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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DRESSED JACKET

On February 13, 2020

봄, 재킷을 입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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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SIZED JACKET
아빠 재킷처럼 툭.
3 / 10
SALVATORE FERAGAMO

SALVATORE FERRAGAMO

오버사이즈 재킷을 좋아하는 편이다. 패드가 두어 개 들어있어 어깨가 과장되게 크고, 소매도 길고, 품도 넉넉해 '아빠 옷 빼앗아 입었느냐'는 이야기를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에는 와이드 팬츠에 하이힐을, 추운 날에는 무릎을 덮는 스커트에 부츠를 신기도 한다. 오버사이즈 재킷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다양한 얼굴을 드러내고, 어떻게 입어도 쿨해 보인다. 마치 뜨거운 물을 더하면 아메리카노, 우유를 넣으면 라테, 얼음을 타면 아이스로 즐길 수 있는, 잘 뽑은 에스프레소 같은 존재랄까.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상승과 함께 파워 드레싱이 유행하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어른들은 이런 쌉싸래하지만 담백한 오버사이즈 재킷의 맛을 일찍이 알았던 것 같다. 1980년대 후반 유치원 졸업식 때 엄마가 입은 어깨가 봉긋한 오버 코트와 1990년대 중반 초등학교 졸업식 때 아빠가 입은 핀 스트라이프 슈트,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속 맥 라이언의 카다란 헤링본 아우터가 지금 봐도 그렇게 예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우스 브랜드 역시 뉴트로의 급물살에 떠밀려 자이언트 오버사이즈 재킷을 쇼에 잔뜩 세웠다. 여성 정치인에게 모티브를 얻은 발렌시아가, 몸이 두 개쯤 들어갈 거 같은 재킷의 자크뮈스, 컬러풀 테일러드 아이디어를 무한 제공한다.

DRE-CKET
드레스와 재킷 사이.
3 / 10
CHANEL

CHANEL

하지만 가끔 우아한 여성미를 드러내고 싶을 때도 있는 법. 이때는 몸에 착 붙는 재킷만 드레스처럼 입는다. 이 역시 1990년대에 유행했던 터라 다시 유행 중. 덩달아 드레킷(Dre-cket)이라는 귀여운 이름도 붙었다. 쏙 들어간 허리, 견고한 실루엣, 꼭 잠글 수 있는 단추, 허벅지를 완벽히 덮는 길이 등이 필수 요건. 대표적으로 루이 비통이 있다. 안에 트럼펫 팬츠를 입거나 쇼츠를 입는 식으로 변주를 줬다. 샤넬은 점프슈트형 트위드 재킷을 선보였고, 미우미우는 기다란 드레스식 재킷을, 베르사체와 뮈글러는 섹시한 스타킹과 매치한 드레킷을 선보였는데, 젠더리스가 장악한 패션계에서 여성만이 지니는 아름다움과 멋을 제안해 되레 신선했다. 봄이 되면 어깨가 넓고 허리는 쏙 들어간 블랙 테일러드 재킷을 하나 장만해보자. 단추를 풀어 오버사이즈로, 혹은 잠가서 드레킷으로 입어서 신명나게 스타일링 변주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훌쩍 다가와 있을 것이다.

봄, 재킷을 입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하여.

Credit Info

2020년 2월

2020년 2월(총권 1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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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지원
PHOTO
Show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