건식 욕실에 책장
화장실 한쪽 전면 책장은 일본에서 클래스에 다닐 때 요리 선생님의 스튜디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식문화나 BI 디자인, 손바느질, 코바늘뜨개, 자수, 인테리어 책, 예쁜 숍을 소개한 책 등 다양한 관심사를 담은 관련 책들이 정리되어 있다.


개성 넘치는 빈티지 컬렉션

1 실용적이고 스타일도 갖춘 주물
주물 냄비는 뚜껑이 반(半)압력 상태라 일정 온도의 열이 냄비 전체에 고르게 순환되어 재료가 균일하게 잘 익고, 재료 자체의 맛과 향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게 장점. 르크루제 제품은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일본에서 공수해 와 광고 촬영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 교수 가족은 7~8년 전부터 이미 캠핑을 시작한 1세대 캠퍼로 아웃도어에서 더 멋스러운 주물을 즐겨 쓴다. 스노우피크, 이와츄, 롯지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2 아티스트의 주전자
스테인리스로 작업을 하는 일본 작가 아이자와의 작품은 심플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정말 매력 있다. 스테인리스일수록 마무리가 견고해야 명품인데, 광이 없고 단단한 두께의 재료를 사용하며 매끈하게 떨어지는 라인이 포인트. 맨 앞의 주전자가 그의 작품으로 차 마실 때 주로 이용한다. 두 번째 방짜 유기 주전자는 인간문화재 이봉주 선생의 것으로 선물 받았다. 마지막 주전자는 일본 장인의 작품. 일본인들도 고쳐 가며 오래도록 쓰는 물건으로 신뢰가 가서 구입했다.

3 옛날 도시락 시리즈
고운 꽃무늬가 그려진 양은 도시락 통은 1926~89년 일본 쇼와 시대 초기의 물건. 급식소에서 나눠주던 것부터 컬러를 입힌 스테인리스 도시락 통 등 다양한 버전으로 모은다.

4 빈티지 보온병
흰색 병은 코끼리 밥통으로 유명한 조지루시 제품으로 어려서부터 쓰던 것이다. 오렌지색 작은 휴대용 물병과 옐로 영국 빈티지 전기 포트는 미국에 갔을 때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북유럽 스타일의 헬리오스(Helios) 사의 보온병은 최근 인터넷으로 검색해 구입했다.

5 1950~70년대 재패니즈 옻칠 시리즈
골동품의 맛을 알면 새것에는 점점 관심이 없어진다. 쓰면 쓸수록 옻칠의 숨 쉬는 느낌과 그윽한 운치에 마음이 끌리다가 급기야 얼마 전 옻칠 작가 나성숙 교수에게 직접 배우기도 했다. 요즘 모으고 있는 것은 일본 쇼와 시대의 시리즈. 사각 나무함에 식기가 들어 있는 세트인데 도시락, 찬합, 술상 세트 등 내부 구성이 다양해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본의 시골 골동품상을 통해 구입하거나 옥션에서 경매로 사기도 한다.


실용과 스타일 두루 갖춘 주방 살림

1 영리한 나무 도마
10여 년 전 히노키 도마를 사용해보고 매력에 빠져 다양한 수종과 질감의 나무 도마들을 모으고 있다. 좋은 나무가 들어오면 홍대 목공소에서 주문해 만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나둘씩 모은 것들이 100여 개를 훌쩍 넘는다. 대나무를 압축해서 붙여 만드는 것은 견고해 조리용으로 사용하고, 호두나무, 벚나무 도마는 운치가 있어 플레이트로 사용해도 좋다. 올리브나무로 도마를 만드는 윌리엄스 소노마(Williams sonoma), 옻칠 목기인 이바돔 역시 좋아하는 브랜드.

2 스페셜 젓가락
집게로도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젓가락과 음식물이 바닥에 닿지 않게 디자인된 기능적인 젓가락은 모두 지유가오카의 숍에서 구입한 것. 골드 체인의 심플한 젓가락은 대만 제품. 상아로 만들어진 것은 국내에서 철수하는 프랑스 브랜드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에 구입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아이용 젓가락은 캠핑 가서 쓰려고 온 가족 세트로 장만했다.

3 마블 아이템
전 세계 트렌드인 마블 아이템은 인터넷으로 서치해 미국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촬영용이나 데커레이션 용도로 사용할 목적. 도마 자체는 2~5만원대로 저렴한 편인데 무거워 배송비가 많이 나간다. 챕터원, 이노메싸 등 국내 리빙숍에서도 10만원 미만에 만나볼 수 있다.

4 조리 도구 시리즈
참치를 경매하고 다양한 수산물을 파는 츠키지 어시장에는 조리 도구와 그릇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일본 최대의 그릇 시장 갓파바시 도구거리도 자주 가는 곳. 아래 봉처럼 생긴 것은 오이나 호박의 씨 부분을 제거하는 용도, 상어 껍질로 만든 미니 강판은 와사비나 생강을 가는 도구다. 용도별 국자, 스쿠프, 쿠키 틀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5 손뜨개와 바느질
냄비 받침부터 물 담는 피처, 양념통 커버, 커피 머신이나 소형 가전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덮어두는 덮개 등 작은 패브릭은 직접 뜨거나 바느질해 쓴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주방이 더 예쁘장해지는 소품들이다.

6 실용적인 라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종류별로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해 수납장 한 블록을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특히 라탄 도시락은 밥을 담을 때 통풍이 잘되어 좋다. 츠키지 시장이나 고속터미널 꽃상가에서 주로 구입하고, 담양 대나무 공예품점에서 주문해 만들기도 한다. 촬영한 것은 발리 우붓에서 구입해 온 것들.

  • + 주방 살림 컬렉터, 김정은의 쇼핑 루트
    개성 있는 디자인이나 특별한 용도의 주방 살림을 사기에 해외여행은 좋은 기회다. 백화점 세일 코너를 잘 둘러보고, 벼룩시장이나 로드숍에서 의외의 보물을 득템할 수도 있다. 골동품은 일본 현지나 옥션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고, 국내에서는 황학동시장, 지방 장인들의 소규모 작업장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또, 한지나 대나무 등 특산품인 경우 알려진 지역에서 구입하거나 주문한다.

    일본의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global.rakuten.com/ko)은 한국어 서비스가 되어 이용하기 편리하다. 이천의 현대도예(031-715-5420), 이태원 시리즈코너의 굿핸드굿마인드(02-797-0710), 무인양품 등은 구경 삼아서라도 자주 들르는 곳. 그 밖에 분무기, 일회용기 등 소모품은 방산시장 터줏대감 청명&청솔의 온라인 쇼핑몰인 방산365(www.bangsan365.com)에서 구입한다.

요리하는 김정은의 작업실은 소박하고 깔끔하다. 비싼 물건들을 내놓아 애써 뽐낸 흔적도 없고, 동선이나 가구 배치도 효율적이고 심플하다. 담백해 보이는 이 주방에는 학창 시절부터 모아온 그녀의 방대한 컬렉션이 구석구석 깨알같이 숨어 있다.

Credit Info

진행
김일아 기자
사진
백경호, 심규보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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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아 기자
사진
백경호, 심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