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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빼고 다 바꿨어요 새 자전거를 탄 빈폴

On December 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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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을 디자인으로
새롭게 변신한 빈폴의 룩. 레트로 감성의
컬러와 워크 웨어 디자인이 눈에 띈다.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을 디자인으로 새롭게 변신한 빈폴의 룩. 레트로 감성의 컬러와 워크 웨어 디자인이 눈에 띈다.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을 디자인으로 새롭게 변신한 빈폴의 룩. 레트로 감성의 컬러와 워크 웨어 디자인이 눈에 띈다.

국내 캐주얼 브랜드를 대표해온 빈폴이 도전을 택했다. 빈폴이라는 이름 두 글자만 빼고 모든 것을 리뉴얼해 재탄생시킨 것. 1989년 3월 11일, 지금은 삼성물산이 된 옛제일모직에서 탄생한 빈폴은 30년 동안 해외 브랜드의 인기를 능가하는 국민 캐주얼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한때 배우 한석규가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고 말하는 광고 카피를 모르는 이가 없었고, 직장인의 옷을 정장에서 비즈니스 캐주얼로 변화시키며 한국인의 직장 문화를 바꾸는 데도 기여했으니까. 이렇게 한국 패션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빈폴이 새 역사를 쓰기 위해 디자이너 정구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글 로고. 한국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해 빈폴 전용 한글 서체를 만들었고, ㅂ과 ㅍ에 빈폴을 상징하는 체크 패턴을 넣었다. 자전거 로고 역시 변했다. 앞바퀴가 큰 페니파딩 스타일의 자전거 모양은 그대로지만 좀 더 간결함을 위해 바큇살을 없앴다. 자전거를 타는 이의 헤어스타일과 체형 또한 요즘 느낌으로 깨알처럼 바뀌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꿈꾸는 빈폴의 변화에 대해 정구호 디렉터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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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폐공장에서 리뉴얼 빈폴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인천의 한 폐공장에서 리뉴얼 빈폴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빈폴 30주년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의 디렉팅을 맡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빈폴과는 12년 전 한 번 프로젝트를 함께한 이후, 두 번째 만남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브랜드 빈폴의 리뉴얼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디렉터로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에요.

‘이름 빼고 다 바꾼다’며 재탄생을 예고했죠. 빈폴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30년 동안 한 브랜드가 꾸준히 역사를 지켜온다는 것은 사실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에요. 그래서 가장 먼저 브랜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방향성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더군요. ‘빈폴이 1989년 3월 11일 한국에서 태어난 브랜드’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쓰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빈폴의 역사와 이야기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다시 써 내려가고자 했습니다. 역사, 장소, 문화와 정서 그리고 글과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담아내고 싶었고,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한글 로고인 ‘빈폴’입니다.

새 빈폴의 키워드를 뽑는다면?
‘한국적인 클래식’, ‘다시 찾은 우리의 헤리티지’입니다.

새로운 빈폴의 모토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였습니다. 정구호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요소는 무엇인가요?
올해 초 유럽을 갔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한글로 된 광고를 봤어요. 굉장히 아름답고 강렬했습니다. 실제로 외국에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고요. 한글 자체가 세계적인 것이라는 의미로 다가왔죠. 한글을 포함해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우리나라의 유산, 역사, 라이프스타일, 공간, 건축, 색 등 다양한 한국적 요소들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동시에 가장 세계적이라 생각합니다.

리뉴얼 행사에서 밴드 까데호의 공연이
펼쳐져 밀레니얼의 호응을 받았다.

리뉴얼 행사에서 밴드 까데호의 공연이 펼쳐져 밀레니얼의 호응을 받았다.

리뉴얼 행사에서 밴드 까데호의 공연이 펼쳐져 밀레니얼의 호응을 받았다.

새로워진 빈폴의 옷을 가장 사랑해줄 이들은 누구일까요?
지금까지 빈폴을 사랑해준 모든 분은 물론이고, 빈폴을 잘 몰랐던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890311’ 라인을 통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890311은 밀레니얼과 Z 세대를 타깃으로 한 글로벌 전용 라인으로, 한국의 오얏(자두의 옛말) 꽃을 상징화해 디자인에 적용했습니다. 가격은 기존 빈폴 라인보다 10~15% 낮췄고요. 공장, 버스, 택시 등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유니폼과 럭비 선수의 운동복에서 영감을 받은 워크 웨어와 스트리트 웨어로 만날 수 있습니다.

한정으로 선보였던 1989 에디션과 890311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1980년대 스타일의 뉴-레트로 콘셉트인가요?
뉴-레트로 콘셉트라기보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위한 시작점으로 한국 그리고 빈폴의 뿌리와 역사를 되돌아보고 탄생시킨 라인들입니다. 주로 해방 후 산업이 발전하고 생활과 문화가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들어온 서양 문물이 한국 정서에 맞게 토착화되며 만들어진 1960~70년대 스타일을 재조명했습니다. 1989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였던 ‘헤리지티 피케’로는 빈폴의 지속 가능성을 대변하기도 했고요. ‘헌 옷 줄게 새 옷 다오’ 캠페인으로 모인 수많은 옛 폴로셔츠를 재해석한 피스들이에요.

지난 10월 14일, 리뉴얼 빈폴의 탄생을 알렸던 행사를 인천의 폐공장에서 진행했죠. 그곳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재조명한 1960~70년대, 그러니까 산업이 발전하던 시기에 굉장히 바쁘게 움직였던 공장들이 지금은 모두 멈춰 있습니다. 가끔 영화 세트장 정도로만 쓰일 뿐이죠. 버려진 공장이 활기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왠지 우리가 살아온 시대상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습니다.

‘헌 옷 줄게 새 옷 다오’, ‘이제 서른 콘서트’, 폐자전거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인 ‘Bike We Like’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였어요. 새로 기획 중인 이벤트도 있나요?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버려진 페트병과 어망 등을 이용한 다운 등 친환경 상품을 출시하거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문구나 필기구·향초 같은 라이프스타일 상품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죠. 또 빈폴이 개발한 빈폴 한글 서체를 무료로 배포하려고 합니다. 지금 마무리 작업 중에 있고 곧 첫 번째 에디션이 공개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Credit Info

2019년 12월

2019년 12월(총권 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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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지원
PHOTO
ⓒBeanp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