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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게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동성애 정치인의 시대

On April 15, 2013

차기 뉴욕 시장 선거에 크리스틴 퀸이 출 마했다. 그녀가 여자여서 화제냐고? 아니면 레즈비언이라도 되냐고? 둘 다다. 내년, 어쩌면 우리는 뉴욕 최초의 여성이자 동성애자 시장을 보게 될지 모른다.

  • 차기 뉴욕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최초의 여성이자 동성애자 시장 후보 크리스틴 퀸(우)과 그녀의 파트너 킴 캐툴로(좌).

“그래, 나 게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벨기에 현 총리 엘리오 디뤼포는 1996년 커밍아웃을 한 유럽의 대표적 동성애자 정치인이다. 커밍아웃 당시 자신을 둘러싼 성 정체성 논란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맞받아쳤다. “어쩌라고?” 지난 3월 10일, 뉴욕 한복판은 두 여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 여성은 내년 있을 뉴욕 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뉴욕 시의회 의장 크리스틴 퀸. 바로 옆엔 작년 5월 결혼해 부부가 된 변호사 킴 캐툴로. 그녀가 내년 뉴욕 시장에 당선된다면 ‘최초’라는 수식어 두 개를 달게 된다. 뉴욕 최초의 여성이자 동성애자 시장.

그러나 그녀가 화제인 것이 다만 여성 동성애 출마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크리스틴 퀸은 민주당 뉴욕 시장 지지도에서 37%의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고, 공화당의 유력한 뉴욕 시장 후보인 조지프 로터와의 가상 대결에서도 63% 대 19%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며 현재 가장 유력한 뉴욕 시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녀는 아직 ‘동성애’와 관련된 어떤 공약도 내세우지 않은 상태다.

동성애자 정치인의 활동은 사실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아이슬란드 총리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는 총리가 되기 전부터 레즈비언임을 공개했다.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였던 그녀는 1987년 이혼 이후 여성 극작가인 요니나 레오스도티르와 공개 연인으로 지내왔다. 2010년 아이슬란드 동성 결혼 합법화 법안이 통과된 후 그녀는 파트너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려 아이슬란드 동성 결혼 1호 커플, 재임 중 동성 결혼을 올린 국가 지도자 1호가 되었다.

독일 외무장관 기도 베스터벨레와 그의 파트너 미카엘 므론츠.

게이에게 관대하기로 유명한 베를린도 빠질 수 없다. 11년째 베를린 시장직을 맡고 있는 클라우스 보베라이트는 게이다. 2001년 베를린 시장 선거 직전, 사민당 관련 행사에서 연설을 가진 그는 마지막에 “저는 게이입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우아하게 커밍아웃을 했다. 장내는 일순 침묵이 흘렀지만 이내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1993년부터 연인 관계를 이어온 파트너와 최근까지도 커플 목도리를 한 채 공식 석상에 나타나는 등 여전히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전 독일 부총리이자 현 독일 외무장관인 기도 베스터벨레 역시 1994년에 커밍아웃을 하고 2010년 본에서 그의 오랜 파트너와 시민 연대 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최근 동성 결혼 합법화 논란이 뜨거운 파리에서 10년 넘게 시장으로 재직 중인 베르트랑 들라노에 역시 1999년 TV 인터뷰를 통해 “저는 동성애자입니다. 동성애자의 권리에 대한 무관심을 해결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며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파리 최초의 좌파 시장으로도 유명하다. 적어도 표면상 한국의 정치계에는 아직까지 동성애자가 없다.

지난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내 최초로 커밍아웃한 최현숙 후보가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녀는 지금 요양 보호사 노동과 지역 활동을 하며 여전히 성 정치와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오랫동안 그 생명을 유지하는 이들은 많지만 아이슬란드 총리를 비롯하여 베를린, 파리 시장처럼 한 자리에서 10년 이상을 유임하는 일은 일반 정치인에게도 흔치 않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 아무리 성적 취향에 관대한 나라라 하더라도 보수적인 정치계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오래전 새겨넣은 문신과도 같다. 이들이 안팎으로 꾸준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동성애자 정치인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비교적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벨기에의 엘리오 디뤼포 총리는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바지와 셔츠 외에 옷을 가져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그는 광부 아버지를 잃고 문맹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파리의 베르트랑 들라노에 역시 프랑스 식민지인 튀니지 출생으로, 소박한 성품과 섬세한 공약을 내세워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굴곡진 삶에 남들과 다른 성적 성향이 더해져 소외된 삶을 사는 이들에 대한 이해력이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정치인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완벽해 보이는 그들에게서 나와 같은 아픔을 지닌 평범한 한 인간을 본다. 연민과 공감은 정치인으로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그들의 정치 인생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사회적으로 성 소수자의 세력이 커지면서 정당 역시 이들을 앞세워 사회적 감수성을 강조한다. 최근 동성애자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도드라지는 또 다른 이유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활약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 (좌)독일 시장 클라우스 보베라이트와 그의 파트너 외르크 루비키. (우)재임 중 동성 결혼을 한 아이슬란드 총리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차기 뉴욕 시장 선거에 크리스틴 퀸이 출 마했다. 그녀가 여자여서 화제냐고? 아니면 레즈비언이라도 되냐고? 둘 다다. 내년, 어쩌면 우리는 뉴욕 최초의 여성이자 동성애자 시장을 보게 될지 모른다.

Credit Info

2013년 04월 02호

2013년 04월 02호(총권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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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소영
PHOTO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