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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URF

On April 09, 2020

실내에서 조금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요즘,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생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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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플랫폼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쓰는가의 문제

김영하가 7년 만의 장편 소설 『작별 인사』를 전자책으로 발간했다. 이를 놓고 질문이 쏟아진 기자 간담회장에서 작가가 내놓은 답변은 ‘어떤 플랫폼’이 아닌 ‘어떤 이야기’에 관한 것이었다.

첫 e-Book 발간인데 집필 과정에 있어 차이가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종이 책을 무척 좋아하지만, 항상 들고 다닐 순 없잖아요. 그래서 전자책 작업을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도전했죠. 소설도 지금껏 써온 것과 달리, 스스로에게 도전이 되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고요. 좋은 이야기라면 플랫폼에 관계없이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어요.

『작별 인사』는 오랜만에 발표하는 장편 소설인데 SF예요. 장르적 부담은 없었나요?
등단 초기부터 자신을 순수 문학 작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런 장편을 낼 때마다 당황하더라고요(웃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문학동네에서 소설상을 줄 때 ‘판타지’로 구분했어요. 『아랑은 왜』는 역사 추리소설, 『검은 꽃』은 멕시코 이민자들 이야기 등 장르적인 것을 차용해서 글을 쓴 것은 오래전부터 제가 해오던 일이죠. 이 소설이 SF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과학이 너무 안 들어가 있잖아요. 장르적인 것들을 차용해서 소설을 썼고,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담이라고 생각해요.

영감이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고등학생 때 ‘아이작 아시모프’ 책에 빠졌어요. 그 무렵 비슷한 책들을 많이 읽었죠. 그래서인지 이런 종류의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것이긴 해요. 본인이 로봇이라고 믿는 인간과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는 꽤 오랫동안 흥미가 있었죠. 소설은 상징과 비유로 말하는 양식이라고 생각해요. 독자들이 이 소설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은 미래를 엿봤기 때문에 느낀 것이 아니고,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유사하기 때문이겠죠. 어디까지가 인간인지를 정의할지에 대한 문제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를 다룬 거죠.

작가 김영하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이란 뭘까요?
다른 존재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고, 포용력이 있고, 연대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인간다움의 척도는 ‘타자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라 생각하고요.

밀리의 서재를 통해 새 플랫폼에 도전했어요.
저는 ‘책’이라는 형태가 물성으로 고정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호메로스 시절에는 소리로 존재했고. 두루마리에 적혔을 때도 있었죠. 책은 늘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어요.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이후부터 단행본 형태를 조용히 묵독하는 것이 보편적인 형태가 된 것뿐이에요. 책을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좋죠. 어떤 사람들은 운전 중에 오디오북이나 리딩북을 들을 수도 있고요.

방송 활동을 하는 작가로서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뭘까요?
장점이 곧 단점이고 단점이 곧 장점인 일 같아요. 많은 사람이 제 작품을 알게 되어서 좋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사람들 사이에 스며들어서 얘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어려워졌죠. 불편하다면 그런 것 정도예요.

결과적으로 큰 도전을 한 셈이네요.
출판계에 가장 큰 도전은 책을 사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파는 것이에요.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들일수록 서점을 찾지 않죠. 종이 책을 산다는 것은 보관할 공간에 대한 비용도 지불한다는 의미예요. 원룸에 사는 사람들이 책의 물성을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죠. 정제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험을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BOOK

  • SF 작가입니다
    배명훈 | 문학과지성사
    SF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근면하게 SF 작가로 살아온 배명훈의 첫 에세이집이다. 첫 소설 『타워』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후 줄곧 근면하게 SF 소설을 썼다. 보편적이지 못한 장르 작가로 살며 고민해온 그의 유쾌한 이야기 속에 한국 SF의 성장기도 담겨 있다.

  • 광기와 치유의 책
    레지나 오멜버니 | 문학동네
    시인인 레지나 오멜버니의 첫 소설 데뷔작. 여성의 사회 활동이 흔하지 않던 16세기, 아버지의 영향으로 의사로서의 삶을 선택한 가브리엘라가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떠나며 겪는 모험담을 담았다. 시대가 허락하지 않았던 모험을 택한 한 여인의 여정을 디테일하고 흥미롭게 풀어냈다.

  • 요즘 애들에게 팝니다
    김동욱 | 청림출판
    요즘 애들의 관심, 유행, 취향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재기 발랄한 실용서다. 1990년대 세대에게 ‘파는 것’이 쉽지 않았던 광고 크리에이터가 연구하고 풀어낸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코드 13가지를 담았다.

