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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December 13, 2019

박선호는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말이 아닌 행보로. 맑은 웃음과 강렬한 눈빛이 수시로 교차하는 얼굴의 어린 배우는 안전보다 모험을 택했고, 그건 용감한 영혼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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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 코스(Cos). 메시 터틀넥 디올 맨(Dior Men). 데님 팬츠 리바이스(Levi’s). 목걸이 소운스웬(Sewn Swen). 팔찌 자라(Zara). 반지 모두 포트레잇 리포트(Portrait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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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팬츠 모두 라코스테 패션쇼 컬렉션(Lacoste Fashion Show Collection). 브라운 터틀넥 마시모두띠 (Massimo Dutti). 팔찌, 반지 모두 소운스웬(Sewn Sw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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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넥 니트 톱, 슈즈 모두 프라다(Prada). 팬츠 마시모두띠(Massimo Dutti). 목걸이, 반지 모두 포트레잇 리포트(Portrait Report). 양말 에디터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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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프린트 니트 톱 폴로 랄프로렌(Polo Ralph Lauren). 팬츠 프라다(Prada). 반지 포트레잇 리포트 (Portrait Report).

빈티지 프린트 니트 톱 폴로 랄프로렌(Polo Ralph Lauren). 팬츠 프라다(Prada). 반지 포트레잇 리포트 (Portrait Report).

언젠가는 장르물, 특히 누아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성숙한 남자의 이미지로 묵직한 연기를 해보고 싶거든요.

<프로듀스 X 101>(이하 <프듀X>) 출연 후 첫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초심으로 돌아간 것을 매일 느끼고 있어요. <프듀X>에서 배우가 되기 전에 아이돌 연습생이었다는 사실을 알린 적이 있는데요. 연기자로서 얼굴을 알리고 있지만, 못 이룬 꿈에 대한 저만의 오랜 응어리가 있었어요.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으면서도 가끔은 함께 연습했던 친구들이 무대에 서는 것을 보면 미련이 생기기도 했는데, 그런 기분을 털어낼 기회라고 생각해서 도전했죠. 결과적으로는 탈락했지만, 미련이 남지 않게 되었어요. 덕분에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요.

응어리가 풀린 거군요?
네. 물론 아쉬움마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건 미련과 달라요. 예를 들어서 결과가 더 좋았더라면, 내가 더 좋은 무대를 보여드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지, 아직도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미련은 아니에요. 도전했고, 결과를 받았고, 마음속의 응어리가 사라졌어요. 오직 연기에만 집중하게 되었죠. 뒤를 돌아보지 않고요.

다행이네요.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도전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을 거 같아요.
맞아요.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말렸어요. “네가 거기를 왜 나가냐”고. 연기자로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데 괜한 일을 해서 배우 경력까지 손상시킬까 봐 걱정한 거죠. 잃을 게 너무 많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어요. 그런데 저는 도전해서 잃을 것이 걱정되기보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평생 미련이 남아서 한이 될 것 같았어요. 나중에 나이 들어서 30대, 40대가 되었을 때도 ‘그때 용기 내 볼걸’ 하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죠. 어차피 제 인생이잖아요.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결정했죠. 오디션 기간 동안은 정말 요령 피우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더 미련이 없고요. 그게 너무 좋아요.

촬영 중인 드라마 <루갈>이 일종의 복귀작인 셈인데, 긴장되지는 않았어요?
사실 너무 많이 긴장됐어요. 거의 1년 만의 작품이라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컸고요. 다른 도전을 해서인지 저에게는 지난 1년이 다른 때보다 굉장히 긴 시간으로 느껴졌죠. 게다가 최진혁, 박성웅, 조동혁 같은 워낙 훌륭한 선배 배우들이 함께해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어요. 제가 또 드라마 현장에서 막내거든요.

막내라니, <프듀X>에서는 맏형이었잖아요. 역할이 확 바뀌었네요.
그렇기는 한데, 제가 주위에 형들이 많아요. 어렸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며 형들과 어울리고 배우면서 자라 다시 막내가 된 게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현장에서 배울 것이 많다는 것도 좋고요. 인생이든 연기든 말이에요.

