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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이들의 도전, 작은 섬 이와이지마의 느린 실험

On August 01, 2014 0

노인들만 남았던 일본 야마구치 현의 작은 섬, 이와이지마(祝島). 지금 이곳에는 젊은 귀촌인들이 한둘씩 모여 섬을 활력 있게 만들고 있다. 도시 장터인 마르쉐 기획자이자 요리연구가 이보은 씨는 이곳에서 대안적 삶의 희망을 보았다.

변화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다

방향을 잃고 속도만으로 달려가는 시대. 한국의 ‘세월호’처럼 일본의 ‘311 원전 사건’은 일본들에게 커다란 물음표를 남겼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420여 주민의 평균연령이 79.5세인 섬, 이와이지마. 이곳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은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이른바 U턴 세대와 311 이후의 새로운 삶을 꿈꾸며 도시에서 I턴(마을에 연고없이 도시에서 들어온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 세대다.

(사진 위·아래) 자신들만의 속도로 독창적인 마을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와이지마.

20여 명 남짓한 귀촌인 중 새로운 마을 만들기 중심에 우지모토 씨가 있다. 이와이지마가 고향인 그는 도시에 나가 농대를 졸업한 뒤 제대로 큰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홋카이도에서 자연축산을 실험하다 고령의 부모님을 보살피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현재 그가 하는 일은 10마리의 특별한 돼지와 10마리의 특별한 소를 키우는 일. 모두 주민의 삶과 선순환 관계를 맺고 있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이와이지마 골목 어귀마다에는 까마귀와 바람을 피해 그물망과 돌로 무장한 음식물 수거통이 놓여 있는데, 이 통에 모여진 음식물은 매일 아침 수거되어 돼지들의 먹이가 된다. 돼지들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숲이 우거진 곳에서 야생의 상태로 방목된다. 돼지 분뇨는 거름이 되어 그 공간은 자연스럽게 비옥한 논과 밭이 된다. 진흙 목욕을 하고 우지모토 씨와 친밀하게 교감하며 자라는 돼지들은 면역성이 강해 관행 축산업에서 사용하는 항생제 등은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건강하다. 이 돼지들은 모두 직거래 방식으로 시중 돼지의 3배 정도 가격에 동경의 롯폰기 일대 프렌치 레스토랑에 공급되고 있다.

(사진 위·아래) 음식물 통에선 그 흔한 이쑤시개 하나 비닐봉지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420여 세대가 함께 키우고 마을을 이롭게 하는 돼지들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가 운영하는 작은 이자카야 ‘우즈’에도 납품된다. 우지모토 농가에 수차례 방문한 바 있는 아키에는 우즈에서 일본 유기농 쌀로 만든 술만 취급하며 “농산물이 공산품으로 취급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소신을 실천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마을을 위한 다양한 실험

우지모토의 실험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 집의 일부 공간을 귀촌한 요리사에게 내어주어 작은 식당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식당의 화장실은 태양열 집열판을 이용해 발효 설비를 설치했다. 나뭇잎과 쌀겨 등과 섞인 배설물은 냄새가 전혀 없는 보송보송한 자연 퇴비가 되어 마을의 전답을 비옥하게 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는 히로시마 출신의 요리사 요시카와 타카 씨(동네사람들은 그녀를 ‘타카짱’이라 부른다). 섬의 유일한 식당 ‘고이와이 식당’의 셰프이자 운영자인 타카짱은 “자연에서 얻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다카짱의 일상은 늘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이다. 여든을 넘어 아흔이 내일 모레인 할머니들의 일손을 거들며, 그녀는 그들의 손맛을 이어받고 손수 키우고 갈무리한 귀한 식자재를 받아 손님들의 식탁에 올린다. 예약된 방문자들을 위해 준비되는 식단에는 동네 명물 비파는 물론, 풀 하나 양념 하나까지 생산자인 동네 할머니와 이웃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긴다. 시케짱 할머니의 감자, 하야시 아저씨네 쌀, 목수 아저씨가 낚시로 잡은 물고기… 이야기는 끝이 없다.

