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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_THE ICONIC WORD 시리즈

GRACE_THE ICONIC WORD

GRAZIA MEETS ARTIST

On March 06, 2020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아함이란 어떤 모습일까? 가구 디자이너부터 셰프, 플로리스트, 주얼리 디자이너까지, 4명의 아티스트들이 그려낸 우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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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niture designer
문승지

 

나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디자인 작업을 하는 문승지입니다.

우아함이란 누군가와 대화하는 순간에 우아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좋은 질문을 받았을 때, 혹은 질문에 대해 돌아오는 답변이 깊은 진중함을 가질 때. 그 순간 그 사람이 내뱉는 말투와 표정, 그리고 그 순간의 공기 등 모든 것이 우아하게 다가오죠. 그래서 상대가 누구든, 직업이 무엇이든 우아한 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늘 반가운 것 같아요.

편안한 대화를 위한 의자 ‘Tete a Tete Chair’는 우아한 대화를 만들어가는 순간의 공간 속에 놓여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디자인한 의자예요. 누군가와 얼굴을 맞대고 편안한 대화를 하기에 적합하도록 설계했죠. 너무 편하거나 혹은 너무 불편하지도 않은, 그리고 대화를 하며 취하는 행동과 자세를 고려하여 자유롭게 팔꿈치를 댈 수 있도록 디자인된 낮은 등받이가 특징이죠. 낮은 등받이로 인해 너무 늘어지지 않은 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 조금 더 서로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을 거예요.

내가 경험한 우아함의 세계 코펜하겐의 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짧은 인턴 생활을 할 때였어요. 유일한 동양인으로 저도 모르게 위축되어 일을 하던 때였는데 대표님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고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한 적이 있죠. 그때 대표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함께 일하는 덴마크인 팀원들은 모두 북유럽이라는 같은 환경에서 자라 같은 문화 안에서의 시각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당신은 그와 정반대의 시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요.” 이 이야기를 들은 후 제 자신이 만든 작은 틀 속에서 벗어나 낯선 도시에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지금까지도 대표님의 우아한 답이 생생히 기억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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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welry designer
노소담

 

나는 주얼리 브랜드 1064 스튜디오의 디자이너이자 디렉팅을 맡고 있는 노소담입니다.

우아함이란 우아함을 생각하면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먼저 떠오르는 삶을 살고 싶어요. 모든 우아함과 아름다움은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내면에서 나온다고 여기거든요. 즉,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의 색을 닮은 아름다운 여인 우아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명화처럼 드넓게 펼쳐진 갈대, 초원 숲 가운데 서 있는 여자가 생각나요. 그녀와 어울리는 컬러를 고민하다 톤이 다운된 브라운을 선택했고, 새롭게 출시될 11번째 컬렉션 디자인에 녹여보았어요. 1064 스튜디오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컬러를 통해 우아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막연하게 상상했던 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조합이 완성된 것 같아요.

내가 경험한 우아함의 세계 오랜 시간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삶을 좋아해왔는데 그녀가 참 우아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로 자연을 확대시킨 작품을 그린 화가인데 20세기 미국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예술가 중 하나죠. 그녀는 생애에 여러 명언을 남겼는데 “나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바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는 말을 특히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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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ist
김경민

 

나는 플로리스트 겸 프롭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민입니다. 주로 촬영을 통해 여러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어요.

우아함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주변의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곧은 마음, 스스로 정한 것을 묵묵히 지키며 살아가는 성실함. 저에게 우아함은 이런 느낌이에요. 매일 같은 시간 가게 문을 열고 재료를 손질하는 사장님, 단정한 옷을 입고 집 앞 슈퍼를 가는 주부들, 도구를 소중하게 다루는 장인들처럼 일상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힘과 태도가 우아함인 것 같아요.

호접란의 강인한 아름다움 우아함을 꽃으로 표현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호접란이 생각났어요. 시장에서 여러 꽃을 사더라도 호접은 꼭 따로 들고 다녀야 할 만큼 쉽게 망가지는 꽃이거든요. 그러나 오랜 시간 물 밖에 나와 있어도 단단한 모습을 유지하고 어디서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강한 꽃이기도 하죠. 이처럼 우리의 일상이 벅찰 때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되는 본성이 우아함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한 번 몸에 배면 어디서나 풍겨 나오는 태도이기도 하죠. 그렇게 보이는 모습부터 성격까지 우아함과 호접은 참 많이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경험한 우아함의 세계 프랑스 친구 중 한 명이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 있어요. 아직도 오래된 집에서 사는 할머니가 식사 때마다 깨끗한 테이블보를 깔고, 주말이면 꽃을 사서 꽂아 두신다고요.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나의 삶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러한 사소한 습관이야말로 우아함의 핵심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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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f
이영라

 

나는 ‘어른을 위한 디즈니’를 콘셉트로 조금 더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하는 어반 딜라이트의 총괄 셰프 이영라입니다. 메뉴를 개발하고 교육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아함이란 우아함을 갖기 위해서는 배려가 필수라고 생각해요. 셰프라는 일은 누군가를 환대하는 거잖아요. 그 시작과 끝은 관찰과 배려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제 요리를 즐기는 이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방문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에 맞는 서비스를 하는 거죠. 특히 미쉐린 3스타는 우아함의 끝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티 나게 챙겨주는 게 아니라 조용히 관찰하다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세심한 서비스, 그게 곧 우아함이라고 봐요.

정성 가득 담은 오리 요리 저의 프랑스 요리 선생님은 “요리사가 투플 한우나 랍스터를 가지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진짜 요리사가 자신을 수련하고 연마하려면 일반인들이 가장 편하게 먹는 식재료로 트레이닝해야 한다”라는 말을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프랑스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오리 요리를 열심히 연마했어요. 그렇게 나온 메뉴가 바로 ‘오리 다리 콩피와 현미 포리지’예요. 현미를 죽과 리소토의 중간 정도 텍스처로 구현하고, 적양배추 피클과 튀긴 병아리콩, 파프리카 등의 채소로 아삭한 식감을 더했어요. 그 결과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한 그릇 싹 비우고 가는 요리가 탄생했죠. 이 메뉴를 저는 배려의 끝판 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경험한 우아함의 세계 ‘Base is Nice’라는 채소 친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녀의 요리를 보면 캐릭터가 그대로 드러나는 담음새라는 인상을 줘요. 하루에 8명 정도 예약제로 운영되는 식당에서 혼자 요리를 하고 접대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전혀 없대요. 그 비결이 뭘까 궁금했는데 그녀 자체가 우아하고 격이 있으니 어떤 상황에서든 나이스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거더라고요. 그녀는 자기가 제공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지만 해줄 수 없는 것은 깔끔하게 인정한다고 해요. 즉, 자신만의 스탠더드가 있고 이를 인정받는다는 건 곧 자존감이 높음을 의미하는 거겠죠. 그런 자세가 곧 사람을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GRACE_THE ICONIC WORD 시리즈

GRACE_THE ICONIC WORD 시리즈

 

NEW GRAZIA WOMAN

AMAZING GRACE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아함이란 어떤 모습일까? 가구 디자이너부터 셰프, 플로리스트, 주얼리 디자이너까지, 4명의 아티스트들이 그려낸 우아함.

Credit Info

2020년 3월

2020년 3월(총권 124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PHOTOGRAPHER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