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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LOVE

우리는 온라인에서 만났다

On April 03, 2013

소개팅은 씨가 말랐고, 결혼 정보 회사는 아직 미루고 싶다. 그래서오늘 연애 어플을 다운받았다. 실명과 주민번호, 전화번호가 인증된남성들과의 데일리 소개팅. 연결비 3900원에 상위 10%와의 만남은3만6900원. 과연 디지털 연애는 성공할 수 있을까?

서른을 넘기고 소개팅이 부쩍 줄었다. 소개팅 해달라 하기도 구차하고 그나마도 성에 차지 않는다. 남자들은 소개팅에 들이는 돈과 시간에 불만이 많은 모양인데, 여자도 마찬가지다. 토요일 오후의 소개팅에 나서기 위해 그 전날 밤에 강박적으로 숙면을 취하고, 옷을 사고, 만나서는 재미없어도 웃어준다. 내가 차더라도 애프터는 받아야 하니까. 한때 유행한 ‘부킹 호프’도 부지런히 다녔지만 엔‘ 조이’를 원하는 남자들만 넘쳤다. 2만원의 참가비를 주고 단체 미팅에도 나가봤다. 15명의 남자와 돌아가며 1분 30초간 대화를 한 뒤, 원하는 남자를 1, 2지망으로 써냈다. 1분 30초가 지났다는 종이 ‘띠링’ 울리고 남자들이 테이블을 옮길 때마다 엄마한테 미안해졌다. 정녕 남은 옵션은 듀오란 말인가.

소셜 데이팅 입국을 축하드립니다
한 달 전, 다시 소개팅 사이트에 가입했다. 2년 전에 탈퇴하곤(그땐 20대여서일까. 다른 기회도 많았다) 두 번째다. 그사이에 소개팅 사이트 시장은 폭발했다. 이름도 소셜 데이팅으로 부끄럽지 않게 바뀌었다. 음란 채팅 사이트가 아니다. 사이트에 가입한 남녀들을 대상으로 매일 온라인 소개팅을 해주는 곳. 우선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인증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조금 찜찜하지만 상대도 이렇게 신원을 확인받으니 다행. 사이트 가입 후 어플을 다운받고 프로필을 작성했다. 성격, 취미, 외모, 좋아하는 것, 가진 것, 원하는 것, 학교라는 각 항목마다 두 단어 이상 기입해야 한다. 너무 도도하지도, 싸게 보이지도 않게. ‘얼굴은 하얀 편이고, 편안한 스타일이에요. 원하는 것은 봄날 테라스에서의 만남.’ 다 기입하고 나니 ‘사용 설명서’란이 또 있다.
나를 어떻게 사용할지 쓰라는 얘기인가? 맞다. 다른 사람들 것을 읽어보니 ‘나만 사랑해 주기, 대신 나도 너만 사랑할게’라고 쓰여 있다. 이건 못 쓰겠으니 패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 남자들의 선택에서 절대적이기에 신중히 골라야 한다. 작성을 완료하자 나름 입국(가입) 심사를 한다면서 하루 뒤에 승인 문자가 왔다. ‘띵동. 입국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매일 낮 12시 30분, 새로운 남자 2~3명의 프로필이 전달된다. 만약 그 남자가 나를 선택하면 문자가 온다. ‘연결되었습니다! 먼저 답장을 보내는 센스.’ 남자에게 먼저 ‘OK’권을 보낼 수도 있다. 1장에 3900원. 한 달간 마음껏 OK를 날릴 수 있는 자유 이용권은 1만9800원이다. 다른 사이트에는 상위 10% 남자만 소개해 주는 ‘파라다이스 패키지’도 3만6900원에 나와 있다. 암암리에 초기 가입자에게는 좋은 스펙의 남자들(남자들이 쓴 프로필에 기초한 것이지만)을 연결해 주는 경향이 있다. 가입 후 일주일간 의사, 펀드매니저, 외국계 엔지니어 등 면면이 화려한 남자들이 연결됐다. 이거 괜찮은데? 샌프란시스코로 추정되는 곳에서 슈트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린 엔지니어라는 남자에게 OK를 날려본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란 메시지와 함께. 그가 답을 보냈다 “안녕하셨어요?” 그 밑엔 그의 전화번호가 있다.