아침에 마중물을 부어 펌프질로 물을 긷는 일은 그녀에게 자신의 몸 에너지로 자급하는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 마음으로 그녀는 장작불 가마솥으로 밥을 짓는 방법을 할머니들에게 배우고 부뚜막 신에 대한 기도까지 더해 기가 막힌 맛의 밥을 지어낸다.

(사진 위·아래) 이와이지마 섬의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가는 이들은 귀촌자들의 커뮤니티이다. 그들이 이곳에 정착하기까지는 이 섬만의 두 가지 중요한 배경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와이지마의 맞은편 섬에 추진되고 있는 가미노세키 원자력발전소 문제. 이와이지마의 주민들은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가 제시한 어업보상금 10억 엔을 거부한 채 온갖 회유와 압력에 맞서면서 32년째 원전 반대를 이어가고 있고, 매주 월요일 오후에 모든 섬 주민들이 모여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착한 시위를 지금껏 지속해오고 있다. 귀촌자들은 100% 에너지 자립 마을을 위해서도 힘을 모으고 있다. 물질적 풍요 대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윤택함을 지켜가는 반핵운동은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이와이지마의 ‘가구라 축제’와 함께 마을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섬을 빛나게 하는 젊은 귀촌자들

그 밖에도 젊은 귀촌자들의 활약은 이 섬을 더욱 활기차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청바지 유통업을 하다가 마을에 들어온 왕년의 히피, 구니히로 씨는 자신의 집을 젊은이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한다. 이곳에는 손님들도 방문하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머물며 농어업을 체험한다. 그의 꿈은 돈이 없이도 서로의 삶의 필요가 교환되는 마을 공동체다.

하루 두 번 여객선이 들어오는 선착장 앞에는 작은 카페도 있다. 이곳에는 자가 배전과 핸드 드립에 유난스런, 일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이나 맛있는 커피와 비파를 넣은 파운드케이크, 그리고 솜씨 좋은 귀촌자들의 나무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카페의 주인 이시다 씨 가족은 멀리 삿포로에서 와 이곳에 정착한 지 4년째 되었다. 한 뮤지션과 요리사 부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일손을 도와 우뭇가사리와 톳, 세모가사리 등의 해초를 채집하는 일을 거들고 농사짓는 법을 배우며 섬에 뿌리를 내려간다.

게스트하우스에서의 멋진 저녁 식사는 이들 부부의 수고로 차려졌다. 1박2일의 방문일정을 마치고 배에 오르는 길. 짧은 시간을 함께 했던 이들이 선착장에 모두 모여든다. 멀리 배가 사라지기까지 손을 흔드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진심어린 우정과 환대의 마음이 전해져온다. 성장과 풍요, 물질적 가치 추구를 넘어서서 이웃끼리 서로를 지지하며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 그것은 이와이지마 사람들에게 받은 큰 선물이다.

이와이지마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타카짱.

그녀가 정리한 ‘오늘의 식단’. 재료를 생산한 이름들까지 상세하게 적혀있다.

한 끼 식사를 마친 뒤 나눠주는 작은 천은 그릇을 닦는 용도다. 물도 귀하고 하수시설도 없어 버리는 것은 그대로 바다로 간다는 이와이지마에서 세제는 필요하지 않다.


+ 타카짱의 착한 부엌

1 이와이지마를 방문한 한국팀에게 친환경적 주방 살림을 열심히 설명 중인 타카짱.
2 할머니들에게 배운 방법대로 장작불에서 가마솥밥을 짓는다.
3 타카짱의 솜씨가 그대로 느껴지는 깨끗한 자연 식단.

노인들만 남았던 일본 야마구치 현의 작은 섬, 이와이지마(祝島). 지금 이곳에는 젊은 귀촌인들이 한둘씩 모여 섬을 활력 있게 만들고 있다. 도시 장터인 마르쉐 기획자이자 요리연구가 이보은 씨는 이곳에서 대안적 삶의 희망을 보았다.

Credit Info

취재 및 글
이보은(마르쉐 친구들)
사진
박경화

2014년 08월호

이달의 목차
취재 및 글
이보은(마르쉐 친구들)
사진
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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