그래도 긴장은 될 거 같아요.
실은 엄청 긴장돼서 제 촬영이 있기 전에 현장에 가봤어요. 분위기를 미리 익히려고요. 스태프들과 얼굴도 익히고 다른 분들의 연기도 보고 싶었고요. 마침 박성웅 선배가 연기하는 걸 볼 수 있어서 운이 좋았죠.

오랜만에 현장에 가니까 어땠어요?
진심으로 되게 새로웠어요. 사실 매번 새 드라마 현장에 갈 때마다 스태프와 상대 배우들이 바뀌니까 늘 긴장되긴 했는데, 이번엔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생소한 기분이었어요. 괜히 카메라 모니터도 신기하고, 조명이나 현장에 수북이 쌓인 대본만 봐도 설레더라고요. ‘아, 뭔가 새롭다. 신기하다’라는 생각을 자주 한 거 같아요. 낯설면서도 편하달까. 처음 겪는 기분이었어요.

<루갈>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라고 들었는데, 어떤 인물인가요?
제가 맡은 이광철이라는 역할은 경찰대 출신의 수재인데, 굉장히 순수한 인물이에요. 캐릭터 설명에 있는 ‘치명적인 매력’이라는 게 순수함이죠. 경찰대를 나오고 그 안에서 불상사를 겪고 ‘루갈’ 팀에 합류하는 인물인데, 배경만 보면 거친 인물이 되기 좋은 조건이잖아요. 뭔가 아픔도 많이 겪고 특수 임무를 수행함에도 순수해요. 눈치도 좀 없고 어리바리하고. 머리는 좋지만 허당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극 중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묘하게 모든 걸 이해받고, 귀여움을 받는 인물이죠.

‘치명적인 매력’이 카리스마를 말하는 건 줄 알았어요.
사실은 언젠가 정말 남자답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을 맡아보고 싶어요. 무게감 있는 누아르 장르에 자주 나오는 그런 캐릭터 있잖아요. 액션도 잘하고, 눈빛으로 분위기를 제압하는 묵직한 캐릭터요.

예를 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너무 많죠. 영화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 선배가 맡았던 역할 같은. 그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그 안에서 선배님이 맡았던 역할 같은 것을 꼭 해보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루갈>이 누아르 장르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해 들었을 때 ‘아, 이거다’라고 생각했어요. 드디어 제가 해보고 싶었던 남자다운 인물을 연기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오디션에서 역할을 받고 보니 해맑은 캐릭터인 거예요(웃음). 그래서 ‘아직은 더 성숙해져야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죠. 다행히 제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서 금세 맘에 들었어요. 비록 저는 맑지만 이런 누아르물에서 선배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았고요. 설레요, 현장이.

지나온 작품 중에 큰 도전이었던 것이 있다면 뭘까요?
스물다섯에 일일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적이 있는데, 캐릭터와 호흡 모두 낯설었어요. 그전에 세 작품 정도밖에 경험하지 못해서 가장 긴 호흡의 작품을 처음 맡은 거였죠. 게다가 캐릭터의 나이가 서른이었어요. 심지어 맡은 인물이 회사 오너의 손자이자 상무 역할이었죠. 나이도 직업도 제가 간접적으로조차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였어요. 그 환경 자체가 많이 낯설었죠. 대사를 할 때마다 회사 중역의 느낌이나 30대 남자의 묵직함이 느껴지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어떻게 극복했어요?
당시 극 중에서 저의 할아버지 역이 윤주상 선생님이었어요. 매주 대본 리딩을 했는데, 항상 저를 가르쳐주고 도와주셨죠.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제가 불편하지 않게 해주셨어요. 보통 그 정도 선배들이 가르쳐주시면 위축되거나 자괴감이 들 수도 있는데, 선생님은 정말 친절하게 가르쳐주면서도 용기 나게 해주셨죠. 희망도 생기고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연락을 드리고 있어요. 다만 그 일을 계기로 배우로서 연기할 수 있는 연령대의 폭을 늘리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죠. 20대의 청춘물이나 학원물도 찍고, 30대 남자의 누아르물도 해보고 싶고.

