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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ING WOMEN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가 올 거라 믿어요

On May 15, 2020

INSPIRING WOMEN
<그라치아>는 매달 삶에 영감을 주는 젊은 여성 리더들을 만나 이들의 긍정 메시지와 목소리를 전하는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지면과 함께 SNS 채널에서 동시에 공개되는 인터뷰 영상도 눈여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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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코스. 베스트, 팬츠 모두 자라. 스틸레토 힐,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임현주
• MBC 아나운서
• <생방송 오늘 아침> <탐나는 TV> 진행 중

지난 3월 주한 유럽연합 대표부가 선정한, 세계 각국의 여성 인권을 대표하는 롤 모델 중 하나로 선정되었어요.
제가 지상파 뉴스에서 안경을 쓴 여성 앵커로 한창 이슈가 되었을 때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매체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중 BBC의 로라 비커 기자도 있었는데 당시의 제가 인상 깊었는지 주한 유럽연합 대표부의 부대표와 부대사관님에게 제 이야기를 했대요.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여러 추천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뽑힌 것 같아요. 저 외에도 서지현 검사님, 이수정 교수님, 이미경 소장님까지 총 4명의 한국 대표가 선정되었는데 굉장히 영광스러웠죠.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 조금 더 자긍심을 갖고 사는 것은 물론이고, 목소리를 내야 할 곳에 내고 힘이 필요한 곳에 보태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한 일이 이렇게 해외에서까지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뭘까요?
당시 탈코르셋 운동과 함께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꾸밈에 대해 하나둘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이 한창 뜨거웠던 해였는데, 그런 다양한 사례 중 하나로 제게 인터뷰가 쏟아졌던 것 같아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너 옷이 그게 뭐니?” “화장 좀 하고 다녀라” 등 외모를 지적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면, 이제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잖아요. 그런 움직임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해 주목했던 것 같아요. 역동적인 움직임의 배경을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금기는 아니지만 그 누구도 안경을 낄 생각을 하지 못하던 때였어요. 어떻게 안경을 쓰게 되었나요?
평창 동계 올림픽의 김은정 선수가 안경 선배로 불리며 리더십이 주목받을 때였어요. 그런 현상에 대해 글을 쓰다가 안경이라는 단어에 꽂힌 거죠. 그러고는 ‘왜 안경 낀 여자 앵커는 없지?’라는 의문이 들면서 그동안 간과했던 점에 대해 돌아보게 된 거예요. 아침마다 잠도 부족하고 메이크업하기도 힘들었거든요(웃음). 그런데 막상 안경을 끼는 데까지는 용기가 좀 필요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방송할 때 안경을 쓰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 다들 “쓰면 되지 왜 안 써? 모두 눈이 좋나?” 하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다들 의식하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용기를 갖고 3주 동안 캐비닛에 넣어둔 채 고민만 하던 안경을 꺼내 쓰고 방송을 했어요. 그 방송 이후 화제가 됐고 다음 날부터 계속 안경을 끼게 되었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뭔가 새롭고 금기를 하나 깼다’라는 긍정적인 기사가 많이 나왔어요. 기사의 댓글도 ‘그러고 보니 왜 다들 안경을 안 꼈지?’ 하는 반응들이어서 다행이었죠.

