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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구란 ‘사람과 가장 가까운 물건’ 브라운핸즈 이준규 & 김기석 대표

On October 16, 2013

브라운핸즈의 이준규, 김기석 대표는 한때 전도유망한 조형미술가와 산업 디자이너였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만들어내는 가구들은 마치 하나하나 손으로 주물러 완성한 공예품처럼 저마다 만든 이의 정성을 담뿍 새기고 있다.

▲ 브라운핸즈 공동 대표 김기석(좌), 이준규(우)

이준규 대표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했다. 어린 아들을 위해 조각칼로 나무를 깎아 만든 작은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신 아버지. 어쩌면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옛날부터 막연하게 ‘나는 무언가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만들어낸 것들이 한때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등장했다면, 지금은 ‘가구’로 형상화되고 있을 뿐이다.

(왼쪽) 물방울 형태의 마감이 인상적인 Crown 68.
(오른쪽) 커넥션 시리즈는 모듈을 통해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Connection 143.

두 사람의 손이 함께 만드는 가구

이준규 대표가 ‘친한 동생’ 김기석 대표를 만난 것은 운명 같았다. 두 사람은 영국 유학 당시 자주 들른 세컨드 핸즈 마켓에서 만났다. 오래된 물건 구경하는 걸 좋아해 일부러 버스를 타고 찾아간 외진 시장에서 매주 같은 한국인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계속 마주치니 자연스럽게 통성명을 하게 되고, 서서히 친해졌죠. 마치 정해진 것처럼 말이죠. 친해지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친구, 나랑 비슷한 과구나….”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김기석 대표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신이 가구를 디자인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친한 형이었던 이준규 대표의 진심어린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어느 날 ‘이러이러한 가구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같이 하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때 저는 IT 회사에 입사해 전자제품 디자인을 하고 있었어요. 솔직히 조금 솔깃하긴 했지만 처음엔 슬쩍 튕겼어요. ‘나, 사회생활 좀만 더 해보자’라는 핑계로요.”

그로부터 2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브라운핸즈’라는 이름으로 합쳤다. 그리고 이준규 대표의 예술적 감성과 손재주, 김기석 대표의 디자인 감각이 더해지자 독특한 개성을 지닌 새로운 가구가 탄생했다.

“요즘은 가공 기술이 발달해서 3D 작업만 할 줄 알면 원하는 조형물을 뚝딱 만들 수 있어요. 우리의 개성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음을 담고 감각을 덧칠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능하면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디자인은 물론 조립과 마감까지 90% 이상을 수작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준규 대표는 가구야말로 가장 사람과 가까운 물건이라고 말한다.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매 시간 함께 호흡하고 함께 나이 들어가니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기계로 찍어내는 가구가 아닌, 정성으로 만든 가구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늘 그 자리에 있어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툭 치면 말을 걸어올 것 같은 그런 가구.

“저희 집에도 중국제 싸구려 가구들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에 익숙해졌다 해도 역시나 그리운 것은 어머니의 손맛이잖아요. 가구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인스턴트 가구가 있으면, 손맛을 주는 가구도 있어야 해요. 아주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언제 돌아가도 받아줄 것 같은 오래된 가구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 쇠를 부어 찍어낸 브라운핸즈 이름.

▲ 역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Captain Hook 74.

대중들의 삶 깊숙이 파고들다

브라운핸즈의 정서와 개성을 함축한 가구를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테이블 시리즈다. 언뜻 보기엔 빈티지한 느낌이 오래된 나무 가구 같지만 특이하게도 주요 소재가 알루미늄과 흙인 테이블이다.

특히 연결 부위에 가죽으로 완충 장치를 더해 흔들림을 없애고 튼튼함과 안정감까지 겸비했다. 물론 지금과 같은 결과물이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험을 거쳐야만 했다.

“딱딱 떨어지는 기계적인 마감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포로 미는 대신 입자가 균일하지 않은 흙으로 표면을 처리하고 있어요. 그 정도를 조절하기 위해 처음에는 아예 테이블을 한 달 동안 땅속에 묻어놨다가 꺼내보기도 했어요. 수많은 실험 끝에 가구에 묻어나는 세월의 단계 내지는 오염의 단계를 조절할 수 있게 된 거죠.”

브라운핸즈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SBS 주말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극중 메아리의 작업실 책상으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미 그전부터 인테리어 감각을 자랑하는 마니아들로부터 알음알음 그 존재감을 밝혀나가고 있었지만, 특유의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을 지켜나가면서 가장 핫한 트렌드 세터들에게 조명 받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제품 디자인을 할 때부터 저는 그 물건을 쓸 사람부터 생각했어요. 가구는 더욱 그렇죠. 가상의 소비자를 상상하며 형태, 높이, 색상 등을 하나씩 정해나가요. 예를 들면 결혼해서 둘이 살다가 아이가 생기면 더 큰 테이블이 필요하잖아요. 그럴 때를 대비해 중간 모듈을 교체해 확장할 수 있도록 고안하기도 했고요.”

이제 엄연한 가구 디자이너지만 김기석 대표는 여전히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산업 디자이너의 마인드도 유지하고 있다. 그 장점이 반영돼 일반 가구와는 다른 브라운핸즈만의 장점이 완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순수미술을 하던 사람이 상업적인 작업을 한다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어요. 처음에는 고민도 많았지만, 가구를 만들다 보니 점점 다른 생각이 없어져요. 아니, 오히려 더욱 많은 걸 느끼고 있어요. 가구에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을 수 있구나….”이준규 대표의 말처럼 브라운핸즈의 가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빛바랜 특유의 색깔과 거친 질감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듯하고, 위화감 없이 공간에 어우러지면서도 조용히 특유의 존재감을 발한다. 내성적인 두 청년이 묵묵히 손으로 만들어내는 가구가 지닌 위력은 앞으로 더욱 기대할 만하다.

“현재는 카페 같은 상업 공간이나 미술계 종사자들이 저희 제품의 주 고객인데요, 앞으로는 더욱 대중 속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이전에는 전체적인 공간 인테리어에서 장식 부분만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필수 아이템이 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으려고요. 오는 10월에 ‘브라운핸즈 홈’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는데, 테이블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가구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브라운핸즈의 이준규, 김기석 대표는 한때 전도유망한 조형미술가와 산업 디자이너였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만들어내는 가구들은 마치 하나하나 손으로 주물러 완성한 공예품처럼 저마다 만든 이의 정성을 담뿍 새기고 있다.

CREDIT INFO

진행
홍유진(프리랜서)
사진
이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