누아르에 대한 로망이 확고하네요(웃음).
목표랄까, 야망이랄까. 아무튼 하고 싶어요. 하하.

운동도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냥 꾸준히 하는 거예요. 일주일에 5~6번은 운동하러 가죠. 못해도 4번.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어요.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키는 큰데 너무 마르고 어깨가 좁은 편이었죠. 그래서 큰 키가 장점이 아니라 오히려 단점으로 보였던 거 같아요. 호리호리하면서 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달까. 그래서 어깨가 넓어지면 멋있어 보일 거 같아 운동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혼자 집에서 팔굽혀펴기로 가볍게 시작을 했다가 점점 웨이트 운동을 배우면서 꾸준히 쉬지 않고 했던 거 같아요.

운동 외에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요?
요즘에는 공연을 많이 보러 가요. 연극이나 뮤지컬이오. 최근에 대학로에서 <오펀스>라는 연극을 봤는데 근래에 느낀 감정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에요. 원래 이 작품이 남자 3명의 이야기인데, 배우를 모두 여성으로 바꿔서 여자 배우들이 남자 역할을 하는 형태예요. 여배우가 형, 남동생, 남자 대부 역할을 하는 식인데… 와, 에너지가 너무 강렬했어요. 진짜 자극을 크게 받았죠. 언젠가 꼭 연기해보고 싶다, 연기 정말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이죠.

보컬 트레이닝도 오래 받았으니 뮤지컬에도 관심을 가질 법한데요?
언젠가 뮤지컬도 도전해보면 좋겠지만, 사실 지금의 제가 하고 싶은 연기는 연극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노래와 연기를 같이한다는 것의 매력이 엄청나지만 아직 그 둘을 훌륭하게 무대에서 소화하기까지에는 더 많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는 노래대로 좋아하고, 연기는 연기대로 좋아하기 때문에요. 무대를 해야 한다면 연극에 먼저 도전해보고 싶어요. 노래를 한다면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하게 되지 않을까요?

활동을 폭넓게 하다 보면 예능 등의 방송 활동에도 도전하고 싶을 거 같아요.
사실 예능에 대한 욕심이 크진 않은데, 팀을 이뤄서 하는 예능은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예를 들면 <신서유기>나 <집사부일체>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이오. 그런 채널을 보면서 가장 부럽고 좋았던 부분은 일종의 가족 같은 동료가 생기는 거잖아요. 저렇게 친근하고 스스럼없는 동료가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는 음악 프로그램 MC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어릴 때부터 연습생을 해왔기 때문인지, 관심사가 일치하기도 하고. 예전에 함께 연습했던 친구들을 일터에서 만난다면 굉장히 반갑고 즐거울 거 같아서요.

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 꿈꾸는 그림이 있다면 뭔가요?
먼 미래까지 떠올리면서 생각해보면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때마다 제가 가진 것들에 맞춰서 성장하고 싶어요. 시기마다 제 나이와 성향에 맞는 역할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싶죠. 지금은 스물일곱 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고, 시간이 지나서 마흔이 되었을 때는 누군가의 아빠 역할을 하게 되겠죠. 더 오래 연기를 하게 된다면 손자들을 보는 할아버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그 시기에 맞는 역할을 잘 소화하고 싶어요. 물론 30대에는 묵직한 누아르 작품에서 남성적인 연기도 꼭 해보고 싶고요. 하하.

박선호는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말이 아닌 행보로. 맑은 웃음과 강렬한 눈빛이 수시로 교차하는 얼굴의 어린 배우는 안전보다 모험을 택했고, 그건 용감한 영혼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Credit Info

2019년 12월

2019년 12월(총권 121호)

이달의 목차
WORDS
남미영
FASHION EDITOR
추은실
PHOTO
이영학
HAIR & MAKEUP
이소연
ASSISTANT
박서연
LOCATION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