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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트렌드는 알아야죠

On February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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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취미란에 고민 없이 ‘독서’를 적을 수 없게 되었다. 책에 몰입하는 고요한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기 시리즈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전작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부터 생긴다. 대다수 현대인은 긴 시간을 들여 콘텐츠를 소화할 시간도 인내심도 부족하다.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응답자 1628명 중 직장인 64.5%와 아르바이트생 60.9%는 자신을 ‘타임 푸어(Time Poor)족’이라 답했다. ‘시간 빈곤층’이 된 이들은 그로 인해 ‘가장 못해본 것’으로 문화생활(13.8%)을 꼽았다. ‘시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것’ 1위 역시 문화생활(16.8%)이었다. 특히 해야 할 일도, 즐겨야 할 것도 많은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세대)로 갈수록 그런 경향은 더 심하게 나타난다. IBM기업가치연구소는 이런 Z세대가 집중할 수 있는 평균 시간을 ‘8초’라고 발표했을 정도니까.

시간은 없지만, 지식과 재미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주요 전시 작품만 관람할 수 있는 ‘단축 동선’을 만들었다. 일종의 ‘서머리 서비스’(Summary Service)인 셈이다. 서머리 서비스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문화 콘텐츠 분야. 누구나 향유하고 싶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문화생활을 핵심만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가장 다양한 형태의 서머리 서비스를 선보이는 곳은 도서 분야다. 대표적 사례로 팟캐스트를 들 수 있다. 현재 종영한 은 구독자 13만 명을 확보한 바 있고, 은 8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e-북 시장은 보다 적극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도서를 30분 분량의 오디오 북으로 정리한 ‘리딩북’(Reading Book)으로 성공 사례를 남겼다. 책 내용에 대해 채팅하는 듯한 형태로 서머리하는 ‘책봇’도 최근에 생긴 서비스. 리디북스는 책의 내용을 카드 웹툰 형태로 요약한 ‘책 끝을 접다’를 선보인다. ‘책 끝을 접다’를 개발한 박종일 팀장은 서비스의 의의를 ‘콘텐츠의 발견성’으로 꼽았다. “그간 도서는 서점 매대, 베스트셀러 코너가 아니면 찾기 힘든 구조였죠. 기존 틀을 벗어나 모바일에서 독자들에게 발견되도록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앨리스 죽이기』 『돌이킬 수 없는 약속』처럼 오래전 발간된 도서를 다시 부흥시킨 사례도 있다. 서머리의 기준은 명확하다. “‘어떻게 서머리를 할까?’보다 ‘어떤 책을 서머리할까?’에 중심을 두고 있어요. 가능한 책이 있고, 아닌 책이 있거든요. 무엇이든 요약할 수는 없으니까요. 모바일 문법에 적당한가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고요.” 영화 역시 유튜브를 중심으로 서머리 콘텐츠가 배급되고 있다. 국내 최대 구독자를 확보한 영화 유튜버 ‘고몽’은 얼마 전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그 뒤를 잇는 ‘지무비’ ‘B-맨’ 등도 적지 않은 수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줄거리 요약 외에 자기만의 비평을 곁들여 영화를 풍성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각자의 편집과 시선이 영화 팬들을 잡아두는 비결이다.

드라마도 합류했다. 유튜브 채널 SBS Catch는 호흡이 긴 지난 드라마를 30분 길이로 요약하여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직접 개발한 AI 시스템으로 스포츠 중계 하이라이트 장면을 자동 편집하여 서비스한다. 약 3시간가량의 야구 경기가 끝난 지 5분 만에 주요 장면이 편집되어 제공된다. 콘텐츠 소비 범위도 확산되는 중이다. 최근 떠오른 새로운 서머리 소재는 ‘뉴스’. 대표적인 사례는 이메일 뉴스 채널 ‘뉴닉’이다. 매주 월·수·금에 메일을 발송하는 뉴닉은 공동 대표인 김소연, 김다은과 에디터, 디자이너, 개발자, 프로덕션 매니저 등 9인이 운영하는 구독형 서머리 서비스다. 미국에서 일하던 김소연 대표가 그곳의 뉴스 메일링 서비스가 한국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김다은 대표와 함께 시작했다고. 론칭 약 1년 만인 2019년 12월에 11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뉴닉은 그들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뉴닉의 미션은 바쁜 밀레니얼 세대와 세상을 연결해준다는 데 있어요. 뉴스는 수치화된 기준에서 뽑아내고 있죠. 단발성 사건은 배제하고, 반복적인 사회 어젠다를 주로 다뤄요.” 김소연 대표는 하루 200~300건 가까이 오는 독자 피드백을 놓치지 않고 모니터링한다. 가장 뿌듯한 순간은 ‘뉴스를 쉽게 접하면서 자신감을 찾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무작정 길이를 줄이는 것은 ‘서머리’가 아니에요. 짧기 때문에 더욱 핵심을 놓치지 말아야 하죠. 시간이 없는 독자들은 우리 서비스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니까요.”

김소연 대표의 말처럼 좋은 서머리 서비스는 간략하되 핵심을 놓치지 않고 전하는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깊이 있는 지식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문화평론가 임진모는 이를 두고 ‘문화적 속성 과외’라고 일컬었다.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원한다면, 길고 지루한 학습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다만 효과적인 서머리 콘텐츠로 기초를 다진다면 좀 더 수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진정한 서머리 서비스는 제작자의 입맛에 맞춰 콘텐츠를 왜곡하지 않아요.
확대나 재생산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본질을 놓치지 않고 간편하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핵심입니다.
_김소연 (뉴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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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도서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

이동진의 빨간 책방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눠 밀도 있는 독서 토론을 나누던 채널로 지난해 종영.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작가 김영하가 문학에 집중하여 책 이야기를 하는 팟캐스트.


책읽아웃

책읽아웃

김하나 작가와 오은 시인이 다양한 분야의 저자를 만나서 책 너머 이야기를 듣는 채널.


잠 못 이룬 그대에게

잠 못 이룬 그대에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낭독 프로그램.


요조 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

요조 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

가수 요조와 소설가 장강명이 진행하는 책과 관련된 수다.

그 외 도서 관련 서머리 콘텐츠

책 끝을 접다 리디북스에서 운영. 도서 내용을 핵심만 요약하여 카드 뉴스 형태의 웹툰으로 제공. 챗북 밀리의 서재에서 운영. 책의 주요 내용을 채팅창 형식으로 알기 쉽게 약 15분 분량으로 요약. 리딩북 밀리의 서재에서 운영. 배우들이 도서의 핵심 구절을 요약해 약 30분 낭독하는 오디오 북.

시사·교양 관련 서머리 콘텐츠

뉴닉 뉴스레터 형태의 구독 서비스. 국내외 뉴스를 2030세대 눈높이에 맞춰 전달한다. 알려줌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짜깁기하여 오리지널 콘텐츠 형태로 서머리한다.

Credit Info

2020년 2월

2020년 2월(총권 123호)

이달의 목차
EDITOR
남미영
PHOTO
Getty Images
자료제공
메조 미디어, 잡코리아, 알바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