루저? 다만 외로운 평균 남녀
카톡이 없을 땐 어떻게 연애를 했을까? 우린 카톡으로 매일 대화를 나눴다. 대화에서 소셜 데이팅 얘기는 금기어다. 우린 비록 그곳에서 만났지만 멀쩡하고 건전한 남녀인걸. 다만 외로워서 소개팅을 자급자족했을 뿐이라고. 프로필에 쓰인 취미, 직장 등을 기초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약간의 이모티콘이 오가고 주말에 만나기로 했다. “어디가 편하세요? 제가 거기로 갈게요.” ‘내가 갈게’라는 말 얼마 만인가. 일산과 역삼동의 중간이라며 여의도까지 오라던 예전 ‘소개팅 남’보다 얼마나 매너 있는가. 하지만 난 코앞에서 돌아섰다. 주말의 코엑스. 한 남자가 트렌치코트를 입고 횡단보도에 서 있다. 분명 저 남자다. 하지만 프로필에 쓴 것보다 작은 키에 참을 수 없는 팬츠를 입고 있었다. 잽싸게 전화를 진동 모드로 바꾸고 남자를 지나치며 택시를 타버렸다. 나름 영화 같다.
두 주인공의 처지가 우울해서 문제지만. “왜 안 오세요?”란 문자를 무시하고 연락을 끊었다. 그가 기대에 못 미쳐서만이 아니다. 그 짧은 사이 내 안에 넘쳐나는 백만 가지 감정이 문제였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루저가 된 기분이랄까. 하지만 다음 날 다시 어플에 접속했다. 새로운 두 남자의 프로필이 와 있다. 아산병원에 다닌다는 남자가 먼저 ‘OK’를 날렸다고 창이 뜬다.
오호라? 2~3일간 간간이 카톡을 나누다 주말에 만났다. 우린 각자의 직장 생활, 최근에 본 영화 등 평범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소셜 데이팅에서 만났음을 애써 부인하기 위해서였을까. 강박적으로 간지러운 대화가 오갔다.
이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세요?”에서 정점을 이뤄 “어머, 저 고등학교 때 팬이었는데”라며 꽃을 피웠다. 먼저 진 건 내 쪽이다. 참지 못하고 가입 동기를 물어봤다. 그는 친구에게 사이트를 추천받았고 가입한 지는 반년 됐다고 했다. 총 두 개의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되어 있으며, 여기에서 서너 번 만남을 가졌으나 연인이 된 경우는 없다고. 다만 희망을 갖고 종종 접속한다고. 금기를 건드린 탓일까. 그는 제사를 지내기엔 지나치게 빠른 저녁 7시에 떠났고, 다음 날 연락을 끊었다.

중독적인 데일리 무한 공급
소셜 데이팅으로 만나 연애에 성공한 친구가 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이 과장(과장이어서), 삼삼이(프로필에 나온 별명이어서)란 애칭으로 불리는 남자들은 나름 괜찮았다. 그녀는 온라인이든 지인이 해주는 소개팅이든 “나쁜 남자는 어디에나있다”란 주의다. 나쁜 놈인지 좋은 놈인지 변별할 수있는 20대 후반~30대 여성에게 소셜 데이팅은 추천할 만하다는 것. 베테랑인 그녀에게 몇 가지룰을 배웠다. 제1 원칙은 연결되면 바로 만나지 말고 일주일 정도 카톡과 전화로 상대를 알아봐야 한다는것. 맞춤법이 심하게 틀린다거나 유머가 초딩 수준이라면 재고해야 할 상대다. 이 과장이 자신의소셜 데이팅 과거사를 고백했는데, 한 달 자유이용권을 끊고 폭탄만 아니면 OK를 날렸단다. 소셜 데이팅의 최대 장점인 무한 공급을 활용해야 한다며.그는 이별도 쉬워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둘 사이에 아무 연고도 없는 데다 그에겐 데일리 소개팅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친구는 여전히 소셜 데이팅을 기웃거린다. “나이트보다 진정성 있지. 비록 3900원이지만 돈을 내는 최소한의 노력을기울이니 일반 채팅보다 나아.” 또 하나 끊지 못하는이유. 소셜 데이팅에는 ‘스펙남’들이 꽤 있다. 여자직원이 드문 금융권이나 엔지니어 부류들. 교포들도많은데, 외국에선 소셜 데이팅이 활성화되어 있어 우리만큼 주홍 글씨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 “선배, 그런 데 나가서 음료수 마시지 마세요”라며 걱정해 주는 20대 후배에게 아직 소셜 데이팅은 음지다.하지만 어느 정도 연애를 해본 30대의 나와 친구들이만나본 그들은 그저 외로운 평균 남녀다. 가볍게 만나자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을 가려내는 건 내 몫.
현재 선두 주자인 이음에 이어 코코아북, 오렌지머핀, 세렌디피티 등 이름도 살가운 소셜데이팅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이트 선택시 기본적으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인증이 가능한 곳 중 고려하길. 그런데 점점 내게 ‘OK’를 보내는 남자들이 줄고 있다. 4900원짜리 매력 진단서를 끊어야 하나. 남자들이 내게 10점 만점의 점수를 매기는데(물론 나도), 돈을 내면 열람할 수 있다. 5.7? 프로필 사진을 바꿔야겠다.

