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오늘의 인물

패션 아이콘 김혜수가 재해석한 1980년대 스타일.

1980'S 여자의 옷장에는 스토리가 있다

On March 12, 2013

각진 어깨와 잘록한 허리, 한껏 볼륨을 강조한 헤어와 짙은 아이라인에 붉은 립스틱. 모든 것이 ‘오버’스러웠지만 에너지가 넘치던1980년대가 패션계에 돌아왔다. 1986년에 데뷔한 패션 아이콘 김혜수와 그때 그 시절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눴다.

  • MTV의 등장과 함께 팝 아티스트들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막강했던 시절. 보이 조지가 속해 있던 컬처클럽.
  • 마이클 잭슨과 당시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브룩 실즈.
  • 한 번도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후퇴한 적이 없지만 특히 80년대는 진정한 마돈나 시대였다.
  • 본격적으로 컬렉션이 발전한 80년대, 하이패션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모든 것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공존하던 시대
"1980년대 스타일이요? 좀 마르고 키 큰 사람들이 입으면 굉장히멋스러운데 사실 저 같은 체형은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어요.왜냐하면 유난히 상체를 강조하는 스타일이 많은데, 저는 어깨가좀 넓은 편이거든요. 게다가 살집도 있는 편이라 세련됐다기보단과하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었어요.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멋을억지로 부리는 느낌이랄까, 과장된 스타일의 시대였어요."

김혜수는 1986년 데뷔했다. 열여섯, 워낙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영화<깜보> 와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을 찍던 무렵, 잔뜩 힘을 줘세운 머리에 나이보다 훨씬 노숙해 보이는 메이크업을 했던 건선명히 기억한다.

"그땐, 그게 패션인 줄 알았으니까요. 하하."

1980년대는 변화의 시기였다. 양극화와 냉전의 시대가 결국종식되고, 89년엔 2차 천안문 사태가 일어났으며, 베를린 장벽이무너졌다. 80년 5월 항쟁 이래 국내에도 거센 민주화 바람이불었다. 기술이 급격히 진보해 1981년엔 IBM의 '퍼스널' 컴퓨터가처음 소개됐고, 1984년엔 애플의 매킨토시가 등장했다. MTV가개국하면서 화려한 '비디오 스타'들이 전성기를 누렸다.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이 최고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등극했고,모두가 덩달아 여러 겹의 레이어드를 따라 하고 얼룩덜룩 물이덜 빠진 스노 진과 디스코 바지를 입었다.

