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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는 남자

On September 09, 2019

구자성은 서두르지 않는다. 이제 막 필모그래피를 다지기 시작한 행보에는 서툰 조급함도, 오만한 여유로움도 없다. 자신만의 속도로 배우의 삶을 시작한, 그의 솔직한 일상을 엿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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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퍼드 롱 코트, 네이비 레터링 아노락 톱, 그레이 스트라이프 팬츠 모두 디올 맨(Dior Men).

레오퍼드 롱 코트, 네이비 레터링 아노락 톱, 그레이 스트라이프 팬츠 모두 디올 맨(Dior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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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종 재킷, 네이비 톱, 벨크로 스트랩 팬츠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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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넥 니트 톱, 프라다(Prada).

브이넥 니트 톱, 프라다(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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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 레오퍼드 니트 톱 닐바렛(Neil Barr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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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카디건, 화이트 톱, 조거 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초면에 사랑합니다> 이후 휴식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요즘 뭐 하고 지내요?
운동을 하면서 지냈어요. 요즘 자전거 타는 데 재미를 붙여서 라이딩을 해요. 일반인 동호회에 들어가서 같이 투어도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죠.

라이딩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좀 단순한데, 한마디로 ‘멋있어서’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제가 한강변에서 러닝을 했는데, 그때 라이딩하는 분들이 많이 다녔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되게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아, 나도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죠. 전문적인 라이딩이 해보고 싶어서 아는 사람도 없는 라이딩 동호회를 직접 찾아갔어요. 본격적으로 모임에 참가한 건 두 달 정도밖에 안 됐어요.

동호회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나 봐요.
지금 다니는 동호회는 일주일에 2회 정도 모임이 있는데 여건이 되는 한해서 열심히 참여하고 있죠. 일이나 스케줄로 못 갈 때는 혼자 한강에서 라이딩을 하기도 하고요. 푹 빠져 있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한 취미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열심이네요?
정말 열심히 타고 있어요. 아직 오래 탄 사람들처럼 종주까지는 못했지만, 요즘은 산에 오르는 ‘업힐’(Uphill) 라이딩에 매력을 느껴서 산을 많이 다녀요. 최근에는 남산, 북악산 등에 다녀왔어요. 동호회원들과 얼마 전에는 별마로 천문대 투어도 다녀왔고요.

라이딩의 매력은 뭐예요?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라이딩의 최대 매력 중 하나가 장비‘빨’을 많이 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어떤 자전거를 타느냐에 따라 완전히 차이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 이게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거잖아요. 아무리 좋은 자전거를 타도 결과적으로 그것 때문에 속도의 차이가 아주 많이 나진 않아요. 타는 사람에게 달렸죠. 그게 좋더라고요.

쉬는 동안 다음 작품을 위해 어떤 식으로 충전하는지도 궁금해요.
조금 식상한 답변인데…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봐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제가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생각하고, 정서적인 부분도 조금 채워나가죠.

넷플릭스 같은 채널을 즐겨 보나요?
사실 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 안 해요. 보고 싶은 작품은 그냥 IP TV로 하나씩 찾아서 결제하는 편이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원래 성격이 최신 기기나 디지털 툴 사용에 좀 둔감해요. 굳이 찾아보지 않는 편이랄까. 이유가 있어서 안 쓰는 건 아니고요. 아날로그형 인간에 가까워서 그런 것 같아요.

휴대폰보다는 책을 보는 그런 타입인가요?
하하, 그 정도는 아니고요. 휴대폰은 자주 봐요. 그런 것과는 별개로 새로운 신형 기기가 나오면 막 찾아보거나 써보는 스타일이 아닐 뿐이죠. 요즘 최신 스마트폰은 터치 버튼이 없는 데 전 아직 있는 걸 써요(웃음). 가끔은 진짜 2G 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아날로그 타입이라고 해서 하는 말인데, 혹시 집돌이인가요?
저 완전 집돌이예요, 심하게.

동료 배우들이나 친구들은 안 만나요?
친구는 만나죠(웃음). 모임을 자주 나가는 사람들보다 훨씬 적게 나갈 뿐이에요. 친구나 동료들 모두 시간 맞추기 쉽지 않다 보니 가끔 나가는 거죠. 가끔이지만 꾸준히 만나는 사람들은 <두니아> 촬영 멤버들이에요. 유노윤호 형, 딘딘 형, 오스틴 강 형들. 그리고 전작을 같이했던 형들과도 자주 봐요. 이기우 형, 곽시양 형, 정일우 형이랑도 종종 연락하면서 지내죠.

연기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동료들에게서 자극을 많이 받을 거 같아요.
많이 받죠. 그로 인해 배우기도 하고요. <미스티>를 찍을 때 김남주 선배님에게서 그런 기분을 종종 느꼈어요. <초면에 사랑합니다>에서 김영광 형과 함께 촬영하며 굉장히 실제 상황처럼 몰입되는 기분도 많이 느꼈고요. 그런 파트너들과의 신이 끝나고 나면 속으로 ‘와…’ 하고 감탄하며 나도 다음에 ‘저런 상황일 때 이렇게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젠 연기에 좀 익숙해지지 않았어요?
아직은 어려운 거 같아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하루 종일 그 신에 대해 생각해요. 계속 그 상황에 들어가려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거든요.

