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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LESS BEAUTY

On September 04, 2019

시간이 멈춘 듯한 외모와 귀여운 목소리는 장나라를 상징하는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오랜 시간 다듬어온 내밀한 고민과 섬세한 감정선 같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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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미우미우(Miu Miu). 왼손의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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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레하(Leha). 스커트 로맨시크(Romanchic).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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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폴로 랄프로렌(Polo Ralph Lauren). 이어링 체인지오브하트 (Change of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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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스커트 모두 부리(Bourie). 터틀넥 막스마라(Max Mara). 슈즈 레이첼 콕스(Rachel Cox). 이어링 고이우(Goiu).

연기는 할수록 더 어려워요.
어린 시절에는 역할에 도전하는 게 겁나지 않았어요.
지금은 연기를 더 알게 되니 한 작품씩 할 때마다 더 긴장돼요.
아니까 욕심이 생기는 것일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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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팬츠 모두 멀버리(Mul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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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터틀넥, 스커트, 이어링, 벨트 모두 디올(Dior).

드라마 <VIP> 촬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장 분위기는 어때요?
정말 좋아요. 지금까지 연기 생활을 하면서 이 정도로 편하고 즐겁게 촬영해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이오. 감독님이 배우와 스태프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플랜을 짜둬서 더위 때문에 고생하지도 않았어요.

현장이 즐거워 보이는데, 드라마 내용은 어때요?
<VIP>는 백화점 VIP 전담팀인 네 여자의 이야기예요. 소위 상류층이라고 부르는 백화점 VIP를 상대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직장 여성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각각 다루고 있죠. 제가 맡은 나정선은 배우 이상윤과 부부로 나와요. 이들의 부부 생활은 흔들리고, 동료들도 각자의 문제가 있어요. 일상적인 듯하지만 드라마 속 이야기가 풍부하고 긴장감이 있죠.

전작 <황후의 품격>에 비해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 연기하기에 더 편하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더 어려워요. <황후의 품격>은 가상의 이야기인 데다 극단적인 상황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촬영 때 굉장히 많이 먹었죠. 덕분에 그 무렵엔 살도 많이 쪘어요. <VIP>는 달라요. 보통의 사람이 일상에서 겪는 보편적인 감정도 당연히 표현되지만, 그 이상의 감정으로 넘어가는 상황들이 있어요. 그 단계에서 막히더라고요. 결혼을 해보지 않은 제가 부부 관계의 갈등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왜 굳이 이런 일로 갈등하고, 왜 이렇게까지 감정이 나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약 20년을 연기했는데도 아직 어려운 게 있어요?
그럼요. 할수록 더 어려워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재미 삼아서 역할에 도전하는 게 겁나지 않았어요. 지금은 연기를 더 알게 되니 한 작품씩 할 때마다 더 긴장돼요. 사실 첫 방송 전에는 너무 긴장해서 잠도 잘 못 자요. 방송하는 날 촬영이 있으면 너무 긴장한 탓에 연기가 풀리지 않고요.

첫 방송 말고, 첫 촬영 현장에서도 긴장하는 편인가요?
사실 낯을 많이 가려요. 어렸을 땐 더 심했는데, 지금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가리는 편인 거 같아요. 항상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전 첫 대본 리딩 전날이면 잠을 잘 못 자요. 첫 리딩에서 제 대사를 뱉고 나야 긴장이 풀리죠. 대본 리딩은 연습이긴 하지만, 마치 ‘제가 이 역할을 이렇게 풀어나갈 계획입니다’라고 브리핑하는 자리이기도 하거든요. 고민하고 설정했는데 설득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안고 가죠. 그래서 그렇게 리딩할 때도 너무 어렵고, 매 촬영 첫날도 0에서 시작하는 느낌인데, 이젠 그런 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작품 고르는 기준도 궁금해요.
일단 그 작품이 전체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뭔지를 봐요. 그다음 제가 그 역할 안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죠. <VIP>는 <황후의 품격> 촬영 당시 만난 감독님의 데뷔작이에요. 전작에서 B팀에 있던 감독님이 같이하겠느냐고 제안했을 때 연기자로서의 제 경험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대본도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아까 최근에 스트레스가 많아졌다고 했잖아요.
현장이 아무리 즐거워도 배우는 배역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전 제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하지만 때로 삼자가 되어 그 인물을 바라보면서도 감정을 많이 몰입하거든요. 캐릭터가 힘든 상황에 처하면 얘가 잘못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 힘들 때가 있죠. 사실 이틀 전에도 감독님이 제게 감정적으로 힘든 역을 맡겨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전 오히려 제가 그런 것들 때문에 연기를 잘 풀어내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했는데 말이죠. 서로 그렇게 보듬어가면서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동료 연기자나 후배들에게 인기 있는 배우로 알려졌어요. 비결이 있나요?
제가 낯을 가리다 보니 먼저 말 걸어주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편이거든요. 어렸을 때 자주 혼난 이유 중 하나가 친해지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애교를 부린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문자 그대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아요. 그래서 가까워지면 저를 많이 챙겨주는 것 같아요.

촬영이 없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내요?
전 집 밖에 잘 안 나가요. 특히 일산에 살고 있어서 서울은 더 안 오게 되는 거 같아요. 가끔 여유가 생기면 가족들과 국내 여행을 다녀오기도 해요.

여행 좋아해요?
그럼요. 그런데 비행기 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가족들과 국내 여행 위주로 많이 다녀요. 제주도와 부산은 자주 가고 최근에는 군산과 울산도 다녀왔어요.