"그때만 해도 저 역시 패션에 대한 센스를 갖추거나 많이 훈련된상태가 아니었어요. 기억나는 건 있죠. 중학교 갈 무렵 교복자율화가 시작됐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니 교복이 부활됐어요. 아쉽다며 엄마가 기념으로 교복을 따로 맞춰주셨죠.솔직히 그 시절엔 원하는 게 뭔지도 정확히 모르며 옷을 입었던것 같아요. 주로 엄마가 원하는 이상적인 딸의 모습으로, 단정하게. 당시만 해도 핫한 브랜드였던 영우어패럴의 스타일로,공주 블라우스에 레이스가 달린 스커트까지, 꼭 소공녀처럼,하하. 비밀인데, 어릴 때 그런 옷을 하도 입어서 지금은 아예 안입어요. 시상식장에서도 영우어패럴 블라우스에 청록색 스커트차림이었거든요.지금 생각하면 80년대 패션이라기보다 사람들이 제게서 보고싶어 하던 단정한 소녀의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10대 소녀였던 김혜수에겐 1983년의 교복 자율화가 가장 큰사건이었지만, 우리의 80년대는 전반적으로 생활수준이높아지면서 패션 역시 호황에 접어든 시기였다. 1986년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은 어느 정도 궤도에진입했다는 상징적 의식이나 다름없었다. 조금 먹고살 만해진사람들은 자연스레 자기를 드러내는 수단에 관심을 갖게 됐고패션 산업의 규모도 점점 커졌다. 해외 컬렉션이 전성기를구가하던 80년대 말, 드디어 서울패션아티스트협회(SFAA)가결성됐다. 진태옥, 이신우, 김동순 등의 디자이너가 주축이었다.베이식한 드레스(시상식 패션으로 김혜수도 애용했던)를만들었던 하용수와 과장된 어깨와 독특한 스타일로 남자연예인이 선호했던 장광효도 빼놓을 수 없다. 리복과 나이키,프로스펙스 등의 스포츠 브랜드 또한 강세여서 청소년들사이엔 누가 어떤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는지가 서로의 패션을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조금씩 멋을 부릴 줄 알게 되면서 어깨에 큰 패드가 들어간 파워숄더 재킷을 입었던 기억이 나요. 저는 그때도 항상 소재를중요시해서 뻣뻣한 재질은 피했어요. 부드러운 소재의 빅 숄더재킷에 바지는 살짝 타이트하게 매치했죠. 아, 승마 바지나 소방차 바지까진 안 갔어요. 제 취향이 아니다 보니, 하하. 나름앞머리에 힘도 주고 엄마가 입혀놓은 대로 잘 자란 듯한 착한소녀 모습에서 탈피해 반항적인 느낌을 살려보려고도 했는데전혀 그렇게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당시 화보 촬영하면서'멜빵'도 했었는데 귀여운 건 아무리 유행이어도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가장 두드러지게 변한 건 여자들의 옷차림이었다. 우선어깨가 넓어지고 컬러가 다양해졌다. 세련된 전문직 커리어우먼이라면 마치 남성복처럼 패드가 들어간 각진 슈트를 입고 입술선 바깥으로 립 라인을 그린 뒤 트윈 케이크로 피부톤까지 두껍게 마무리해야 좀 차려입은 모양새가 됐다. 물론 전통적인 여성상을 갈구하는 이들을 위한 아이콘또한 존재했다. 파워 숄더 재킷을 애용하긴 했지만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며 우아함의 정수를 보여주던 다이애나 황태자비였다. 마돈나나 신디 로퍼 같은 팝스타들은 똑 같은 오버사이즈 재킷이어도 미니스커트나 레깅스, 혹은 디스코바지 등을 매치해 완벽한 역삼각형 스타일을 연출했다. 눈이 아플 만큼 비비드한 컬러의 조합은 기본이었다. 남성적느낌이 물씬 풍기는 앤드로지너스 룩이나 여성적인 것과남성적인 것을 혼합한 유니섹스 룩도 빼놓을 수 없다. 한쪽에선 컬렉션의 전성기가 지속되어 쿠튀르의 명성을 이어가는 동안, 다른 쪽에선 펑키한 스트리트 스타일이 동시에 유행하기도 했다. 결국 패션에서 1980년대는 하나의 완벽한 주류보다는 다양성이 압도하는 시대였다. 본격적인 '개인'의시대라 불리는 1990년대의 전초전 시기인 만큼 그즈음부터개개인의 자아가 패션이라는 형식으로 발현됐기 때문일것이다. 그 현란한 에너지는 따지고 보면 지금의 우리 모습과 그리 다를 것도 없다.

  • 영국에 다이애나 비가 있다면 모나코엔 그레이스 켈리가 있다. 정상의 할리우드 배우에서 왕비가 된 여자. 1982년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 각진 어깨의 오버사이즈 재킷에 밑단이 좁아지는 팬츠를 매치하는 파워 슈트 스타일은 잘나가는 여성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다.
  • 칼 라거펠트의 샤넬 컬렉션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넬의 뮤즈인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
  • 매니시한 파워 숄더 재킷을 입고 있는 배우 조안 콜린스.
  • 올리비아 뉴튼존은 그 시절 가장 잘나가던 '요정'이었다. '빅 사이즈' 시대답게, 앞머리를 잔뜩 띄우고 풍성한 볼륨을 강조했다.
  • 지금 봐도 시크한 멋이 느껴지는 듀란듀란.
  • 세기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꼽히는 다이애나 왕세자비. 그녀를 닮은 사람을 선발하는 대회가 펼쳐질 만큼 완벽한 패션 아이콘으로 추앙받았다.

김혜수의 옷장 그리고 스타일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옷장에 별반 차이가 없어요. 체형이달랐다면 취향도 달라졌겠지만 옷은 결국 자신의 몸에 맞아야한다는 게 제 결론이거든요. 또한 입었을 때 불편하지 않을 것,그게 제가 옷을 고르는 조건이에요. 거기에 약간의 긴장감까지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좀 모순되는 표현 같지만,소재는 편안하게 몸에 착 달라붙으면서 입었을 때 가벼운긴장감을 주는 옷들이 분명 존재하거든요. 한때 유행한 힙합 바지나 스노 진 등을 모두 시도해 봤는데 제 체형엔 어울리지도 않고 입으면 살이 찌더라고요. 어떤 옷을 누군가 입어서 아무리 멋지다 해도, 또 전 세계적인 유행이라 해도저는 별로 관심 없어요."

