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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EEL YOU

On August 01, 2019

긴 밤이 지나면 또 다른 빛이 찾아오듯 이제 막 시작된 김필의 두 번째 장 역시 환한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마치 그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라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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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에트로(Etro).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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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브리스 지플리시(Zplish). 바지에 건 반다나 드레익스(Drakes). 데님 팬츠, 워치 모두 본인 소장품. 네크리스, 반지, 부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간관계에서 오는 결핍이나 슬픈 감정, 혹은 되고 싶은 어떤 모습에 가까워지는 과정들.
또는 담백하게 풀어낸 사랑 이야기처럼 특별한 소재가 아닌 평범하면서도 소소한 이야기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곡들을 들려드리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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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데님 셔츠 모두 폴로 랄프로렌(Polo Ralph Lauren). 데님 쇼츠 캘린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레이스업 슈즈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네크리스, 팔찌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랜만이에요. 군 제대 후 어떻게 지냈어요?
제대한 지 이제 4개월 됐는데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살면서 이렇게 바쁘게 보낸 건 처음일 정도로요. 얼마 전에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했어요. 사실 군 복무 전에 제안이 있었는데, 이미 입대 날짜가 나와 못했던 아쉬운 무대였거든요. 오랜만의 활동인 데다 길게 라이브할 수 있는 무대여서 개인적으로도 참 좋았어요.


말한 것처럼 제대 후 첫 공식 무대였잖아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2년간 공백이 있었고 일반적으로 저를 아는 분들은 차분한 노래만 부르는, 발라드 가수라는 인식이 강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김필이라는 가수가 실은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리드미컬하고 웅장한 무대를 선보여야겠다고 계획했죠. 다행히 반응이 좋아 저 역시 재미있었어요.


그전에는 <비긴어게인 3> 촬영차 이탈리아에 다녀왔어요.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뭐였나요?
<비긴어게인>은 보통의 뮤지션들이 원하는 프로그램 이라고 생각해요. 라이브를 하는 뮤지션들에게는 이상적인 프로그램이라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런데 막상 제안이 들어오니 조금은 꿈같으면서도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서글서글한 편이 아니라서 함께 어울려 지내는 데 괜찮을지,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던 것 같아요.


막상 가 보니 어떻던가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고 선배님이지만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는 데다 저 빼곤 이미 한 번 합을 맞춘 멤버들이라 제가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너무 좋은 분들이고 참 편하게 대해주더라고요. 패밀리 밴드라는 이름처럼 서로 똘똘 뭉치면서 가족애도 생겼어요. 좋은 풍경 안에서 좋은 바이브를 함께하니까 참 행복했죠. 이탈리아에 사는 분들도 호의적이면서 반응이 뜨거웠고요.


유독 잘 맞는 멤버가 있다면 누구예요?
한 분만 꼽기는 어렵지만 두루두루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각자 파트가 정해져서 맡은 바 정말 열심히 했어요.


김필은 거기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어요?
저는 약간 둘째나 셋째 아들 같은 중간 역할이랄까(웃음)? 정리를 도우면서 보이지 않게 빠진 부분을 챙기는, 그런 중요한 역할이었죠.


거의 열흘간 함께 생활하면서 재미있는 추억도 많이 쌓였을 것 같아요. 지금 딱 기억나는 게 있다면 뭐예요?
어느 날 헨리가 갑자기 제 휴대폰을 가져가서 셀카를 찍더니 배경화면으로 저장해놓더라고요. 전에 경험하지 못한 특이한 캐릭터였어요(웃음). ‘얘 뭐지?’ 싶어서 이거 뭐냐고 물었더니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언제 바꿔야 하냐고 다시 물으니 “형, 한국 가서 이틀만 더 있다가 바꿔요”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대로 유지했어요?
다행히 그 뒤로 저희 팀이 도시를 옮기고 단체 사진을 찍었어요. 그때 사진 컨펌 받고 단체 사진으로 바꿨죠.


지난 시즌을 생각해보면 <비긴어게인>에 나오는 노래는 모두 화제가 되었어요. 그만큼 고심했을 것 같은데 어떤 노래들을 준비했나요?
저다운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와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과장되거나 못하는 것을 연습해서 가기보다는 내가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그리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음악과 잘 매칭되는 곡들을 준비했죠.


이를 테면 어떤 곡들인가요?
커버는 몇 곡 안 불렀어요. 오히려 거의 8 : 2 비율로 제 노래를 더 많이 부른 것 같아요. 나중에야 알게 된 건데 박정현 누나가 제작진에 따로 요청을 했대요. 대중들에게 김필이라는 가수는 커버 곡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니 본인의 노래를 많이 부르는 게 좋지 않겠냐고. 덕분에 제 노래를 많이 선보이고 올 수 있었죠.