여행 멤버는 누구예요?
예전에는 친구들과 자주 갔는데, 요즘은 가족과 가요. 가족 모두가 개성이 강해서 너무 웃기거든요. 지루할 틈이 없어요. 엄마, 아빠, 저, 오빠 모두 각자의 이야기만 해요. 몇 시간이고 자기 이야기만 하느라 쉬지 않고 싸워요. 그게 너무 웃겨서 시간 가는 줄을 몰라요.

평소에 주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요?
절친 동갑내기 친구 4인방이 있어요. 모두 일반인인데, 그 앞에서는 착한 척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말이든 편하게 다 할 수 있어요. 얼마나 든든하고 힘이 되는지 몰라요. 오랜 시간 보아왔기 때문에 믿을 수 있죠.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맞아요. 사실 집 밖에 잘 나가지 않기도 하고 친한 친구들만 자주 보는 편이에요. 편한 걸 좋아해서 데뷔 시절에 샀던 옷을 지금도 입어요. 거추장스러운 것을 싫어해서요. 블랙을 좋아해서 블랙 옷이 너무 많고요.

어릴 때에 비해서 취향이 바뀌는 사람도 있어요.
음… 쇼핑은 잘 모르겠고, 음식 취향은 바뀌었어요. 어렸을 때는 단걸 정말 많이 먹었는데 요즘은 덜 먹어요. 예전에는 콜라를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마시느라 콜라 전용의 작은 냉장고를 산 적도 있어요. 또 운동을 조금 더 하게 됐죠. 예전엔 걷는 걸 싫어했는데, 지금은 산책을 즐겨요. 특히 시골길이오. 빌딩 보이는 곳 말고 나무를 보면서 걷는 걸 좋아해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대화하기도 좋고.

그러고 보니 왜 요즘은 노래를 하지 않아요?
사실 제가 애당초 가창력이 있는 가수는 아니었어요. 지금도 노래하는 건 좋아해요. 레슨도 받고요. 가수를 다시 하려고 배우는 게 아니라, 잘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어서요. 가수를 다시 하게 된다면 저 스스로 노래하는 게 편해지고 즐거워졌을 때 할 거예요. 지금은 생각 없어요.

연기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려요.
그럴 생각이에요. 노래를 편하게, 잘하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연기가 있나요?
남성 역할이오.

남장을 말하는 건가요?
정확히 말하면 아니요. 물론 남성인 척하는 역할도 나쁘지 않지만, 제가 말하는 건 여성 국극이에요. 명절에 가끔 TV에서 볼 수 있는데, 모든 배역을 다 여성이 하죠. 그들이 남자도 하고 여자 역할도 해요. 어릴 때 종종 TV를 통해 여성 국극을 보면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뭐라고 해야 할까? 여성 국극에서처럼 남성 역할을 해보는 게 배우로서 마지막 단계에 도전해보고 싶은 꿈이에요. 굉장히 어려울 거 같지만 큰 이상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되게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성별을 바꿔 연기를 해본다는 거.

하게 된다면 또 배역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요?
맞아요. 분명히 스트레스 받겠죠(웃음).

그럼에도 오랜 시간 연기를 쉬지 않고 했어요. 비결이 있을까요?
전 사실 배우로서 그리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이 아니에요. 전형적인 미인도 아니고, 몸매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요. 목소리가 엄청난 것도 아니죠. 그래도 꾸준히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동의할 수가 없네요. 자타 공인하는 동안 미녀인데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정말 나이는 확실히 착실하게 먹고 있어요(웃음). 다만 좀 재미있고 동글동글한 외모라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사실 오밀조밀한 얼굴은 가족력이에요. 윗대부터 다 그렇거든요. 하하.

귀여운 외모가 연기하는 데 걸림돌이 된 적은 없나요?
솔직하게 말하면, 그냥 개인으로 일상을 사는 데 있어서는 어떤 이유에서건 제 외모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어요(웃음). 배우로서는 모자란 점도 많아요. 그런데 그런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죠.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제 몫인 거 같아요.

최근에는 상대역이 연하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네. 하지만 연기를 맞추는 데 있어서 큰 차이는 없어요. 어떤 성향의 배우인지, 나랑 맞는지가 중요하지 나이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장나라와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배우라면 서로 연기를 핑퐁처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오. 저에게 계속 연기를 던져주고 반응해주는 사람. 다행히 지금까지 만난 배우들은 대부분 그랬어요. 성의 있게 연기해줬죠. 인간적인 관계라면 저에게 시간을 주는 사람이오. 저는 막 판을 깔고 밀어붙이면 얼음이 되는 편이라,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친해지기 쉬운 거 같아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봐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 적이 있어요?
그런 건 없어요. 그저 연기하는 저를 보며 즐길 수 있다면 좋겠어요. 같이 즐거워하고, 같이 슬퍼하고 그런 거요. 그러라고 있는 직업이니까요.

시간이 멈춘 듯한 외모와 귀여운 목소리는 장나라를 상징하는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오랜 시간 다듬어온 내밀한 고민과 섬세한 감정선 같은 것들 말이다.

Credit Info

2019년 09월

2019년 09월(총권 118호)

이달의 목차
EDITOR
남미영
PHOTO
김혜수
HAIR
이주희 by 정샘물
MAKEUP
황지혜 by 정샘물
STYLIST
박선용
ASSISTANT
박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