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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옥의 두 번째 공간, 듀펠센터

On May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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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안태옥. 올리브 드랩 서비스의 아노락 점퍼와 1960년대 군복 바지를 매치한 모습이다.

듀펠센터의 전경.

듀펠센터의 전경.

듀펠센터의 전경.

듀펠센터 Duffel Centre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390-3(월요일 휴무)
SNS @duffel_centre
입점 브랜드 씸비트윈, 제이빈야, 프라이탁, 에이카화이트, USDC, 코이노니아, 모노클, 필레다보르, 바시몽트, 스즈란, 네버그린스토어, 일식당 엔토츠야와 콘반, 북 스토어 산책, 카페 파운틴


디자이너 안태옥은 지난해 경리단길에 있는 숍 네버그린스토어의 문을 닫고, 올봄 장안동의 오래된 목욕탕 건물을 개조해 자신의 두 번째 공간을 열었다.
이름은 듀펠센터. 흔한 홍보 자료도, 론칭 파티도 없이 조용히 문을 열었으나 벌써 ‘장안동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평일 낮 시간에도 그곳은 안태옥의 옷과 취향을 보러 온 이들로 북적였다.


듀펠센터는 어떤 공간인가요?
초미니 쇼핑센터입니다. 기존 네버그린스토어 고객과 동네 주민, 예상 밖으로 ‘핫플’이라는 소문이 돌아 사진 찍으러 오는 분들이 많아요. 1층 콘반이라는 식당 음식이 맛있어서 많이들 오기도 하고요. 네버그린스토어 이전을 위해 우연히 이 공간을 봤는데, 혼자 쓰기엔 크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같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브랜드와 카페, 식당, 서점을 불러 모았어요. 이왕이면 고객들이 온 김에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취향을 담은 공간이에요. 복합문화공간은 아니에요. 문화 공간이라고 하면 더 거대해야 하는데 그런 크기는 아닌 데다가 문화라는 말이 너무 거창해서…. 여기는 그냥 쇼핑센터일 뿐이에요.


오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왜 장안동인지.
의도적으로 선택한 건 아니에요. 우연히 여기 와서 이 건물을 봤는데, 굴뚝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옛날 목욕탕 특유의 느낌이 좋더라고요.


듀펠센터 내에 입점한 브랜드는 어떻게 선정했나요?
일단 제가 퀄리티를 인정하는 브랜드여야 하고, 독립적으로 자기 색과 영역을 구축하고 있어야 하며, 네버그린스토어 고객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여기 있는 브랜드 모두 용기 있거나 때로 무모하고, 경제 논리에 집착하지 않기에 강남이 아닌 이곳 장안동까지 온 게 아닐까요?


듀펠센터를 만들면서 건축에도 발을 담그고, 현장 소장 역할까지 했다고 들었어요.
여러 건축 설계자에게 디자인을 받았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요새 많이 유행하는 스타일이라 10년, 20년 길게 봤을 때 촌스러울 거 같고 제 색깔이 안 들어간 거 같아서요. 차라리 제가 전체적인 틀을 짜고 좋아하는 요소를 곳곳에 넣어야겠는 마음으로 이를 구현해줄 시공 업체를 구했죠. 실제로 제가 매일 와서 이쪽은 몇 cm 넣고 손잡이는 이걸 넣고 조명은 여기서 몇 cm에 달라는 식으로 하나하나 완성했어요.


아직은 안태옥의 브랜드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를 한다면?
제가 브랜드 론칭할 당시만 해도 국내 브랜드는 품질보다 드러나는 스타일에 더 치중하는 편이었는데, 결국 오래가지 않았죠. 제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원단과 자재를 사용해 ‘재료가 좋은 제품’을 만든 게 스펙테이터예요. 남성들에게 옷을 골라 입는 재미와 퀄리티에 대한 인지를 선사하기 위해 옷을 만들죠. 앞으로는 이를 베이스로 제가 하고자 했던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을 전개해볼 계획이에요. 공개되지 않은 다른 챕터에서요(안태옥의 브랜드는 총 6개 ‘챕터’로 구성됐는데, 그중 첫 번째가 스펙테이터고, 맨 마지막은 홈그로운서플라이다. 중간에 존재하는 챕터 중 일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된 챕터 외에 나머지도 다 콘셉트는 정해져 있어요. 다만 시기가 유동적이죠. 두 번째 챕터를 이번 F/W에 정식으로 론칭할 예정이에요.


두 번째 챕터의 콘셉트는 좋아하던 디자이너에 대한 오마주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후세인 샬라얀·알렉산더 맥퀸·헬무트 랭·라프 시몬스·마틴 마르지엘라 등을 좋아하고 영향을 받았는데, 그런 풍의 옷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특정 스타일을 오마주한다는 건 카피밖에 되지 않으니, 그런 방식은 아니고요.