이런 남자 조심해 !

1. 신문기자라면서 맞춤법 틀리는 남자
본인이 직접 쓴 프로필을 그대로 믿지마라. 만나기 전에 카톡이나 전화를 몇 차례 하며 스펙의 진실성을 테스트할 것. 대기업에 다닌다면서 오후 3시에 카페에 있거나, 기자라면서 맞춤법이 틀린다면 거짓말쟁이인 데다 머리도 나쁜 남자.

2. 프로필이 추상적인 남자
여성들은 프로필을 애매하게 적는 경향이 있다. “너네 직장의 이 대리 소셜 데이팅에 가입했던데?”라는 말을 들을까 봐 출판업, 여대 출신처럼 추상적으로 기입한다. 반면 남자는 자신의 스펙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SW엔지니어, 실리콘밸리’처럼 추측이 가능한 정보를 내놓거나 ‘현대고등학교, 건국대학교 공대 출신’이라고 정확하게 표기한다. 프로필이 ‘4년제’ ‘전문직’처럼 추상적이라면내보일 것이 부족한 남자.

3. 다짜고짜 만나자는 남자
연결되자마자 만나자고 조르는 남자들이 있다. 99% 불순한 마음. 최소 2~3일은 만남을 미루고 전화나 채팅으로 서로를 알아갈 것. 다른 목적이 있다면 기다리지 못하고 연락 두절, 좀 더쉬운 상대를 찾아 떠날 거다.

4. 자유 이용권 끊은 남자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보내는 일명 ‘OK’권이 있다. 많은 남자들이 ‘OK’ 한 달 자유 이용권을 끊어 폭탄만 아니면 남발한다. 아무나 하나 걸려라 하는 심정. 얼마나 외로우면 저럴까 싶지만, 그런 남자에겐 언제라도 돌아갈 곳이 있기에 잘되기가 쉽지 않다.

5. 사진이 한 장인 남자
남자나 여자나 프로필 사진 개수가 적다면 외모를 의심해 볼 것. 백 년에 한 번 잘 나온 사진을 올려두고, 키와 몸무게도 뻥튀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셀카의 진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 여기서 한 단계 더! 사진을 보면서 남자의 재력이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목의 시계(차 종 여부는 기본) , 그의 패션스타일등 단서는 많다. 하지만 진짜 ‘선수’들은 이마저도 일부러연출하니, 결국 소셜 데이팅도 복불복인 셈.

6. 만남 후에도 탈퇴하지 않는 남자
만남 후 둘 사이가 잘되었다면? 그 남자가 소셜 데이팅 사이트를 탈퇴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귀찮아 서, 깜빡해서라고 핑계 대는 것은 양반. 속이면서 계속 활동 중인 남자라면 가차 없이 삭제하길. 매일 새로운 여자들의 프로필을 받아본다니, 이건 잠재적 바람이나 다름없다.

EDITOR : 김나랑
PHOTO : Getty Images

발행 : 2013년 3호

소개팅은 씨가 말랐고, 결혼 정보 회사는 아직 미루고 싶다. 그래서오늘 연애 어플을 다운받았다. 실명과 주민번호, 전화번호가 인증된남성들과의 데일리 소개팅. 연결비 3900원에 상위 10%와의 만남은3만6900원. 과연 디지털 연애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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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월 01호

2013년 04월 01호(총권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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