TV 보고 또 보고 정주행 걸작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질 때, 스트리밍 채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리즈물을 정주행 해보면 어떨까. 다시 봐도 여전히 재미있고 지루한 시간 따위 금방 흘러가는 검증된 TV 시리즈들.

  •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넷플릭스와 왓챠 사이에서 유목민 생활을 하던 나를 완전한 넷플릭스파로 붙잡아준 드라마. 미국 여자판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 할 수 있겠다. ‘뭐 별거 있겠냐’ 하며 미뤘는데 별거, 있다. 정주행을 시작하는 순간, 수감자의 일원이 되어 인생은 덧없음을 느끼고 하루를 소중하게 살게 됐다. 김국환의 ‘타타타’를 꺼내 들으며…. _작가이자 작사가 김초연

  • 스캄
    드라마 <SKAM>의 출발은 노르웨이였으나 프랑스 판이 큰 화제를 모았다. 시즌 3의 주인공인 ‘막성스 다네 포벨’ 때문.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10대들의 청춘물로 이 드라마의 장점으로 꼽히는 영상미 중 으뜸은 주인공의 찬란한 미모가 아닐까 싶다. 그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주행 할 수 있을 것. _ <그라치아> 디지털 에디터 이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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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아나토미
미국 막장 드라마의 고전 <그레이 아나토미>. 지금까지 시즌 16으로 방영 중인 인기 의학 드라마다. 시즌 1에서는 앳된 인턴생들의 아메리칸스러운 방탕 병원 생활에 충격을 받아 계속 보다가, ‘대체 언제쯤 이들은 연애 전문가가 아니고 의사가 되는 걸까’ 고민하는 순간부터 병원에 말도 안 되는 천재지변이 발생한다. 한국 막장 드라마는 막장도 아니라고 생각될 무렵 시즌 재계약이 되지 않은 배우들을 차례차례 죽음, 질병, 이혼 등으로 사라지게 하는 작가의 막장 스킬에 나도 모르게 시즌 12까지 무아지경으로 달려오게 되는 걸 발견했다. 작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시즌 16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드라마가 끝날까 아쉬워하며 야금야금 볼 필요가 없다. _ 패션 마케터 이예지

  • 블랙 미러
    현재 <SF8>이라는 SF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어 즐겨 보고 있다. 시즌 1부터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즌 5까지 나와 있는데 일관되게 충격적인 스타일이 집중력을 놓지 않게 하더라. 비록 시작은 작업을 위함이었지만 어느 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_영화감독 오기환

  • 빌어먹을 세상 따위
    B급 인디 영화 감성에 하이틴 로드 무비를 버무린 이 드라마는 너드 캐릭터들의 구구절절한 매력만으로도 뻔해 보이던 엔딩을 완벽한 여운의 드라마로 바꿔놓는 마법을 부린다. 오랫동안 미드의 자극적이고 화려한 드라마에 지쳐 있었다면 살짝 가볍지만 글루미한 분위기의 매력적인 주인공이 있는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_비디오그래퍼 김명성

MOVIE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3편이 개봉한다.

  •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감독 이종은 출연 박재한, 김다희 개봉 3월 19일
    어렴풋한 형상만 겨우 볼 수 있는 1급 시각장애인 재한과 불확실한 미래에 고민이 많은 다희는 어느 날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다. ‘나를 찾아 떠나는 영혼의 순례길’이라는 포스터 속 문구처럼 이들은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꿈꾸던 것을 이룰 수 있을까? 잔잔하지만 치열했던 이들의 산티아고 도전기.

  • 교회오빠
    감독 이호경 출연 이관희, 오은주, 이소연 개봉 3월 26일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까지 고난으로 가득할 수 있을까? 딸아이가 태어난 기쁨도 잠시, 남편의 4기 대장암 소식에 이어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아내의 4기 혈액암까지. 밀려오는 고난에 부부는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삶의 희망을 다시 찾은 이들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종교에 대한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된다.

  • 밥정
    감독 박혜령 출연 임지호 개봉 4월 예정
    자연을 재료 삼아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는 ‘방랑 식객’ 임지호 셰프가 떠난 10년간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친어머니를 찾아 떠난 여정 중에 새롭게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지리산에서 만나 10년간의 정을 나눈 길 위의 어머니와의 이야기까지. 밥으로 정을 나누는 그를 보며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된다.

실내에서 조금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요즘,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생활에 대하여.

Credit Info

2020년 04월

2020년 04월(총권 125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남미영
PHOTO
밀리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