스펙테이터는 10년을 기점으로 일단락되었다고 들었어요.
스펙테이터는 99개의 디자인을 만드는 게 초기 목표여서 얼마 전 일단락된 게 맞아요. 이 99개 디자인을 바탕으로 다른 챕터에서 변형을 해가는 게 다음 목표라 기본형 모델을 만들어놓은 거예요. 브랜드는 고유의 스타일을 계속 지켜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 틀을 정해놓은 것뿐이에요.


안태옥의 취향이 궁금해요. 좋아하는 공간이 있나요?
누가 봐도 멋진 곳 좋아해요. 밀라노의 두오모, 파리의 노트르담, 런던의 빅터앤알버트뮤지엄이나 웨스트민스터 같은 거. 굳이 따지자면 고딕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고딕 양식으로 건물을 짓고 싶어요. 할 수 없기 때문에 안 한 거죠.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옛날 영화 많이 봐요. 20대에는 ‘눈에 담기는 것 모두 다 영감이니까 늘 정신을 번쩍 차려야 돼’라는 마인드로 독하게 살았죠. 드라마 볼 때도 내용은 안 보고 ‘저 아주머니 소매가 여기까지 오니 이런 느낌이구나’ 하며 봤고. 영화 오프닝부터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 폰트 같은 거 유심히 보며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해요. 성격도 영향을 받았죠. 사춘기 때 <내일을 향해 쏴라>를 보고 ‘저렇게 순응하지 않는 자가 멋있구나’ 생각하면서 기존의 룰에 타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디자인할 때는 그런 성격도 도움 되더라고요. 전쟁 영화도 많이 봐요. 옛날 군복이 나오니까. 저 유니폼이 저 비행기가 있을 시절에 입던 거구나, 탱크 색깔은 저렇구나 하면서.


요즘 패션계의 화두는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아서 유행이 뭔지를 잘 모르는데, 무엇인가요?


지속 가능한 패션이 아닐까요?
아,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 어떻게 보면 계속 입으면 되는 거잖아요. 품질이 좋고 질리지 않아서 몇 십 년 후에 봐도 ‘아, 이런 독특한 옷이 있었지’ 하며 오래 입으면 그게 지속 가능한 패션 아닐까요? 재활용 소재를 쓰면 오히려 쓰레기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엉뚱한 생각이기는 한데, 옷을 만들 수 있는 자격에 제한을 두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개수도 이만큼만 만들어!’ 하며 법으로 통제하고. 하하. 팔리지 않을 옷을 수천 장 만들고, 결국 아웃렛을 떠돌아도 고객한테 선택되지 않는 옷들이 너무 많은 거 같거든요.


블로그에 다이어리를 쓰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쓸 예정인가요?
네, 저는 제 과거를 지우고 싶지 않아요. 지금 수많은 브랜드가 과거에 자기가 만든 옷과 행동과 글을 없애요. 당시 자기가 별로였던 것 같으면 그걸 없애고 새로 시작하는 걸 보여주죠. 저는 시작할 때의 흔적을 안 지웠어요. 지금 제 브랜드를 알게 된 분들도 제가 10년 전에 했던 생각과 옷을 다 볼 수 있게요. 물론 오글거리는 것은 너무 많은데,앞으로도 그 오글거림의 기록을 계속해서 써나갈 거예요.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떨 거 같아요?
스펙테이터라는 뿌리가 완성됐기 때문에 뻗어나가는 가지를 완성할 거예요. 예전에 고객이 없을 때보다 덜 외롭게 다음 것을 준비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스펙테이터를 만들 때처럼 디자인의 개수나 기간이 정해져 있나요?
개수는 정해져 있지 않은데 과정의 끝은 있을 거 같아요. 표현하고 싶은 걸 다 하면 컬렉션을 줄여나가야죠.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만들고 싶을 때만 만드는 것’이에요. 아무 아이디어가 없는데 시즌이 됐으니 쥐어짜서 만드는 건 하고 싶지 않아요. 먼 미래에는 조금 더 작품처럼 옷을 만들고 싶어요. 하나만 정성을 다해 만들고, 전시하고, 팔고. 원래 패션은 소비돼야 하지만, 그런 옷은 세상에 얼마든지 많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듀펠센터가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나요?
장안동까지 온 분들에게 보람을 주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반짝하는 핫 플레이스가 되길 바라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것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을 거 같고, 의외라서.

1층에 자리한 식당, 콘반.

1층에 자리한 식당, 콘반.

1층에 자리한 식당, 콘반.

안태옥의 챕터들을 만날 수 있는 3층에 위치한 네버그린스토어.

안태옥의 챕터들을 만날 수 있는 3층에 위치한 네버그린스토어.

안태옥의 챕터들을 만날 수 있는 3층에 위치한 네버그린스토어.

1층 한편에 위치한 서점, 산책.

1층 한편에 위치한 서점, 산책.

1층 한편에 위치한 서점, 산책.

 

Credit Info

2019년 05월

2019년 05월(총권 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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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지원
PHOTO
이영학, 김지훈