최근 들어 옷차림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박시한 재킷에 타이를 맨 셔츠 등 젠더리스한 룩을 선보이고 있던데요.
아나운서로 입사한 순간부터 저를 불안하게 했던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였어요. 예뻐야 좋은 기회를 얻을 것 같고, 예쁘지 않아서 기회가 오지 않는 것 같은 기분에 매몰되어 있었죠. 그렇다 보니 더 예쁜 옷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메이크업도 더하는 등 압박감이 굉장히 컸어요. 그런데 안경을 끼면서부터는 ‘내가 왜 옷에 몸을 맞춰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스타일리스트에게 한 사이즈 더 큰 옷을 요청해 편하게 입기 시작했죠. 그러다 두 달 전부터는 스타일리스트의 도움 없이 직접 준비하고 있어요. 만약 스타일리스트가 해줬다면 타이를 맬 생각도 못했을 텐데 우연한 기회에 시도하게 된 거죠. 영화 <콜레트>를 보고 언젠가 넥타이를 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셔츠에 타이를 맨 모습을 찍어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새롭다는 반응이지만 일단은 제가 정말 편했어요. 셔츠 몇 장과 넥타이 몇 개만 있으면 그 조합이 무궁무진하니까 매일 옷 입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즐겁게 제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확실히 화면 속 모습이 한결 더 편해 보이더라고요.
누군가는 “왜 굳이 넥타이를 매려고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저 역시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안경 역시 저를 상징하는 요소로 고정시키고 싶지 않고요. 두 가지 모두 다양성을 넓히고자 하는 차원이죠. 저의 작은 변화와 시도들이 누군가에겐 용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죠. 그래서 그런 다양성을 넓히는 것에 의미를 두며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어쩌면 다소 충동적으로,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일들이 주변의 의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네요.
종종 친구들의 고민 상담을 해줄 때 저는 “굳이 먼저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 말라. 조용히 행동부터 하라”는 말을 해주곤 해요. 큰 사명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겠다고 결심하면 시작이 어려우니 일단은 조용히 해보라고요(웃음). 그동안 문제라고 여기지 못했던 것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건전한 토의가 이뤄진다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여지가 생기죠. 저는 그렇게 다양성과 선택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변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지점에 있다고 봐요. 격동기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각자의 다양성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해지고 자연스러워지는 시대가 올 거라 믿어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느껴지나요?
옛날에는 나이 드는 게 불안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두렵지 않아요. ‘내가 나이 들면서 내 역할을 또 해나갈 수 있겠구나’ 싶어 오히려 기대가 돼요. 더 이상 외모 등의 외적인 것들로 평가받는 사람이 아니라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이면서 나의 실력, 나만의 시각, 나만의 말 등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으니까요. 그게 가장 큰 변화죠.

아나운서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현 시대 분위기도 굉장히 고무적이에요.
지금의 아나운서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있어요. 아나운서만 했던 MC 역할을 지금은 다른 연예인들이 하면서 점점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거든요. 저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제가 MBC 안에서 하나의 부품 같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 생각을 깨면서 나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요. 그래서 저만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편이에요. 아나운서 중에 비교적 빨리 개인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이건 아나운서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아요. 누구나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거기에 머물 게 아니라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 능력을 키우고 도전을 해야 하는 시대니까요.

임현주라는 브랜드는 어떤 모습일까요?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그 평가는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만 그 결과와 평가는 제 몫이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저는 방송을 재미있게 하는 동시에 글도 쓰고 유튜브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니 총체적인 그림은 바라보는 분들이 평가해주셨으면 해요. 다만 뭘 하든 ‘임현주 아나운서답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찬사일 듯해요.

영감을 주는 이들은 어떤 사람인가요?
전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을 통해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이슬아 작가의 경우 솔직하게 본인을 표현하는 당당함이 돋보이고,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황선우 & 김하나 작가의 경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멋지죠. 배우, 감독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지 않는 그레타 거윅처럼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는 분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영감을 받아요.

여전히 유리 천장은 존재한다는 평가가 많아요. 여성들이 조금 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제도적인 변화는 당연하고 일단은 본인 스스로가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관계든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에 내 몸을 맞추기보다는 스스로 의문이 드는 지점에서 그걸 깰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죠. 사회가 규정한 어떤 모습에 갇히기보다는 내가 목소리를 충분히 내야 그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봐요. 내가 원할 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 같아요.

임현주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인생의 목표는 물론이고 직업적인 목표 역시 재미있게 사는 거예요. 제 이야기를 하며 같이 교감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 스스로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리고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주제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아나운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제가 거쳐 왔던 고민을 지금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선배로서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로 선정된 임현주 아나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로 선정된 임현주 아나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로 선정된 임현주 아나운서.


    ‘인스파이어링 우먼’은 플랜코리아와 함께 미래 영 리더들의 재능을 응원하는 푸른나래 장학 사업을 후원합니다. 재능이 있지만 경제적·사회적 여건으로 기회가 부족한 청소년들이 우수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안다르와 함께합니다.

Credit Info

2020년 05월

2020년 05월(총권 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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