데뷔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톱스타가 아니었던 적이 없는 그녀. 누구보다 먼저, 빨리, 패션을 접할 기회가 많았을 거란 예측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블랙 컬러, 적당히 몸에 피트되는 면이나 저지 티셔츠 등 조금 단조롭다 싶을 만큼 소재만 살짝 변형된 '기본' 옷들이야말로 늘 화려할 것만 같은 배우 김혜수가 가장 사랑하는 스타일이다. 취향이라는 게 생기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김혜수의 옷장은 새 옷으로 채워지기보다 항상 입는 스타일로 가득 차 있다. 아무리 기본 스타일을 고수한다 해도 옷장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액세서리와 하이힐만큼은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액세서리에 집중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진짜 보석이 아니라 디자인이 독특한 코스튬 주얼리들에. 외국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가는 즐거움이기도 했죠. 그땐 그랬어요. 재미로도 사보고,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를 굳이 떼어서 귀고리로도 만들어보고, 별 희한한 시도를 다 해본 것 같아요. 그 시기는 이미 지나갔지만 그때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죠. 하이힐도 좋아해요. 직업 때문이겠지만 가끔 플랫을 신으면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문제는 발이 좀 큰 편이라 우리나라에서 원하는 걸 못 살 때가 많다는 건데, 하지만 뭐든 브랜드에 연연해하진 않아요."

처음으로 혼자 쇼핑하던 순간을 아직 기억한다. 남들에 비하면 한창 늦은 20대 중반, 그 당시 스스로의 기준으론 꽤 좋은 옷이었다. 지금도 쇼핑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닌데, 그 이유는 워낙 호불호가 분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는 꽂히는 게 확실한 것 같아요. 만약 어떤 옷이 소재도, 피트도 너무 좋고 마음에 쏙 들면 옷 전체 시리즈를 다 갖고 싶어요. 근데 그중에 뭐가 빠지면 아예 안 사요. 하하. 기본적으로 여성미가 있고 긴장감이 느껴지는 옷이 좋아요. 섹슈얼 코드와 직접적으로 매치되는 게 아니라 아주 미묘한 긴장감이오. 지금은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하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게 하면서 새로운 시도도 하고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정도가 겨우 된 것 같아요. 그나마 서른 넘어서야 가능해진 일들이고 그전엔 객기를 부렸던 것 같아요. 뭐랄까, 세련되고 싶은 욕망과 부조화를 이뤘던 거죠. 사실 아직까지도 그런 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렇게 화보 촬영을 하거나 영화 혹은 드라마 역할을 통해 전혀 다른 스타일을 시도해 보는 게 즐거워요. 뭐, 일상은 늘 똑같지만요."

김혜수는 패션 혹은 스타일이란 결국 그 사람을 지배하는 정서나, 그가 살아온 방식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결국엔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외피 같은 존재. 그래서 옷을 좋아하지만 흔한 수식에 갇히려 하지 않고, 뭐든 쉽게 정의하지 않으려 애쓴다. 무엇에도 경계를 두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게 나이든, 트렌드든, 세상이 요구하는 어떤 것이든.

"중요한 건 옷만 잘 입는다고 사람이 다 근사해 보이진 않는다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스타일이란 것도 어려울 게 없어요. 저야 배우다 보니까 실제보다 후한 평가를 받기도 하고, 별것도 아닌 모습이 관심을 받기도 하고, 어떤 때는 생각지도 못한 질타를 받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요? 안 그래요? 그럴 수도 있지!"

  • 네이비 트렌치코트, 베이지 보디슈트 모두 막스마라

각진 어깨와 잘록한 허리, 한껏 볼륨을 강조한 헤어와 짙은 아이라인에 붉은 립스틱. 모든 것이 ‘오버’스러웠지만 에너지가 넘치던1980년대가 패션계에 돌아왔다. 1986년에 데뷔한 패션 아이콘 김혜수와 그때 그 시절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눴다.

Credit Info

2013년 03월 01호

2013년 03월 01호(총권 1호)

이달의 목차
Photographer
김보성
EDITOR
박소영, 서재희
HAIR
박내주
MAKEUP
고우리
STYLIST
윤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