그 결과물인 <비긴어게인 3>가 7월 19일 방영을 앞두고 있어요. 시청자들이 무엇을 염두에 두고 보면 좋을까요?
요즘엔 경쟁하는 음악 프로그램들이 많잖아요. 반면에 저희는 낯선 이국에 가서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루는 모습을 담았어요. 물론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같이할 때 더 멋있는 게 바로 음악이잖아요.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모습이 많다는 것, 그게 <비긴어게인 3>의 관전 포인트인 것 같아요. 처음엔 서먹했던 관계가 점점 돈독하게 변하는 모습도요.


잠깐 이야기가 나왔지만 군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어떤 시간이었나요?
개인적으론 인생 공부를 많이 한 시간이었어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걸 많이 공부했던 것 같아요. 왜 20대에는 시기 어린 마음에 ‘난 특별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으로 살 수도 있잖아요. 그런 생각들이 결국엔 다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죠. 살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을 배우고 깨달은 시간이었어요.


보통 가을에 어울리는 목소리라는 평이 많아요. 스타일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나요?
정형화된 것들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요. 오히려 저답게 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팬들이 원하는 것을 잘 섞으면서 조금 더 제 속에 있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려고요.


제대 후 가진 팬미팅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의외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거든요.
저는 제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무장해제 하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특정 바운더리 안에서는 많이 오픈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솔직히 딱딱한 편이죠. 어떻게 보면 사회성이 결여된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 마음에 어떤 감동을 주는 사람들에게만은 제 본모습을 모두 보여주려고 애써요.


그럼 어디까지 오픈 가능해요?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눈물 흘리는 것을 봤으면 다 본 거예요. 하하. 조금 상반되는 여러 모습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여린 면도 있고 굉장히 터프하고 차가운 모습도 있고요. 다만 눈에 띄게 챙기는 타입은 아니에요. 할머니 손에 자라서 그런지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낯설고 어려워요. 경상도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가(웃음)? 30대 중반이 되었어도 인간관계 면에서 표현하는 게 좀 서투네요.


팬 사랑이 지극한 걸로 유명한데요. 팬도 그 바운더리에 포함되나요?
네. 팬들이 있어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요. 지난 2년간 많이 느꼈어요. 제가 팬들에게 사적으로 무언가를 해주거나 도움을 준 적이 없음에도 변함없이 응원해준 덕분에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표현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고맙다는 말은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김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냥 거짓 없이, 진솔하게 음악 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취미가 운동과 음악이라고 답했던데, 정말인가요?
진짜 뻔해요(웃음). 하나 더 추가하자면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요. 여가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영화를 볼 정도로요.


혹시 새롭게 도전하고 싶거나 꽂힌 것은 없어요?
최근은 아니지만 요즘 서핑에 빠졌어요. 설 수 있는 정도인데 실력을 더 키우려면 해외로 원정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웃음). 국내에선 길게 라이딩할 수 있는 파도가 없어 그냥 섰다 하면 바로 질질 끌려나오며 끝나거든요. 당분간은 여유 없지만 시간만 생기면 가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살짝 공개한다면?
다음 앨범은 정규였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제가 해온 것들을 모니터링해보니 모든 곡이 다 공중 분해되는 느낌이더라고요. 이야기도 제각각이고 여유 있게 준비해서 낸 적도 없고요.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로 가득 담긴 앨범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팬들도 기다리고 있고요. 그런 이야기들로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그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요즘 사회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 사는 이야기를 많이 써놨어요. 인간관계에서 오는 결핍이나 슬픈 감정, 혹은 되고 싶은 어떤 모습에 가까워지는 과정들. 또는 담백하게 풀어낸 사랑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죠. 특별한 소재가 아닌 평범하면서도 소소한 이야기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곡들이었으면 해요. 언제부터인가 저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분들이 제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그들을 위해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고, 제 나이에 맞는 공감이 답임을 깨달았어요.
저 같은 사람이 이야기하면 가장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만들고 있죠.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어제 새벽에 인스타 라이브를 잠깐 했는데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유명 작곡가에게 곡을 받을 생각도 있느냐고. 그에 대한 답을 여기서 하자면, 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히트를 목적으로 작업을 하는 건 개인적으로 별로예요. ‘타협한다는 현실을 느낄 때 내가 제일 무너지는 순간이다.’ 얼마 전에 메모장에 적어둔 문구인데요. 타협하는 순간 자존감이 떨어지고 제 스스로 무기력해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왜 업으로 선택했는가에 대한 답도 할 수 없을 테죠. 다른 건 몰라도 음악은 그렇게 하기 싫어요. 음악만큼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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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피케 셔츠 프레드페리(Fred Perry). 팬츠 아바몰리(Avamolli). 팔찌, 반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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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팬츠, 반지 모두 프라다(Prada). 샌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계 본인 소장품.

긴 밤이 지나면 또 다른 빛이 찾아오듯 이제 막 시작된 김필의 두 번째 장 역시 환한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마치 그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라도 하는 것처럼.

Credit Info

2019년 08월

2019년 08월(총권 117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PHOTO
김혜수
HAIR
이일중
MAKEUP
안성희
STYLIST
박태일
ASSISTANT
박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