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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월드에서 산다는 것

On January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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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아닌 로봇이 서빙하는 레스토랑은 이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모습이 되었다.

직원이 아닌 로봇이 서빙하는 레스토랑은 이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모습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자발적 불통 시대에 살고 있다. 원하면 자고 일어나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시대, 언택트(Un + Contact) 세계가 열린 것.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바로 집으로 배송이 가능하니 오죽하면 전화를 기피하는 ‘콜포비아’(Call Phobia)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이러한 생활 습관은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참 많이도 변화시켰다.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기 불편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유통 업체들은 비대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택배 역시 무인 발송함까지 만들어놓으며 소비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에 급급했다. 오프라인 매장도 예외는 아니다. 직원을 대신할 키오스크를 하나둘 들여놓더니, 아예 직원이 사라진 무인점포까지 등장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점점 자발적 고립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언택트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뉴스룸이 2017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맹점 15곳의 결제·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언택트 관련 가맹점에서 결제한 금액은 2년 사이 500%가량 늘었다. 매출액 역시 67억원에서 359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사람들이 언택트 서비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주문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결제 역시 편리하기 때문. 게다가 심리적으로도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 역시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언택트 서비스 시장이 점점 커질수록 부작용도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노년 세대들의 부적응, 그리고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정(情)의 부재다. 예로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정을, 그리고 나눔의 정을 크게 생각했던 우리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대화는커녕 만남조차 거부하는 현 세태는 편리함을 넘어 외로움을 양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장근영 심리학 박사는 언택트 서비스 자체가 소통의 단절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며, 우리가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소통 방식에 따른 심리적 부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면 소통의 경우 표정이나 자세, 옷차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데 비해 비대면 소통은 그런 과정 자체가 불필요하니까. 막 자고 일어난 얼굴이든 잠옷 차림이든 상관없다. 심지어 소통을 종료하는 방법 역시 전화를 끊거나 대화방에서 나오기만 하면 되니 이 얼마나 간단한가.

“보통 사람들은 비대면 소통을 선호합니다. 부담감이 적고 편리하니까요. 그러나 쉬운 비대면 소통만 하다 보면 외롭다고 느낄 수 있어요.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어떠한 소통의 심리적 부담감이 클수록 그 소통을 통해 얻는 것도 많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부담감 적은 소통은 그만큼 주는 것도 적겠죠. 그러니 언택트 서비스에 의존하며 느끼는 외로움의 본질은 결국 어려운 소통에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취감과 자신감의 결여일 겁니다.”

그렇다면 나날이 발전하는 언택트 세계에서 중심을 지키고 소통에 대한 부담감은 덜어내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는 소통을 위해 스스로 얼마나 투자했는지 자문해보라고 조언한다. “사실 외로움은 우리가 도시 생활을 하면서부터 늘 따라다니는 감정입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 역시 1950년대에 등장했거든요. 그 외로움 또한 지나치게 흔해진 소통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으로 북적대는 도시는 그만큼 소통의 기회도 넘쳐나는 곳이니까요. 이제 정보 통신 기술과 함께 소통은 더욱 흔해질 뿐만 아니라 쉬워지기까지 하니 외로움의 깊이도 그만큼 더 커지겠죠. 지금이야말로 소통의 방식과 깊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내가 투입한 만큼 주지도, 투입한 것 이상을 주는 법도 없지요. 쉬운 소통은 쉬운 만큼 공허할 뿐입니다. 값진 소통을 원한다면 그만큼 투자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 당장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울려대는 소통의 알림에서 해방될 수 있는 언택트 세계가 반가울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정이, 그리고 이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그 정을 다시 나눠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집 앞에 있는 맥도날드를 종종 애용해요. 습관적으로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전광판에 번호가 뜨면 주문한 음식을 가져오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지만, 가끔은 대면 서비스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달라는 말을 하거나, 케첩을 더 달라는 말을 해야 하는 경우처럼 말이죠. 그래서 가끔 주문한 음식을 카운터에 올려놓고 주방으로 바삐 들어가는 직원을 황급히 불러 세울 때가 있어요. 그런데 간혹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면 저도 모르게 굳어버리게 돼요. 긴장과 경계가 가득한 직원의 표정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매장 손님들의 시선까지 느껴지면, 유난한 요청이 아닌데도 소위 ‘진상’이 된 거 같은 기분도 들고요.” _남미영(〈그라치아〉 피처 에디터)

주말마다 배달 앱을 이용해서 끼니를 해결하는 편이에요. 귀찮아서 씻지 않은 채로 있다 보니 집에 있어도 없는 척, 모른 척하는데 어느 순간 그게 불편해지더라고요. 내가 배달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건 아닌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꽤나 불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제 행동을 반성하며 웃는 얼굴로 맞이하고 있죠. ‘오늘 하루도 수고하세요!’라는 간단한 인사도 건네면서요.” _송진아(마케터)

 

Credit Info

2020년 1월

2020년 1월(총권 122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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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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