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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ING WOMEN

모두가 춤을 즐길 줄 아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On March 11, 2020

INSPIRING WOMEN
<그라치아>는 매달 삶에 영감을 주는 젊은 여성 리더들을 만나 이들의 긍정 메시지와 목소리를 전하는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지면과 함께 SNS 채널에서 동시에 공개되는 인터뷰 영상도 눈여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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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셋업, 이너로 입은 드레스 모두 수기. 네크리스 귓볼.

리아킴
•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co-founder이자 안무가
• JYP, CJ 등 여러 엔터테인먼트에서 안무가이자 트레이너로 활동
• 이효리, 선미, 트와이스 등 K-POP 스타들의 곡에 참여

리아킴을 소개할 때 세계가 인정한 안무가라는 수식어는 절대 빠지지 않아요. 어떻게 댄서의 길로 들어섰나요?
시작은 우연히 보게 된 마이클 잭슨의 춤에서 감동을 받으면서부터예요. 처음 춤을 배우러 간 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안무 학원이었어요. 당시 케이팝 댄스를 가르치는 곳이었는데 춤에 대한 확신을 얻으면서 서울에 있는 유명 댄스 학원에 들어가 정식으로 춤을 배우며 댄서를 목표로 하드 트레이닝을 거쳤죠. 그러다 ‘위너스’라는 댄스팀에서 이효리 같은 가수들과 함께 활동하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연예 기획사들과도 일을 하게 되었어요. 당시에 팝핀을 하는 여성 댄서가 흔치 않았는데, 저를 보고 투애니원의 공민지나 소녀시대의 효연 같은 아이돌들이 팝핀을 배우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거든요. 이들을 가르치면서 연습생들의 안무를 담당하게 되었죠. 그렇게 스트리트 댄서로 활동하면서 배틀에 참가하는 등 승부의 세계에서 활동하다가 어느 순간 피곤함을 느껴 안무가로 전향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안무가로 자리 잡았고요.

그 당시만 해도 댄서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어요. 특히 여성 댄서들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기도 했고요. 그렇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댄서라는 직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현실의 벽에 부딪혔던 것은 사실이에요. 수입 면에서 그리 여유롭지 못한 직업이자 백댄서라는 인식이 강해 방송국이나 기획사 등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기 힘들었거든요. 그렇다 보니 제 스스로 답답함도 있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거나 억지를 부리곤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겨내고자 직접 부딪혀 싸우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어요. 실제로 체감하나요?
이제는 춤추는 사람이 돈을 못 버는 직업이란 의식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부모님만 봐도 그래요. 제가 어렸을 때는 춤춘다고 그러면 부모님들이 무조건 반대부터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춤 좀 배우라고 하는 걸 보면 춤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진 걸 느끼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댄스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일례로 최근에 국무총리실 초청으로 세종정부청사에서 워크숍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곳에서 저를 초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게다가 여성 댄서들을 더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여자로서의 장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팝핀이란 춤을 추었는데 여자라는 사실이 핸디캡이라 느낄 수도 있지만 오히려 팝핀 하는 여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오기도 했고요. 남자 팝퍼들은 많아도 여자 팝퍼는 희귀해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더 많아서 굉장한 장점이 되었죠. 요즘은 유튜브만 봐도 여성 안무가들의 활동이 훨씬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무가들을 꼽아도 여성 안무가가 훨씬 많고요. 어떻게 보면 여자가 춤추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여자가 춤추는 모습을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죠. 유튜브 조회 수만 봐도 여성 안무가들의 영상 조회 수가 현저하게 높게 나오거든요. 춤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히 여자들이 조금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이처럼 여성 안무가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은 유연성이 다르죠. 남성 댄서들이 힘 있고 딱 부러지는, 굉장히 파워풀하면서 강렬한 댄스를 선보인다면 여성 댄서들은 그루비하고 부드러운 웨이브 등을 많이 섞어 더 멋있어 보이거든요. 여성 댄서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걸리시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의 안무뿐 아니라 파워풀한 댄스도 가능하다는 거죠. 그런 표현의 범위가 넓다는 것도 사랑받는 요인인 것 같아요.

댄스 업계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안무가들이 능력에 비해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나마 원밀리언만큼은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원밀리언 안에서만큼은 프로페셔널하게 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거든요. 아직까지 춤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분야예요. 그에 대한 체계를 마련하고 방향성을 잡는 데 나름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죠. 좋은 방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에요.

리아킴은 다양한 춤을 섭렵해 한계가 없는 안무가로 꼽혀요. 이러한 에너지와 열정은 어디에서 오나요?
예전에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면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댄스에 눈이 가요. 예를 들어 대중적인 춤부터 하나의 예술로서의 춤까지. 뮤지션은 당연하고 패션 브랜드나 순수 미술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포토그래퍼까지 다양한 분야에 있는 분들과의 컬래버레이션에도 점점 더 많은 관심이 생겼고요.

원밀리언 유튜브 채널은 현재 195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구독자 수를 자랑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를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요?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던 것이 효과를 본 셈이죠. 보통 아티스트라고 하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일방적인 경우가 많았어요. ‘난 이걸 보여주고 싶으니까 이렇게 할 거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보여준다면, 저는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보다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이 뭔지 한 번 더 생각하는 편이었죠. 그런 활동들의 비중을 조금씩 더 늘려나간 것이 도움이 됐어요. 저 역시 유튜브 영상을 보며 춤을 오래 춘 사람들의 난해하고 다크한, 뭔가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심오한 춤사위에서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에 저는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스타일의 춤과 패션, 분위기 등을 많이 보여주고자 노력했죠.

이렇게 대중과 쉽게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은 리아킴의 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만약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면 난해하고 어렵다고 느꼈을 거예요. 제 안에 있는 세계는 좀 난해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이를 살짝 완화시켜서 부드럽게 전달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리아킴의 스타일이 독특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워서 보기 힘든 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 같아요. 너무 어려우면 제 춤을 보지 않겠죠(웃음).

일을 할 때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철칙이 있나요?
철칙이라기보다 제 생각이 다 맞고 제일 멋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아요. 컬래버레이션 등의 작업을 할 때 상대가 나보다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같이 융화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작업할 때 저보다 어리거나 후배라고 해서 무조건 모른다고 여기기보다는 그들이 생각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커뮤니케이션하죠. 그렇게 새롭거나 조금 다른 시선을 받아들이니 대화가 잘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힘을 얻는 것 같아요.

리아킴의 다음 도전, 그리고 목표가 궁금해요.
춤을 잘 모르는 분들이 춤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게 되고 춤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예요. 그리고 안무가들의 활동이 조금 더 활발해졌으면 하고요. 댄서들이 보통 순수하고 열정적이다 보니 연습실에 박혀서 연습만 하는, 실력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들을 어두운 곳에서 끄집어내어 많이 보일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대중적으로는 ‘내가 어떻게 춤을 춰, 나는 못해’ 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 이런 사람들도 ‘한번 해보지, 뭐’ 하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캐주얼한 분위기의 댄스 문화가 형성된다면 좋을 것 같고요.

‘인스파이어링 우먼’은 플랜코리아와 함께 미래 영 리더들의 재능을 응원하는 푸른나래 장학 사업을 후원합니다. 재능이 있지만 경제적·사회적 여건으로 기회가 부족한 청소년들이 우수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로레알 파리와 함께합니다.

Credit Info

2020년 3월

2020년 3월(총권 124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PHOTO
이영학, Instagram @liakimhappy
HAIR
안미연
MAKEUP
이숙경
STYLIST
이윤호
ASSISTANT
정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