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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 같지 않은 요즘 디자이너, 뮌의 한현민

On September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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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낯설게’ 해석한 뮌의 런던 패션위크 데뷔전. 갓을 재해석한 모자가 눈에 띈다.

한복을 ‘낯설게’ 해석한 뮌의 런던 패션위크 데뷔전. 갓을 재해석한 모자가 눈에 띈다.

브랜드 뮌의 디자이너 한현민.

브랜드 뮌의 디자이너 한현민.

브랜드 뮌의 디자이너 한현민.

지난 6월 2020 S/S 런던 패션위크 맨즈 컬렉션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어요.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콘셉트를 한국적인 것으로 잡았어요. 한국의 젊은 남자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게 있을 거라 생각해서요. 한복의 동정과 서양식 라펠을 믹스해 패턴을 만들고, 시스루 오간자나 실크 자카드 같은 우아한 한복 소재에 스포츠웨어의 디테일을 더하거나, 나일론처럼 스포티한 소재로 한복 디자인을 만드는 등 기대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디자인으로 위트를 더하는 방식을 택했죠.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요?
짧게 걸렸어요. 1년에 한 번 서울 패션위크는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들이 디자이너에게 투표를 해 점수를 매기는데, 올해 뮌이 1등을 했어요. 그 자격으로 BFC(British Fashion Council)에 다시 공식 초청돼 런던 패션위크에서 패션쇼를 개최하게 되었고요. 발표가 조금 늦게 나서 쇼까지 3~4주 남짓밖에 없더라고요. 모델 캐스팅도 되어 있지 않고 헤어, 메이크업 시스템도 한국과는 달랐죠. 쇼를 열기 일주일 전 런던에 도착해서 갤러리 한 군데를 빌려 3~4일 동안 모델 캐스팅만 하고 밤새워서 미완성 옷을 만들었어요. 여태껏 해온 컬렉션 중 가장 빨리 작업한 거 같아요. 그렇지만 무척 재밌었어요.

스트리트 무드와 테일러드의 결합이 인상적이었어요.
요즘 런던 패션위크에 핫한 브랜드가 많잖아요. 코트와일러, 에이콜드월, 마틴로즈 등. 테크 웨어나 스포츠웨어 위주의 젊은 브랜드가 강세라 일부러 스포티한 무드를 한국적인 것과 섞으려 했어요. 기존의 뮌에 컨템퍼러리한 무드를 가미해서.

미국 <보그>, 영국 <GQ>, <WWD>, <뉴욕 타임스> 등 저명한 매체 관계자를 비롯해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참석했다고 들었어요. 그들에게서 들은 소감이 있나요?
쇼 끝나고 백스테이지에서 여러 매체와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는데, 일단 런던 패션위크에 없던 무드의 옷이었다는 평이 가장 많았어요. 한국적인 무드와 테일러드의 공존이라고…. 또 피날레에서 모든 모델에게 흰색 슈트케이스를 옷처럼 만들어 입혀 내보냈는데, 이걸 감명 깊게 봤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았고요. 원래 입었던 옷을 한 번 더 보여주거나 전체적인 컬러 팔레트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아까 봤던 옷을 기억하고 상상하라는 의미를 쿨하게 전하고 싶었어요.

런던에서의 패션위크 경험은 어땠나요?
알렉산더 맥퀸과 후세인 샬라얀 등 전위적인 쇼를 하는 영국 디자이너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학생 때부터 동경해오던 무대에 설 수 있게 돼서 긴장도 되고 명예로웠죠. 또 디올 옴므, 꼼데가르송, 루이비통 등을 전담하는 최고의 팀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고요. 런던 패션위크는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캐스팅, 옷 갈아입는 팀, 다림질하는 팀까지 모두 전문화되어 있어요. 서울 패션위크는 헤어, 메이크업이 협찬으로 진행되거나 피팅도 의상학과 학생들이 도와주거든요. 저는 쇼 때 옷 갈아입는 게 걱정돼서 1인 1착장을 고수할 정도인데…. 그래서인지 런던의 세분화된 전문성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해외 프레스의 호평을 받은, 슈트 케이스를 입은 피날레.

해외 프레스의 호평을 받은, 슈트 케이스를 입은 피날레.

해외 프레스의 호평을 받은, 슈트 케이스를 입은 피날레.

