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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보다 자유로운 삶을 택했어요

On March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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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로부터 독립 선언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실로부터 독립 선언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해리와 메건 그리고 아치는 언제까지고 우리 가족의 지지와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나는 그들이 지난 2년간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도전해온 것들을 이해하고,
좀 더 독립적인 삶을 소망하는 것을 지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_ 엘리자베스 2세 (공식 성명문)

해리 왕자는 왕실 ‘시니어’ 자격을 내려놓음으로써 영국군 장교 직위도 해제된다.

해리 왕자는 왕실 ‘시니어’ 자격을 내려놓음으로써 영국군 장교 직위도 해제된다.

해리 왕자는 왕실 ‘시니어’ 자격을 내려놓음으로써 영국군 장교 직위도 해제된다.

영국 왕실에 새바람을 몰고 온 메건 마클이 또 한 번 폭풍을 일으켰다. 해리 왕자와 함께 전통과 권위의 왕실을 떠나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 것. 특권보다는 자유를 택한 과감한 결정이지만, 이를 보는 시선이 마냥 고운 것만은 아니다.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했던가? ‘왕실 탈퇴’ 선언 후 캐나다에서 거주 중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를 둘러싼 영국과 유럽의 여론을 지켜보고 있자면, 자유가 특권보다 비싼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든다.

지난 1월 9일, 해리 왕자 부부는 그들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서섹스 로열’(@sussexroyal)을 통해 폭탄선언을 했다. “수개월간의 숙고와 논의 끝에 우리 부부는 올해를 새로운 역할을 개척해 나아갈 해로 정했습니다. 이제 메건과 저는 왕실의 주요 일원의 자리에서 한 걸음 물러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재정적으로도 독립할 계획입니다.” 결혼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파격이었던 왕자 부부가 내놓은 전례 없는 ‘왕실 탈퇴’ 선언에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 여론이 들썩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 부부의 발표를 여왕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실제로 서섹스 공작 부부의 발표 후 5일이 지난 뒤에야 엘리자베스 여왕의 주관하에 긴급회의가 열렸고, 열흘 뒤에 여왕의 공식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여왕은 부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들을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으로서 지지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로써 이들 부부는 가족으로서 소외되지 않고도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여왕의 신속한 발표로 혼란은 빠르게 정리되었지만, 영국의 주요 매체는 이를 두고 “브렉시트가 ‘메그시트’로 대체되었다”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보도했고, 온라인 검색 사전 ‘위키피디아’에는 ‘Megxit’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 같은 현상이 암시하듯 왕실에서의 독립에 대한 공식 지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리 왕자와 메건 부부의 행보는 쉽지만은 않을 예정이다.

영국 언론은 해리 왕자와 여왕의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영국 언론은 해리 왕자와 여왕의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영국 언론은 해리 왕자와 여왕의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언론과 인터뷰 중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언론과 인터뷰 중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언론과 인터뷰 중인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메건 마클의 배경이나 소셜 네트워크 그리고 미국의 배우 출신이라는 배경을 감안할 때,
이들 부부는 독립 후에 좀 더 대중에게 친숙한 연예계 활동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_케냐 헌트(영국 <그라치아> 패션 디렉터)

왕실의 발표와 별개로 영국인들의 반응은 이들의 결정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가장 많은 의혹이 쏟아지는 부분은 재정 문제. 대다수 언론은 이들 부부가 수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호비와 세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왕가 수익 대부분은 정부 지원금과 여왕 및 찰스 왕세자의 부동산 사업체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해리 왕자가 포기한 정부 지원금은 사실상 그의 총수익에서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를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의 부동산과 사업체 수익에서 지급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찰스 왕세자로부터 받은 수익은 한화로 약 76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왕실 지원금 5%를 제외한 상속 수익을 계속 받는다면 재정적인 독립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부정적인 여론은 영국 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리 왕자가 영국과 번갈아 거주할 곳으로 정한 캐나다에서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해리 왕자 가족이 영연방국인 캐나다의 밴쿠버로 거주지를 옮겼을 때, 환영하던 시민들은 그가 여왕의 동의 없이 캐나다로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중. 캐나다 일간지 <더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은 “왕자 부부를 환영하지만, 경호비와 생활비는 직접 부담할 것으로 믿는다. 왕족이라는 신분으로 캐나다에서 혜택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더해 이들 부부가 왕실 직함인 ‘서섹스 로열’이라는 호칭을 지난해에 브랜드 국제 상표권으로 등록해둔 것이 알려지면서 비난은 거세지고 있다. 왕실 일원으로서의 의무는 외면하되, 그 후광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누리려 한다는 것이 이유. 물론 이들 부부의 수입원이 상속 수익과 왕실 브랜드 로열티만은 아니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독립 선언 후 첫 공식 석상에 등장한 대가로 주관사인 JP모건으로부터 약 12억원을 받았다. 스타성을 가진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업 파트너는 무수히 많다. 해리 왕자는 애플TV 플러스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이며, 메건 마클은 공개 전인 디즈니 작품의 성우 역할로 계약을 마쳤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최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도 “왕자 부부와의 협업에 누가 관심이 없겠느냐”는 말로 적극적인 관심을 내비쳤다.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이들 앞에는 더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가장 위협적인 문제는 사생활 보호와 보안 이슈다. 왕자 부부는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 영국에서와 같은 철저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실제로 캐나다 거주지를 포위한 언론의 수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현재 이들은 가드를 15명까지 늘린 상황이지만 여론의 공격까지는 피할 수 없다. 실시간으로 집을 감시 중인 언론이 왕자 부부의 경호원들이 식료품 심부름을 하는 모습까지도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 왕자가 독립을 고집한 이유 중 하나로 메건 마클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추적 보도를 꼽은 것을 떠올리면 아이러니한 결과다. 든든하지만 답답한 왕실 울타리를 벗어난 부부의 자유를 향한 행보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듯하다.

왕실 직책을 포기하면 달라지는 것들
• 호칭 시 경어에 해당하는 ‘HRH’ 생략
• 왕실 교부금에 해당하는 재정 지원 중단
• 공식적으로 여왕을 대리할 자격 박탈
• 여왕의 군대인 영국군 장교 직위 해제
• 해리 왕자는 직계 혈통으로 ‘왕자’ 지위 유지

Credit Info

2020년 3월

2020년 3월(총권 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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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남미영
PHOTO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