<초면에 사랑합니다>가 첫 주연이에요. 연기를 대하는 데 있어서 변화가 있었나요?
마음가짐이 바뀌었죠.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책임감이 커진 거 같아요. <초면에 사랑합니다>를 하면서 주연이라는 롤의 책임감과 역할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김영광 형이나 진기주 선배는 저보다 훨씬 먼저 주역으로 활동해온 분들이라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비교적 또래 배우들이지만 배울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영광은 모델 출신 선배이기도 한데, 도움을 많이 주던가요?
저 역시 모델로 시작해서 배우로 전향한 경로를 똑같이 밟은 후배라서 그런지, 현장에서 많이 챙겨줬어요. 사소한 것까지도. 기운내서 연기할 수 있게 심적으로 도움 준 점들이 가장 컸어요.

예를 들면 어떤 점들이에요?
형의 촬영 분량이 저보다 훨씬 많아서 많이 피곤할 텐데, 항상 먼저 다가와서 맞춰보자고 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아무래도 제가 다가가서 부탁하기 힘든 부분인데 그런 걸 먼저 배려해서 챙겨줬죠. 굉장히 티 나지 않게 편하게 다가오는 스타일이에요. 보이지 않는 배려랄까.

배우로 전향한 계기가 ‘말을 할 수 있어서’라고 답한 걸 봤어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었나요?
말 자체를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배우는 모델과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분야니까 관심이 갔어요. 제 경우에는 어떤 상황에 들어가 대사를 하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였거든요. 그 속에서 혼자가 아닌 다른 배우들과 어우러진다는 점도 그렇고요.

하고 싶은 배역이 많을 거 같은데, 언젠가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아직은 경험치가 낮아서 어떤 역할이든 많이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제게 정말 맞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니까요. 나한테 맞는 옷을 찾으려는 과정이랄까요. 옷도 많이 입다 보면 내게 맞는 스타일, 컬러, 나아가서는 브랜드까지 생기잖아요. 지금의 저는 아직 그런 옷들을 많이 입어봐야 하는 상황인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나 장르가 있어요?
어릴 때는 액션이나 누아르 같은 것을 좋아했어요. 요즘은 더 드라마적인 영화를 즐겨 보게 되더라고요. 최근에 <더 헌트>라는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몇 번 봤을 정도죠. 매즈 미켈슨이 주연인데 그의 연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그를 롤 모델로 꼽은 것을 봤어요. 또 좋아하는 배우가 있나요?
네. 매즈 미켈슨과 비고 모텐슨을 되게 좋아해요. 비고 모텐슨은 예전에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이라는 멋있는 남자 역할로 나왔었잖아요. 그런 모습에 한정되지 않고, 이후에 여러 작품을 하면서 변화하는 것을 보며 반했죠. 가령 <이스턴 프라미스>나 <그린 북> 같은 영화에서 완전히 새로운 역할들을 완벽하게 소화하더라고요. 매즈 미켈슨은 꾸준히 좋아해왔고요. 그 두 배우의 특징이 선과 악을 모두 소화할 수 있으면서도 남성적이라는 점이에요. 그런 부분들이 좋기도 하고, 닮고 싶기도 해요.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잘생긴 모델 출신 배우라서 겪는 고충도 있나요?
잘생겼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어요. 장점이 있다면 키가 크다 보니 시선이 많이 간다? 단점이 있다면… 그것도 시선이 많이 간다? 하하하.

연기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가 있잖아요.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뭐예요?
이렇게 인터뷰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장점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요. 만들어야죠. 데뷔 후 매번 운이 좋게도 워낙 연기력이 뛰어난 선배들과 작업했기 때문에 저 스스로는 아직 부족한 것밖에 느끼질 못했어요. 그래도 선배들의 장점을 직접 보고 배워갈 수 있다니 너무 감사하죠.

동료 배우 말고, 언젠가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나요?
좋은 감독님은 너무 많지만, 저를 데뷔시켜준 오환민 감독님과 다시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당시에는 첫 작품이라 많이 챙겨주시기도 하고, 연기적으로 꾸중도 하시곤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이 많이 쌓였어요. 그래서 다시 작품에서 만나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연락도 하고 지내나요?
명절에만 연락해요. 명절마다 한 번씩(웃음).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인데,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뭘까요?
항상 조금씩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제가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그 역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주고, 저에 대해 누군가 궁금해하면 좋겠어요. 주어진 역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거창한 것보다 역할 속에서 튀지 않고 잘 녹아드는 배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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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퍼드 베스트, 블루 셔츠, 블랙 팬츠 모두 닐바렛(Neil Barrett). 레더 슈즈 벨루티(Berluti).

구자성은 서두르지 않는다. 이제 막 필모그래피를 다지기 시작한 행보에는 서툰 조급함도, 오만한 여유로움도 없다. 자신만의 속도로 배우의 삶을 시작한, 그의 솔직한 일상을 엿들었다.

Credit Info

2019년 09월

2019년 09월(총권 118호)

이달의 목차
EDITOR
남미영
PHOTOGRAPHY
김혜수
HAIR & MAKE-UP
구현미
STYLIST
문진호
ASSISTANT
박서연

2019년 09월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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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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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R & MAKE-UP
구현미
STYLIST
문진호
ASSISTANT
박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