2020 S/S MUNN. 한복의 오간자 소재와 테크 웨어를 결합한 독창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2020 S/S MUNN. 한복의 오간자 소재와 테크 웨어를 결합한 독창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2020 S/S MUNN. 한복의 오간자 소재와 테크 웨어를 결합한 독창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자신이 만드는 뮌의 특징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낯설게 하기.’ 러시아 문학 사조 중 하나인데, 이를 패션으로 만든 브랜드가 뮌이에요. 옷의 조각을 패턴이라고 하는데, 그 패턴을 변형해 옷을 만든다든지 봉제 방법과 순서를 다르게 하는 식으로 ‘낯설게 하기’를 표현하는 중이죠.

요즘 남성 패션은 스트리트적 무드가 강한데, 여전히 테일러드를 고집하고 있어요. 이유가 있나요?
파리 패션위크에 진출하고 그곳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를 운영하는 우영미, 정욱준 디자이너를 보며 패션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제대로 만든 옷을 좋은 매장에서 선보이고 좋은 브랜드와 경쟁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아직 공들인 테일러드를 고집하고 있는데, 캐주얼이나 스트리트 브랜드가 강세인 요즘 오히려 유니크한 게 되었더라고요. 테일러드를 베이스로 하는 게 예전에는 당연했는데,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니까. 그래서 계속 테일러드라는 본질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뭔가요?
옷을 만드는 의도와 이유.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을 겸비한 옷은 다른 상업적인 브랜드가 큰 자본을 바탕으로 더 잘 만들기 때문에 제가 굳이 만들 필요가 없어요. 저는 패턴 조합에 공을 들이거나 봉제가 재밌거나 의도와 개념이 재밌게 담긴 옷을 만들면 되죠.

자신만의 작업 방식이 있다면?
등산 로프를 가지고 한국적 매듭을 만들거나, 주사기 호스를 니팅하는 등 다른 데 쓰이는 소재로 남들이 안 하는 작업물을 만들길 좋아해요. 한 번은 우연히 베트남의 가축 사료 포대를 봤는데, 그래픽과 원색이 촌스러우면서도 예쁘길래 수입해서 야상도 만들고 컬렉션도 한 적이 있어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패션 디자인에 어떤 시너지를 주나요?
옷을 만들고 나면 비주얼라이징을 해서 보여줘야 하잖아요, 룩북이든, 쇼든, 협찬을 해서 화보에 실리든. 이때 시각디자인을 배운 게 도움이 돼요. 이건 어떤 모델에게 입혀 어떤 공간에서 찍어야겠다까지 계획을 잡아 옷을 만들거든요. 뮌의 시그너처 중 하나인 원단 셀비지 디테일도 그렇게 탄생됐어요. 보통 울 원산지, 혼용률, 회사 이름 등 정보가 적힌 울 끝부분을 잘라서 버리는데, 타이포그래피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게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처럼 날것 느낌의 장식으로 보이는 거예요. 마치 레터링이나 스트라이프처럼 보이기도 해 뮌의 상징이 됐죠.

새로운 레이블의 론칭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올봄부터 우리나라 국가 번호 82를 뮌의 이름에 섞어서 M082라는 레이블을 만들었어요. 이를 통해서는 전시나 컬래버레이션 등 각 분야 사람들과 유쾌한 작업을 주로 해요. 런던 쇼 이후에는 한국에서 전시 관련 작업을 하고 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글을 주제로 그래픽 디자이너와 설치미술가 등 파트별 작가가 전시를 하는데 거기에 참여하고 있고, 9월에는 아름지기라는 한복재단의 전시에도 참여해요. 저와 정욱준, 유돈초이 등 패션 디자이너가 한복 바지를 현대적으로 푸는 작업이죠. 이 모든 게 M082의 일환이에요. 또 이번 쇼에서 선보인 캐주얼한 이너 웨어나 액세서리는 모두 M082 레이블로 나갔어요.

2019년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모두 이룬 거 같아요?
아직 이룰 목표가 남았어요. 이번 연도를 마지막으로 서울 컬렉션을 멋지게 마무리하는 것. 런던에서의 경험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외 컬렉션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렇다면 한현민의 미래는 어떨 거 같아요?
제 마지막 꿈은 톰 포드 같은 영화감독이에요. 패션계에서 성장하며 제 감도나 역량을 쌓은 다음 꼭 영화를 만들 거예요. 제가 만들고 싶은 건 박찬욱이나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한 것 같은 스타일리시한 영화예요. 의상이 예쁘고 미장센도 예쁜….

Credit Info

2019년 09월

2019년 09월(총권 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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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지원
PHOTO
이대희, ⓒMÜ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