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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그 이후

On May 31, 2019

지난 4월 15일,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이 센 강변에 서서 화재로 불타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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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이 센 강변에 서서 화재로 불타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4월 15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프랑스인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실시간으로 중계된 화재를 보면서 전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기부금이 모였고, 프랑스 정부는 바로 재건에 나섰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된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건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사실 이런 화재 사고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1994년에는 렌의 브르타뉴 의회가, 2003년에는 뫼르트에모젤의 뤼네빌 성이 불타는 사고가 일어났다. 1999년에는 태풍으로 인해 베르사유 정원의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일련의 사건들은 문화재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국민들에게도 가슴 아픈 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지난 4월에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사건보다도 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파리과학인문대학(PSL)의 사회과학고등연구소(EPHE) 소속 연구원이자 종교역사학 전문가인 발랑틴 쥐베르(Valentine Zuber)는 노트르담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다수의 프랑스인에게 노트르담 대성당은 종교 이상의 의미가 있는 신성한 상징과도 같아요. 이곳은 분명 종교 예식을 위한 장소이긴 하지만 프랑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인 동시에 오랜 세월에 걸쳐 공유해온 프랑스의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와도 같죠. 프랑스가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현대적인 국가의 모습을 갖추기도 훨씬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존재니까요.”

이처럼 노트르담이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존재로 여겨져왔던 만큼 화염에 휩싸인 대성당의 모습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프랑스 문화재 중에서도 성당과 성들은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으로 꼽혀요. 그만큼 프랑스 국민들에게 있어서 노트르담 대성당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 전체가 하나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안심하게 만드는 존재였던 셈이죠. 비록 그 정체성이라는 것이 다소 환상에 가까운 것일지라도 말이에요.” 800년 동안 이어져온 노트르담 대성당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이곳을 그저 종교적인 건축물로 한정 지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노트르담의 역할은 계속해서 변화해왔어요. 프랑스 혁명 당시에 ‘이성의 신전’(Temple of Reason)이 되기도 했던 것처럼 노트르담은 파리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모두가 공유하는 일종의 ‘집’과도 같은 역할을 해왔던 거죠.” 이런 이유 때문일까. 화재 직후부터 지금까지 노트르담 재건을 위한 전대미문의 기부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문화재 재단에 모인 재건 기부금은 화재 발생 24시간 만에 이미 600만 유로(약 79억원)를 넘어섰고, 각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의 기금 조성도 빠르게 확대 되었다. 그 결과 기업 및 개인 후원자들의 재건 기부금 총액이 이틀 만에 10억 유로를 기록했다(브르타뉴 의회 화재 당시에 모인 기부액은 600만 유로 수준이었다).

파리 에스트 마른 라발레대학의 소피 리외니에(Sophie Rieunier) 교수는 기부를 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에는 여러 요인이 존재하는데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대부분의 요인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고 분석한다. “이번에 많은 사람의 주머니를 열게 한 대표적인 요인은 각종 매체를 통해 불길에 휩싸인 노트르담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며 충격을 안겨주었다는 점이에요. 노트르담이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무고한 희생양’의 이미지로 비쳤다는 점도 들 수 있겠죠. 게다가 이른바 ‘생산성’이 가장 높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정서를 건드린 것도 하나의 이유고요. 많은 중장년층이 하루빨리 노트르담이 재건되어 훗날 자손들과 함께 이곳을 찾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를 결정한 것이죠.”

프랑스의 파란만장했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한 나라의 역사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각 개인의 역사에도 그 흔적을 남겨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소피 리외니에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은 노트르담 대성당과 얽힌 각자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어요. 누구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더더욱 그렇죠. 만약 노트르담이 아닌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지금과 같은 기부 행렬이 이어졌을까요? 오페라 극장은 입장료를 내야 방문할 수 있는 곳인 데다 ‘엘리트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과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발랑틴 쥐베르 역시 비슷한 의견을 덧붙였다. “많은 사람이 국가 간 교류의 확대로 점차 가속화되는 세계화 추세에 대해, 그리고 지나친 사회적 혼합에 대해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세계화나 사회적 혼합을 분열과 갈등의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번 노트르담 화재를 계기로 전 국민이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은 결국 모든 이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공생 사회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된 것이라 봐도 될 듯합니다.” 이토록 열정적인 믿음이 있기에 노트르담 대성당은 재건 과정을 거쳐 앞으로도 프랑스 국민들과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다.

지난 4월 15일,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이 센 강변에 서서 화재로 불타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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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2019년 06월(총권 116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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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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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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