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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펭­하! 하세요?

On January 09, 2020

그라치아 코리아 펭수, 슈퍼스타 펭수의 모든 것

지치고 좋아하는 게 없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죽고 싶다가도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할말하않’의 일상화를 통해 ‘이제 나는 잘 참는 진짜 성인이다’라는 자조 섞인 자부심을 가져보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 이런 직장인의 ‘버팀’은 일종의 미학이었다. 하지만 인내는 쾌감을 이기지 못하는 법. 그 방증이 지난해 대중으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할 말 하는’ 캐릭터들이다. 서점가 처세술 코너에선 ‘90년대생’과 일하는 법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했고, 방송가에서는 프리랜서로 나선 장성규가 ‘선을 넘는 녀석’이라는 콘셉트로 성공을 거뒀다.

올해 9월 스타덤에 오른 EBS 출신의 연습생 ‘펭수’ 역시 할 말 하는 ‘을’이라는 설정값을 갖고 있다. 키 210cm의 거구에 걸걸한 목소리, 어디를 보는 건지 알 수 없는 작은 눈동자의 사백안. 기존 흥행 캐릭터의 귀여움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커다란 펭귄은 EBS를 시청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겨냥한 캐릭터였지만, 20~30대 성인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슈퍼스타로 거듭났다. 연습생 출신으로 정규 채널 편성을 받지 못한 그가 지난 3월 유튜브에 개설한 채널 <자이언트 펭TV>는 불과 9개월 만에 120만 독자를 돌파했다. 기존 시청률이 낮은 채널에서조차 주목받지 못하던 새 캐릭터가 슈퍼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인기의 비결은 ‘사이다 발언’. 사내 서열이 낮은 연습생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EBS 김명중 사장의 이름을 남발하거나 “사장이 (친구처럼) 편해야 회사가 잘되는 겁니다” “잘 쉬는 게 혁신이다” 같은 발언을 통해 통쾌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만이 전부는 아니다. 할 말은 하지만, 교육 방송 출신답게 위로와 개념 발언도 아끼지 않는다.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 눈치 챙겨!”라든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이것도 참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는 유명한 어록 중 하나다. 챙겨야 할 눈치가 남의 것이 아니고 내 것이었다니, 힘내라 대신 사랑해라니. 위로와 공감이 감동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여기에 잊을 만하면 선보이는 요들송과 프리스타일 랩은 펭수가 BTS를 보고 남극에서 온 연습생이라는 것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펭수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직장인만이 아니다. 배우 박정민은 영화 <시동> 홍보 중 틈만 나면 펭수 사랑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한예슬은 펭수 모자를 쓴 사진을 개인 SNS에 올렸고, 박보영은 V라이브에서 <자이언트 펭TV>를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스타들의 스타’인 셈.

그(펭수)가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면 되지 않나 하며 ‘찐팬’의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_박정민(배우)

펭수는 요즘 제 힐링 넘버원이에요. 여러분도 펭수에게 위로받으세요. 저는 위로받았거든요. _박보영(배우)

실제로 광고계에서 펭수의 인기는 톱스타에 비견한다. 유튜브 광고료 5천만원, 연간 광고료 약 5억으로 추정될 정도다.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펭수 모시기’에 성공한 브랜드는 디즈니 캐릭터와 동등한 조건을 제시한 Spao와 빙그레, 정관장으로 업계의 질투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중이다. 그를 모시지 못한 곳은 이색적인 방법으로 섭외에 나섰다. 롯데제과는 ‘너만을 위한 세계 최초 참치버거 개발 중’이라는 댓글을 남겼고, EBS에서 잘리면 KBS로 가겠다는 발언이 담긴 영상에는 ‘펭수야 힘들면 연락해’라는 KBS의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정부 부처도 예외는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뚝딱이 선배가 직장에서 괴롭히면 연락해! 최저 임금은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 거지? 고용노동부는 언제나 네 편이야’라는 글을 남겼다.

과열된 섭외 경쟁이 의아해질 때쯤 그의 모델 효과가 증명되었다.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가 출간 3시간 만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것. 아이돌 팬에게서나 볼 수 있는 ‘성지 순례’ 현상도 목격됐다. ‘트립닷컴’은 펭수의 인기가 시작된 9월부터 11월 15일 사이에 우수아이행 항공권 예약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우수아이는 남극으로 가는 최단 경유지다.

<자이언트 펭TV>의 이슬예나 PD는 “펭수는 물론이고, PD와 작가조차 하루 40건 이상의 섭외 전화를 받고 있어요. 펭수를 만날 수 없다면 제작진이라도 만나고 싶어 할 정도예요”라고 전했다. EBS 홍보팀 박태규 과장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섭외 요청이 들어오고 있지만, 광고 제안조차 수락할 수 없을 만큼 바쁜 상황”이라고 답했다.

연습생 출신에서 슈퍼스타로 등극하기까지 불과 1년이 걸리지 않은 펭수는 올해 꿈같은 한 해를 보냈다. 대미를 장식한 것은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올해의 인물’로 뽑힌 것. 펭수는 1위로 20.9%를 차지했다. 그의 뒤를 송가인(17.6%), BTS(16.7%), 장성규(9.1%)가 이었다. 지금의 시대가 어떤 인물을 원하는지는 펭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착하고 잘생긴 전형적인 아이콘이 아니어도 좋다. 적당히 화도 내고, 요령을 피워도 괜찮다. 잘못도 하지만 사과도 할 줄 안다면 문제없다. 약간의 대리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펭수가 바로 그 모든 걸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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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020년 1월(총권 122호)

이달의 목차
EDITOR
남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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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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